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그녀, 이지혜 역술가(사주심리상담가)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힘찬 새해의 시작과는 달리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 그리고 코로나19에서 진화된 바이러스는 아직 가실 줄을 모른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빚이 쌓여 빛이 보이지 않는 현실과 또 다시 마주해야 하는 새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잘 될 거야’라는 기대감을 품고 새해를 맞이한 이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곳이 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역술원(철학원)은 사주명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미래를 점치는 곳이다. 역술가는 부채도사나 박수무당처럼 신내림을 받아 점을 치는 곳이 아니라 생년·월·일·시 4개의 기둥을 토대로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예측하는 사주명리학을 기초로 한다. 무한히 얽혀 있는 인생의 고리 속 박혀 있는 고민들에 해답을 던져 주는 역술가를 만났다. 20대 초반 역술가라는 직업을 선택해 23년 간 2만 3천명의 사주를 상담·분석한 이지혜 소림사주상담센터 원장을 만나 역술가의 세계를 들어봤다.
△이지혜 소림사주상담센터 원장
△이지혜 소림사주상담센터 원장
새해가 되면 한 해의 신수(身數)를 보기 위해 철학관이나 점집을 많이들 찾습니다. 문득 궁금한 점 하나, 철학관과 점집의 차이점은 뭔가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점집은 신내림이라는 과정을 거쳐 신을 받은 분들이 운영하는 곳이죠. 철학관과 역술원은 사주명리학을 공부한 분들이 운영하는 곳인 데, 좀 더 설명을 드리면 철학관이나 역술원은 명리학을 공부한 분들은 누구나 열 수 있어요. 생년월일 4개의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의 특징, 성격, 직업 등 미래의 운을 보는 게 사주 명리입니다.”

예전에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했다면 최근에는 MBTI가 인기예요. MBTI와 명리학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MBTI는 기본적으로 16개의 카테고리 안에서 사람을 구분하는 방식이라면 명리학은 60가지의 일주론으로 인간을 분석하죠. 사람마다 다른 일주를 가지고 태어나고, 각기 다른 띠, 부모의 일주 등을 종합해 예측하는 원리입니다. 제가 알기론 인간에 대해 연구한 분야 중에 명리학만큼 세분화 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보통 사주를 보는 분들, 그렇지 않은 분들로 나뉠 텐데, 그 두 부류 모두 '과연 사주명리학이 얼마나 정확할까' 라는 궁금증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 부분이 어려운 게 고객들이 찾아와 묻는 질문에 답을 해드리면 꼭 피드백을 달라고 얘기를 해요. 예를 들어, 자녀의 대학 합격에 대해 답을 해드렸는데, 그 이후에 ‘합격했다’, ‘떨어졌다’는 피드백을 잘 안 주시죠.(웃음) 한 번 오신 고객이 다시 오실 경우엔 맞아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걸로 보면 80~90%는 맞지 않을까 싶어요."


“사주명리는 60개의 일주론과 상황을 분석한 학문···성공과 실패는 노력여하에 달라지지만 인간의 성향과 기질은 사주명리학의 분석이 80~90% 맞다고 믿어”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80~90%는 굉장히 높은 수치네요.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람이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이들의 일주에 의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할지,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매우 정확한 것 같아요. 저도 이 일을 한 지 꽤 되지만 그런 걸 경험할 땐 놀랄 때가 많아요. 물론 성공과 실패는 개인의 노력이 좌우하지만 한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성향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 성향이 사주에 나타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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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철학원·역술원 간판을 내걸고 활동하시던데, 활동 지역이 있으신가요.
“현재는 제주도에 사무실이 있고, 이전에는 부산에서 주로 했었어요. 저희 직업은 지역에 상관없이 온라인이나 전화로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라 해외에서도 연락을 많이 하시죠. 온·오프라인 비중을 나눠보면 한 80%가 온라인 상담인 것 같아요.”

이 직업을 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스물세 살 때 처음 역술원을 열었으니, 한 2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죠. 이 공부를 가르쳐 준 스승님의 집 근처였는데, 거기가 소위 점집 골목이었어요. 주로 신점을 보러 오는 고객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역술원이 있으니 잘 될 리가 없었죠.(웃음)”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어릴 적 어머니께서 점을 보러 가셨는데, 그 분이 딸을 데리고 오라고 했대요. 그래서 엄마 손을 잡고 그 집엘 갔는데, 대뜸 ‘나중에 너는 이 일을 할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재미있을 것 같아 배웠는데, 이게 정말 업이 될 줄은 몰랐죠.”


“23년 간 일 년에 약 1천명 씩 고객의 사주를 상담해···학생부터 직장인을 비롯해 의사, CEO 등 선망 직업군들 많이 만나”


그동안 몇 명의 고객을 상담하셨나요.
“안 그래도 올해 사주명리에 관련한 책(당신에게도 세 번의 대운은 반드시 찾아온다/트로이목마 출판사) 출간을 준비 중이라 그간 했던 자료를 모아 봤는데 약 2만 3천 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1년에 1천 명은 상담을 한 셈이죠.”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학생부터 직장인 등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나죠. 그 중에서도 의사나 CEO 등 직업적으로 선망 받는 직군 종사자들을 많이 만나는 편이긴 합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이 분야의 용어가 어려운데, 제가 쉽게 풀어 설명해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보통 새해가 되면 사주풀이를 많이들 보러 가시는데, 그럼 역술가들도 성수기·비수기가 확연히 나눠지겠어요.
“그렇죠. 저희들끼리 하는 말로 찬바람이 불면 성수기, 더워지면 비수기라고들 해요.(웃음) 연말연초가 가장 바쁘죠. 그리고 수능시기가 오면 바빠지는데, 요즘에는 입시(수시전형)가 여름부터 시작해 조금 바뀌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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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하셨으니, 시대별 질문도 다를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게 궁금했다면 요즘에는 뭘로 바뀌었다 하는 게 있나요.
“예전에는 연초에 오는 분들이 사고수나 건강운을 많이 물으셨는데, 요즘에는 재물운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직장인들은 승진도 많이 물으시고요. 그리고 예전에는 결혼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 요즘은 결혼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것 같네요.”


