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천 K옥션 수석 경매사

△손이천 k옥션 수석 경매사.
△손이천 k옥션 수석 경매사.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누군가에겐 버킷리스트가 될 수도, 누군가에겐 재테크가 될 수도 있는 찰나의 순간을 결정짓는 직업이 몇이나 될까.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을 넘나드는 미술품 경매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미술품 경매사’. 국내 단 10명만이 존재한다는 이 직업은 관련 자격증이나 배울 수 있는 곳 없이 오로지 도제식 교육으로만 양성된다. 14년 간 미술품 1만 점 이상, 3천억 원이 넘는 경매낙찰금액을 기록한 ‘경매사계 국가대표’ 손이천 K옥션 수석 경매사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미술품 경매사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쉽게 말해, 경매 현장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일이에요.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적당 가격에 경매를 시작해 응찰 받아 경합·낙찰의 모든 과정을 맡아서 진행하죠.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을 시키지만 또 그 가격이 과하게 높지 않게 시장의 적정 가격에 잘 파는 게 경매사의 역할이죠.”

무조건 높게 낙찰시키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물론 단기간의 실적을 봤을 땐 좋죠. 하지만 경매 회사는 중개 역할이기 때문에 저희가 팔았던 제품이 다시 저희 쪽으로 올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과도한 경합 끝에 시장가보다 높은 금액에 응찰을 받은 분이 다시 경매에 내놓게 될 경우 그보다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가격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경매회사, 그리고 경매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부분입니다.”

그럼 경매현장에서 높게 나온다고 경매사가 좋아할 일은 아니군요.
“그렇죠. 현장에서는 여러 변수들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자주 오시는 분들은 눈빛만 봐도 저 분이 경합을 더 할지, 안할지에 대한 컨디션을 알 수 있어요. 높은 응찰이 계속 가는 경우에는 받아야 하지만 고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경매사가 응찰을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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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서는 작품의 추정가만 표시, 낮은 추정가가 내정가로 시작···경매는 작품을 소장한 고객과 거래하는 2차 시장”



경매에 올라오는 작품들의 시작가는 어떻게 책정되는지도 궁금해요.
“일반적으로 경매에서는 추정가만 표시가 됩니다. 낮은 추정가, 높은 추정가로 보여지는데, 낮은 추정가는 보통 내정가인 셈이죠. 참고로 경매회사는 작가와 직접 연결하지 않고 작품을 소장한 고객과 거래를 하는데, 내정가는 경매회사가 손님과 약속한 최저금액이에요.”

최근 미술품 시장이 호황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 업계 최대 호황기를 누렸죠. 호황일 땐 갤러리에서 직접 구매하는 1차 시장의 가격이 2차 시장인 경매가보다 낮은 경우도 있었어요. 이유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오픈된다고 하면 먼저 갤러리와 네트워크가 있는 고객들에게 오픈이 돼 일반인들에게는 기회조차 오지 않았어요. 구입할 기회가 오지 않으니 2차 시장인 경매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시작가 역시 높게 책정됐어요. 최근에는 호황기를 찍고 내려오는 시점이라 시장의 흐름도 바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TV예능 출연 이후 주변에서 알아보기도 해···경매사 외 홍보 이사직을 겸하고 있어 도움이 되기도”



‘무한도전’, ‘나혼자산다’ 등 TV 출연을 많이 하셔서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무한도전 출연 이후 식당에 갔는데, 어떤 여성분이 계속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꽤 오랫동안 보셔서 왜 그러나 했는데, 다음날인가 SNS 메시지로 ‘그 날 식당에서 봤는데 너무 반가웠어요’라며 보내셨어요. 사실 그런 일이 많진 않은데, 간혹 있어요.(웃음)”

TV출연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게 직업에 도움이 되나요.
“아마 도움이 됐겠죠.(웃음) 전 경매사지만 본업은 K옥션 홍보팀 이사로 일하고 있어서 아마 회사 홍보를 하는 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직원 중 한 분이 와선 ‘가족들이 무슨 회사에 다니는지 몰랐는데, 이사님이 방송 나오는 걸 보고 어떤 회산지 알게 됐다’는 얘길 들은 적도 있었고요.(웃음)”

경매사와 기업홍보 업무를 겸업하면 굉장히 바쁘시겠어요.
“두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바쁠 수밖에 없지만 일반적으로 경매사는 겸업을 하게 돼 있어요. 경매사라는 직업만 가진 사람은 국내 단 한명도 없어요. 그건 외국도 마찬가지고요.”

겸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오프라인 경매가 그리 많지가 않아요. 경매사 직무만을 위해 채용을 하기가 회사입장에선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미술을 잘 알고 경매사를 하기에 적합한 인재를 회사에서 양성하는 편입니다.”


“경매사는 경매사 기질이 갖춰진 사내 직원에서 선발, 내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경매사는 도제식 교육으로 배워···경매 횟수가 많지 않아 경매사만을 채용하기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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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천 수석 경매사가 경매현장에서 진행하는 모습.(사진제공=손이천 경매사)
△손이천 수석 경매사가 경매현장에서 진행하는 모습.(사진제공=손이천 경매사)
경매사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 어느 나라의 경매회사에서도 경매사만을 뽑진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어떤 포지션이든 간에 경매회사에 입사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 다음 회사에서 경매사가 필요할 경우 내부 직원 안에서 뽑게 되는데, 선임 경매사의 추천이 될 수도 있고, 본인이 지원을 할 수도 있죠.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경매사 교육을 하고, 추후 경연을 통해 최종 선발하게 됩니다. 프랑스나 중국의 경우 경매사 자격증이 있지만 국내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도제식으로 경매사를 양성하고 있어요.”

