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 ‘동반성장부문 올해의 협력사'로 선정된 유라코퍼레이션 직원 제보 논란

제보자 A씨 “현대·기아차 협력사, 매출 2조원 넘는 국내 대표 벤처기업···강제노동 주장”

유라코퍼레이션 ㅇ임원이 팀장에게 지시, 직원 차출해 밤 10시 넘어 공장으로 가라 지시···직원들 “휴식공간, 밥도 제대로 안 나와 서러워”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매출 2조원을 넘어 선 국내 굴지의 벤처기업으로 손꼽히는 유라코퍼레이션이 사무직 직원들을 생산 공장 현장에 강제로 투입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도 판교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와이어링 하네스 등 자동차 부품 제조사로 1992년 설립한 이후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며 성장한 벤처기업이다. 평택, 진위, 경주 등 국내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등 해외 9개국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이 기업은 올 초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위해지역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 공장 폐쇄로 기존 물량을 생산하지 못하자 본사 직원(사무직)들을 각 지역 공장에 투입시킨 것이다.

“지금 차출해 공장으로···” 임원급, 밤 10시 넘어 팀장에 지시
경주, 평택 등 생산 공장에 투입된 지원인력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았다. 당일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밤10시에 임원과 각 부서 팀장이 모인 단톡방에선 지금 즉시 경주공장에 투입할 인원을 차출하라는 문자가 오고 갔다. ㅇ임원이 팀장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에는 “각 팀장님들께서는 책임급으로 선정해서 경주공장으로 지금 출발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메시지를 받은 팀장들은 팀원들을 차출해 경주공장으로 이동을 지시했다. 팀당 적게는 3~4명, 많게는 10명 가까이 차출된 직원들은 주말 계획도 강제로 취소된 채 경주로 향해야 했다.
'출·퇴근도장 못 찍게 하고 70시간 근무···점심은 김밥 한 줄’ 연매출 2조원 넘는 벤처기업 ‘강제 근무’ 논란
제보자 A씨에 주장에 따르면 10월 말 경 주말에 투입된 지원인력은 새벽 4시 경주 도착-오전 6시까지 대기 후 생산라인에 투입-당일 22시에 작업이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주공장에 도착하니 기존 직원(경주공장)들은 2~3일 밤샘 근무를 강행했다”며 “주말에 납품차량이 부족해 밤샘 근무를 한 직원들이 자차로 직접 납품도 했다. 극도로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전을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은 쉴 곳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48시간, 56시간 연속근무를 하고 있다”며 “지방 공장에 파견된 직원 중에는 주간 근로 70시간이 넘는 직원도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생산 시스템 모르는 직원 투입에 하자제품 만들수도
제보자는 "지원 인력이 공장에서 맡은 일은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 업무다. 이 제품 생산은 80~90%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테이핑이나 작업이 잘못되면 하자가 생길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A씨의 주장도 있었다. 본사에서 업무를 마친 직원들이 추가로 야간, 새벽근무는 엄연한 근로기준법에 저촉된다. A씨는 사측이 주 52시간 초과 근무에 걸리지 않기 위해 출퇴근등록 미리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52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주말도 전산상으로 미출근을 시키고, 평일에는 퇴근을 강제로 타각(출퇴근인증)을 시킨 후 작업을 강행하게 했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회사는 근로기준법위반 적용 대상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으로는 주 52간 초과 근무 위반 시 해당기업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3월에 이어 10월에 또 지원근무···
“경쟁사는 대책 마련했는데 도대체 뭐 했나” 직원들 불만

3월에 이어 10월, 또 한 번의 지원근무에 불만을 터트리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식사다. 예정에 없던 지원근무에 투입된 직원들에게 제공한 점심식사는 김밥이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김밥이나 도시락보다 못한 수준의 김밥이 제공돼 직원들의 공분을 샀다. A씨는 “아무리 상황이 급하다고 해도 직원들에게 준 김밥이 너무 부실했다”며 “다른 직원들도 김밥을 보고 서러워 하더라”라며 털어놨다.
△사진 속 김밥은 주말 지원근무 당시 16시간 작업시키고 제공된 식사였다.(사진제공=제보자 A씨)
△사진 속 김밥은 주말 지원근무 당시 16시간 작업시키고 제공된 식사였다.(사진제공=제보자 A씨)
A씨는 3월에 발생한 문제가 10월에 다시 재발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A씨는 “3월에 문제가 발생한 뒤 다른 기업들은 재고 기한을 늘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며 “회사가 나름 큰 기업이라 생각했는데, 그 난리를 겪고도 재고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출·퇴근도장 못 찍게 하고 70시간 근무···점심은 김밥 한 줄’ 연매출 2조원 넘는 벤처기업 ‘강제 근무’ 논란
△(위)유라코퍼레이션 직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익명 톡방 캡쳐 화면/(아래)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남긴 글(사진출처=제보자 A씨)
△(위)유라코퍼레이션 직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익명 톡방 캡쳐 화면/(아래)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남긴 글(사진출처=제보자 A씨)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유라코퍼레이션 직원이라고 밝힌 B씨는 “40시간 일을 시켜놓고 30분, 1시간 쉬게 하면서 일을 시키는 게 지금 세상에 말이 되냐”며 “사람 죽게 생겼다. 몰래 몰래 쓰는 것도 이제 지겹다”고 작성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직원을 기계처럼 부려먹고, 고장나면 버리겠지. 21세기를 살면서 80년대 노동환경과 경영을 여기에서 보네”, “경주지원인원은 24시간 일하고 그다음날도 24시간 근무 중”이라고 게재했다. 다른 작성자는 “48시간, 56시간 근무 중인 사람도 허다하다”며 “새벽퇴근해서 새벽출근은 당연, 공장도 오지에 있어 차 없으면 못 다니는데, 저 상태(초과근무)로 운전하면 사람 죽는다. 과로사로 죽든 교통사고로 죽든 사람 죽어날 것 같다”고 작성했다.

유라코퍼레이션에서 근무한 지 5년 차라고 밝힌 또 다른 제보자 C씨는 "사측에서는 이 문제를 알지만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지원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라코퍼레이션 측은 현대기아차 1차 부품협력사로, 와이어링 하네스 대부분을 중국공장에서 생산해오고 있다며, 중국 위해공장에 생산되던 제품을 단기간 내 대체 공급하기 어려워져 G-90 등의 자동차 생산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이 사안에 대해 설명했다.

회사 측은 제보자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48~56시간 연속근무가 강행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또한 각 사업장에서는 관할 노동청의 특별 연장근로 승인을 얻어 주 12시간 추가 근무가 가능하도록 사전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차출 건에 대해서도 “긴급 생산대응에 투입된 사무직 직원들은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지원자”라고 언급했다. 이어 “법정 근무시간 준수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미리 혹은 늦게 타각하는 등의 ‘인위적인 출퇴근 기록 컨트롤’ 행위를 한 바 없다”며 “지속적으로 근무시간을 확인할 것과 잔여 근무가능시간 준수를 독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기업은 2021년 공정거래협약 최우수기업 선정(공정거래위원회), 2020 국가대표 혁신기업 1000 선정(금융위)을 비롯해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동반성장부문 올해의 협력사’, ‘코로나-19 극복 올해의 협력사’를 수상하기도 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