[텍스트브이로그] 백패킹에 필요한 것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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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김인호 세컨신드롬 매니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캠핑을 즐기기에 이 만한 계절도 없는 듯하다. 물론 백패킹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을을 가장 선호한다. 배낭을 짊어지고 1시간가량 트레킹을 하다 보면 온 몸에 땀으로 흠뻑 젓는다. 이 때 수풀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 달달하다. 자연 속에 몸을 맡기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순간이다. 최근엔 기후 변화로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가을 백패킹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1박 2일로 여행을 간다면 준비 자체가 설렘이다. 하룻밤 머무를 호텔이나 펜션을 예약하고 지역민만 찾는 다는 맛집을 검색해 둔다. SNS에 올릴 명소를 정리하고 여행지에서 입을 옷 가지들이며 세면도구, 카메라 등 캐리어에 한 가득 채우면 준비는 얼추 마무리된다. 혹시나 놓친 물품은 현지 마트나 매장에서 간편하게 구매하면 된다.

‘백패킹을 가려면 뭐가 필요할까’ 여행 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을 꼽자면 산 속과 해변 모래사장에는 호텔이나 펜션이 없다. 산에 올라 붉은 노을이 눈 앞을 비출 때 즈음 놓고 온 장비가 생각났다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자연 속에서 하루 이상 버틸 수 있는 장비를 준비할 때 의식주(衣食住)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쉽다.

체온유지는 기본 ··· 날씨, 자연 지물로부터 몸을 보호
숲 속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등산하는 동안 흘린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산 정상은 밤이 되면 지상보다 기온이 더 낮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 데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산에 오를 때는 기능성 의류를 겹쳐 입는 것을 추천한다. 레이어드(Layered) 방식이라고도 하는데, 내의처럼 몸에 닿는 부분은 땀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옷을 기본으로 한다. 축구나 사이클의 기능성 의류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위에 미들 레이어라고 하는 기능성 등산복을 입는다. 땀을 배출하거나 빠르게 건조하는데 유리하다. 소프트쉘·하드쉘을 가장 바깥에 입는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일종의 외투다. 비바람과 벌레, 나뭇가지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발수기능을 가진 특수 원단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비가 와도 젓지 않는 기능성 의류도 있다. 강원도 일부 산은 가을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곳이 있어 거위나 오리털, 합성소재 등으로 만든 우모복이 필요하기도 하다.

1시간 이상 숲길을 걸을 거라면 운동화보단 등산화를 추천한다. 실제로 산 속을 걷다 보면 나뭇가지나 낙엽을 잘 못 밟아 넘어지기 일쑤다. 중간중간 외줄에 의지해 바위를 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등산화는 돌이나 나뭇가지로부터 발을 보호하고 아웃솔(바닥면)에 특수 소재를 사용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1박에 1리터 이상 물 필요···에너지바, 초콜릿으로 열량 보충
트레킹을 하는 동안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운행을 하는 동안 마실 물과 하루를 머무르면서 필요한 물을 계산해서 준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1박을 하는데 1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산행 중에 마실 물은 배낭 외부 포켓에 넣고 정상에 올라 생활할 때 필요한 물은 배낭 안 쪽에 수납하면 된다. 기온이 많이 떨어질 경우 보온병에 뜨겁게 데운 물을 넣어 가기도 한다.
가을, 금새 지나갑니다. 서둘러 백패킹 준비하세요 [캠핑도락]
운행을 하면서 먹을 에너지바나 초콜릿 등 간식을 준비해 가면 산행 중간에 열량을 보충하면서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 정상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고 있자면 금방 출출해진다. 우리나라는 산에서 화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조리된 음식을 준비하거나 비화식 도구를 활용해 간략하게 요기를 해결하면 된다. 취식 후에는 쓰레기는 미리 준비해간 쓰레기 봉투에 넣어두었다가 다시 가지고 내려와야 한다. 비닐 재질의 쓰레기 봉투를 사용할 경우 하산하면서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지면 곤란하다. 천이나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내구성이 좋은 트래시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텐트·매트·침낭으로 보금자리를 만든다
텐트는 여행지에서 호텔이나 펜션에 해당한다. 산에 올라 집을 짓는다고도 하는데, 텐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만큼 백패킹을 하기 위한 중요한 장비 중에 하나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혹여 기능성 옷이나 저녁 거리를 두고 왔더라도 텐트만 있으면 산 정상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텐트를 두고 오면 낭패다. 힘들게 올라온 숲길을 헤드 랜턴에 의지해 다시 내려가야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혼자 산에 오르더라도 1인용이나 2인용 경량 텐트를 많이 사용한다. 1인이 누울 자리와 짐을 보관하려면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다. 텐트는 소재와 내구성, 무게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이제 외형을 갖췄으니 내부를 채워보자. 텐트를 쳤다 하더라도 밤 사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까지는 막을 수 없다. 텐트 내부 바닥에는 매트를 깐다. 매트의 성능을 측정하는 지표로 R-VALUE(Resistance Value)를 측정하는데 쉽게 말해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한기를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값이다. 일반적으로 1부터 8까지 구분하고 8에 가까울수록 극동계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단열성을 갖췄다. 봄가을에는 R-VALUE 값 2~3(영상 2도~영하 5도)이상을 권장한다.

캠퍼들의 이불인 침낭도 빼놓을 수 없다. 침낭 안에 들어가는 충전재는 거위털, 오리털, 합성소재 등 다양하다. 외피는 수분을 머금는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침낭의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내한온도와 필파워를 들 수 있다. 침낭에는 내한온도가 표시되어 있고 제조사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컴포트(Comfort), 리밋(Limit), 익스트림(Extreme)으로 표기한다. 침낭을 고를 때는 컴포트 온도를 보면 된다. 필파워는 충전재가 얼마나 빠르게 부풀어 오르는지를 측정한 지표다. 필파워가 높을 수록 침낭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고 더 따뜻하다.

준비물을 다 챙겼다면 이를 담을 수 있는 배낭이 필요하다. 배낭은 짐의 양에 따라 용량이 달라진다. 필자는 60리터부터 75리터까지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가을이라면 60리터 배낭으로도 충분히 백패킹을 즐길 수 있다. 배낭은 개인의 기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비다. 개인 신체 사이즈나 필요 용량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배낭을 꾸릴 때에는 빠르게 꺼내야 하거나 무거운 장비일수록 상단에 적재하고 등과 가깝게 두어 배낭의 흔들림을 최소화해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의식주를 기준으로 백패킹에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이외에도 산행에 도움을 주는 등산 스틱을 비롯해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선글라스, 겨울철 칼 바람으로부터 머리와 얼굴을 보호하는 바라클라바, 설산을 오를 때 필요한 아이젠과 스패치까지 계절에 따라 기능에 따라 필요한 장비는 다양하다. 스스로 추구하는 캠핑 스타일을 살펴보고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즐겁고 안전한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김인호 씨는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고 PR 전문회사와 이커머스 기업 홍보팀을 거쳐 현재는 ‘미니창고 다락’을 서비스하고 있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세컨신드롬’에서 PR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한정된 주거 환경을 개선해 어디서든 쾌적한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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