그 시스템은 모든 경매회사가 똑같습니까.
“아마 그럴 거예요. 대부분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경연을 통해 경매사를 뽑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선임 경매사에게 노하우를 전수받는 식인 도제식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뭔가요.
“왜냐하면 경매사가 경매를 할 수 있는 비중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호황이었던 작년의 경우에는 매달 한 번씩 했지만 그 전에는 1년에 네 번 밖에 하지 않았어요. 상황이 그러니까 경매사만 채용하기에는 회사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경매회사 안에서 능력이 있거나 관심 있는 직원을 키우는 방식을 선택한 거죠.”

k옥션의 경매사들은 어떤 보직을 겸하고 있나요.
“저흰 총 3명의 경매사가 있는데, 한 분은 영업팀에서 다른 한 분은 아카이브팀에서 근무하면서 경매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제식 교육에서는 어떤 걸 가르치나요.
“전반적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과정을 교육합니다. 경매에 올라오는 작품의 가격대는 보통 몇 천만원에서부터 수억, 수십억, 수백억 원으로 넘어가는데, 우리가 의외로 숫자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처음 호가를 50만원으로 하다가 경합이 있으면 백만원, 이백만원으로 올리는 경우가 있어요. 긴장된 현장에서 경매사가 호가를 실수하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호가를 자연스럽게 외칠 수 있게 가르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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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실수를 많이 하겠는데요.
“그렇죠. 경합이 벌어지면 현장도 챙겨야하지만 현장에 오지 못한 고객들은 전화로도 참여를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정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실수가 나오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자다가도 호가를 자연스럽게 외칠 수 있을 만큼 계속 연습을 해야 합니다.”



“경매 현장을 파악하는 게 중요···현장과 직원들과의 소통을 리드하는 역할이 경매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 불리기도”



그리고 또 뭘 배우나요.
“경매사를 내부 직원 중에서 뽑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경매 현장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경매는 현장에서도 진행되지만 서면이나 전화로 참여하기도 하거든요. 경매사는 시간이나 현장 컨디션 등을 빨리 파악하고 직원들과의 호흡도 잘 맞아야 해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현장 경매의 경우 몇 점의 작품을 판매하나요.
“한 번 경매할 때 적게는 100점, 많게는 250점까지 경매를 하는데요. 한 4시간 정도 하기 때문에 작품 당 1분, 짧게는 30초에 끝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끝이 나네요. 호가 몇 번 외치다 보면 끝나버리는 작품도 많겠어요.
“그럴 때도 많죠. 기본적으로 작품이 올라오면 작품의 적정 가격이나 컨디션, 작품의 가치 등등을 알려드려요. 경매 참여하는 분들은 프리뷰 전시를 미리 보고 경매에 참여하시죠.”

경매사는 우선 발음도 좋아야 할 것 같고,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경매사가 꼭 갖춰야할 조건들도 궁금합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필요하죠. 사람들 앞에 서는 건 약간 기질적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타고나는 것들요. 제 성격이 원래 내성적인데, 경매사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다들 놀라요. 원래 이런 기질이 있었는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웃음) 굳이 조건이라면 2시간 넘게 서서 경매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도 필요하고, 침착함과 약간의 뻔뻔함이 있어야 해요.”
[강홍민의 JOB IN] 직업 덕분에 ‘무한도전’ ‘나혼자산다’ 출연···국내 단 10명만 존재한다는 그녀의 직업
그동안 몇 점의 작품을 경매했는지 기억하세요.
“정확하진 않지만 그동안 100번 이상 경매를 한 것 같은데, 한 번에 100점이라고만 해도 10000점 정돈 되지 않을까요. 몇 년 전에 추산해 본 걸론 그동안 제가 진행한 낙찰금액이 3천억 원이었는데, 아마 지금은 더 올라갔겠죠.(웃음)”

기억에 남는 경매가 있습니까.
“너무 많은데요. 2012년에 ‘퇴우이선생진적’이라는 작품을 경매했는데 26억 원에 시작해 34억 원에 최종 낙찰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이듬해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도 기억에 남는데, 100% 낙찰을 기록했죠. ‘무한도전’이나 ‘나혼자산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기억에 남고요.”

겸직을 하게 되면 연봉은 일반직원보다 더 높나요.
“일반 회사원처럼 미술품 경매사도 연봉제예요. 거래가 늘어나거나 100% 낙찰을 했다고 연봉이 오르진 않고, 회사 내규에 따라 책정됩니다. 해외 경매사의 경우 경매사 성과급이 별도로 있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국내에도 빨리 도입이 되면 좋겠어요.(웃음)”

직업적인 면으로 봤을 때 경매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경매사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때문에 항상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국보같은 중요한 작품들을 가까이서 경험하고 접한다는 점이 아주 큰 장점이에요. 무엇보다 미술시장의 역사를 같이 써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는 직업이죠.”

이 직업의 향후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미국이나 중국, 영국 등의 GDP에서 미술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0.2~0.5%정도인 걸 감안하면 아직까지 국내 미술시장이 큰 시장은 아닙니다. 작년에 국내 미술 시장 규모가 약 1조원이었는데, GDP에 비하면 0.05%로 미흡한 수준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매 시장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