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작은 조직일수록 중요한 채용문화, 어떻게 해야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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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몇 번을 얘기해도 바뀌지가 않아요. 이력서나 면접 볼 때 했던 것 중에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더 문제는 출·퇴근 시간 안 지키는 것부터 프로젝트 마감에 그 직원만 펑크를 내요. 참. 입으론 죄송하다고 하는데 안 보이는데 선 뒷담화나 하고···전생에 뭔 죄를 지어 제가 이 고통을 받는지 모르겠어요.”

전직원 6명이 근무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대화 내내 열을 올리며 이야기했던 ㄱ직원(사보타주 당사자)을 내보낼 방법을 고민했던 그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알았는지 이내 포기한 듯 보였다. 현재 고용노동법상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가 어렵기 때문인데, 사실 사보타주만큼 권고사직이 확실한 이유가 또 있을까 싶다. 더군다나 모두가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 조직 특성상 대표부터 막내 직원까지 한 사람이라도 게으름을 피운다면 살아남기가 힘든 현실에서 사보타주는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사보타주(sabotage)란, 프랑스어의 사보(sabot:나막신)에서 나온 말로 중세 유럽 농민들이 영주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해 수확물을 사보로 짓밟는 데서 유래됐다. 이 뜻이 변하고 변해 한국에서는 흔히 태업을 뜻한다. 다른 직원과 똑같이 월급은 받지만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을 사보타주로 부르는데, 이들은 회사나 주변 동료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공공의 적으로 불린다. 셋 이상 모인 곳이면 사보타주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근절이 어려운 이 행태가 최근 스타트업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성장동력이 될 줄 알았던 그(그녀)가 개천을 흐리는 미꾸라지일 줄이야...
수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전선에 뛰어든 ㄴ대표는 주변에서 창업이 힘들다며 말려도 자신 있었다. 시장에 없던 아이템이었고, 직장생활하면서 두루 익혀뒀던 인간관계가 창업초기부터 빛을 봤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공간은 물론 정부지원금도 어렵지 않게 받은 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ㄴ대표는 사업이 체질인 듯싶었다. 조금씩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그는 한두 명씩 식구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워라밸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나같이 열심히 해주는 직원들이 내심 고마웠다. 공표하진 않았지만 ㄴ대표는 연말쯤 연봉인상, 복지혜택 확대 그림을 그리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ㄱ직원이 들어온 것이다.

“저희 같은 작은 회사에서 채용공고를 내면 나이, 직무, 역량이 맞는 지원자가 몇 안 됩니다. 계속 공고를 낸다고 해도 비슷한 수준이라 그 안에서 뽑아야 돼요. 근데 ㄱ은 한 눈에 들어왔어요.”

아무리 작은 기업이더라도 면접은 떨리기 마련. 그럼에도 ㄱ은 긴장한 모습은 1도 없이 당당했다. 당당함이 지나치면 오만해 보일 텐데, 예의를 갖춘 당당한 모습에 ㄴ대표는 단번에 뽑아야겠다고 맘먹었다.

“(면접 볼)뒷 사람들한텐 미안한 얘기지만, 볼 필요도 없었어요.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느냐 물었더니 당장 할 수 있다는 말에 더 맘이 가더라고요. 근데 출근하고 다음날부터인가 좀 이상했어요. 뭔가를 물어보면 모든 대답이 당연한 말들이었는데, 상황에 조금 안 맞는 그런 말, 아시겠어요? 예를 들어, ‘(업무와 관련된 부분 중)A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요?’ 라고 물으면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잘 준비해야할 것 같아요’라는 식이에요. 뭐라고 하기도, 더 묻기도 좀 애매한, 그래서 적응기간이 필요하겠거니 했죠.”

적응기간, 한 달이 지났을 무렵 ㄴ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의 주장은 두루뭉술한 대답의 근원은 잘 몰라서였다. 이력서에 적힌 그간의 경력이 소위 물경력이었다. 굳이 전직장에 평판조회를 해보지 않더라도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ㄴ대표는 그렇게 단정 지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매일 20~30분 지각은 기본,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병가, 집안 일, 지인대소사에 컨디션 난조를 보인 ㄱ이의 실체를 알았기 때문이다. 의문이 확신으로 변한 계기도 있었다. 6명의 직원 중 ㄱ이 사회초년생 직원 둘과 하루걸러 퇴근 후 술자리를 가졌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그 자리에서 ㄱ은 대표와 회사 험담을 신입사원들에게 주입시켜 놓았다.

“하루는 신입 중 한 명이 ‘저희는 분기별 수당이나 명절 떡값 없어요?’라며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평소 그런 말을 안 하던 직원이라 분위기가 이상해 계속 얘길 해봤더니 ‘ㄱ이 우리 회사는 상여금도 없는 회사라며, 이런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더군요. 그래서 ㄱ이 혹시 무슨 말을 더 했냐고 떠보니, ‘대표 혼자 정부지원금을 빼돌리는 것 같다, 스타트업은 원래 다 스톡옵션을 주는데, 이상하다’고 말했다더군요.”

ㄱ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창업멤버였던 다른 직원들이 ㄱ에게 직접 또는 메신저로 ‘왜 일이 안 돼 있느냐’ 물어보면 ‘아 맞다’로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직원들과 부딪힌 ㄱ은 사내 사회초년생인 직원들을 타깃했다. ㄴ대표는 없는 경쟁사에서 프락치를 보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면접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의 하소연에서 속 깊은 후회가 보이는 듯했다.

사보타주 직원은 늘 어디에나 있다. 특히 CEO가 경영이 처음인 스타트업의 경우 자주 나타난다. 직원 간 불화를 만드는 직원, 고의로 일을 안 하는 사보타주 직원에 몇 달 치 급여와 보너스를 얹혀 빌며 내보냈다는 썰은 스타트업 업계에선 끊이지 않는 이야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진 말자
지금도 무수히 많은 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AI(인공지능)기술을 비롯한 신기술이 세상을 바꾼다지만 그 기술의 활용은 사람이 한다. 어떤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만드느냐에 따라 혁신이 될 수도, 아류 또는 실패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 작은 조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더불어 기업에서 사람을 선택하는 프로세스인 채용문화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스타트업일수록 급할수록 천천히,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마음으로 채용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우리와 핏(Fit)이 맞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 30년 간 기업 HR 전문가로 수많은 조직을 경험한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가 말했다. HR을 뒤로 미뤄두는 기업(스타트업)은 성공은 물론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홍민 기자는 패션, 헬스케어, 대중문화, 기업HR,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15년차 기자다. 스포츠, 영화, 음악, 방송, 창업 등 다양한 경험을 두루 거친 그는 세상의 수많은 직업들과 트렌디하게 변화하는 기업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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