“사주명리학을 기초로 보면 사람의 기질과 운명은 정해져 있어···스스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파악하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믿어”


말씀하신대로, 사주명리학의 원리대로라면 사람의 인생, 앞으로의 미래는 정해져 있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보는 거죠. 예를 들어, 사주명리학은 계절과 같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순환하듯 인생도 일정한 리듬에 맞게끔 순환하게 돼 있다는 논리예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 자연의 흐름에 따라 출생하는 순간에 따라 각 인간의 리듬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원리인 셈이죠.”

각자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거군요. 그럼 그 운명을 바꿀 수도 있나요.
“물론이죠. 예전 같으면 한겨울에 여름과일을 못 먹었지만 지금은 사시사철 언제든지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됐잖아요. 사람 운명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타고난 기질과 장단점을 미리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그걸 알게 해주는 역할이 사주명리학인 셈이죠. 다만 그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역술가는 어떻게 될 수 있나요.
“이 직업은 사람의 운명을 다루는 일이라 운명예측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 공부를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위나 자격증을 꼭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문에 대한 이해와 공부는 필수죠. 이 기본을 거쳤다면 마음가짐이 중요한데요. 삶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다양하고 개별적인 인간의 삶을 역술가의 주관적인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 운명 상담을 통해 내담자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주고 안심하도록 인간중심의 상담 태도와 건전한 사상을 요하는 직업이죠. 특히 요즘에는 사주 상담뿐 아니라 관상, 풍수, 작명 등 매우 다양한 분야를 다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해요.”


“역술가는 사람의 운명을 다루는 일, 타인을 주관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행위는 금물···독학도 가능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무기 또는 흉기가 될 수 있는 분야”


주변에 보면 독학으로 사주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은데, 독학으로도 가능한가요.
“이 학문 자체가 전통적으로 스승에게 사사(師事)를 받거나 독학으로 공부를 하는 분야예요. 제 경우도 저를 가르치신 스승을 통해 입문한 이후 동국대 특수대학원 풍수학 석사를 거쳐 불교상담학 석사를 마친 이후 지금까지 계속 공부를 놓지 않고 있고요. 요즘에는 책이나 동영상 콘텐츠가 워낙 잘 돼 있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인데, 한 번 더 강조하면 지식은 누구나 쌓을 수 있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무기가 될 수도, 반대로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운명은 타고난다고 하셨으니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거나 역술가가 되는 사주도 있겠군요.
“있습니다. 운동이나 공부머리도 타고난 사람이 있잖아요. 이 분야에 직감적인 능력이 좋은 분들, 우리들 표현으로는 인연이 되는 사람이라고 해요. 재미있는 건 제 사주를 보면 전형적인 역술인 사주는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웃음)”
“2023년 계묘년, 당신의 운세는 안녕하신가요?” [강홍민의 굿잡]
직업적으로만 봤을 때, 다른 사람들의 선입견은 없었나요.
“있죠. 정확히 말하면 있었죠. 예전에는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말하기 꺼렸어요. 이상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요즘에는 제 직업을 얘기하면 먼저 궁금해 하면서 슬쩍 물어보기도 하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성수기, 비수기로 표현을 하셨는데, 역술가의 수입도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성수기와 비수기는 차이가 나겠죠.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공시 가격이라는 게 없어요. 그리고 정부에서 관리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권장 가격도 없어요.(웃음) 그래서 역술원마다 천차만별이에요. 한 번 상담에 5천원을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30만원, 100만원을 받을 수도 있죠. 성·비수기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어떻게,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직업이에요.”

최근 점술가나 역술가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찾아오는 고객이 있어야 수입이 생기는 거니까 역술가들은 PR을 어떻게 하나요.
“다 다른데, 저 같은 경우엔 입소문이 큰 것 같아요. 제게 상담을 받은 분들이 주변에 소개를 시켜주고, 그게 꼬리를 물어 연결되다 보니 꾸준히 유지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사주심리상담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SBS 팟캐스트 '톡톡사주')방송을 오래 했었어요. 그 영향도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새해가 시작되고 많은 분들이 철학원 등 많이 찾으실 것 같은데요. 혹시 사주를 보러 갔을 때 팁이 있을까요.
“이건 저같이 사주를 봐주는 입장에선 아주 피곤한 팁 일수도 있겠는데요. 보통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이 뭘 물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는 분들이 많아요. ‘올해 운세는 어떻습니까’가 일반적이죠. 간혹 질문을 적어서 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럼 상담하는 입장에서도 살짝 긴장하게 돼요. 본인이 올해 정말 궁금한 질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 질문을 하면 그만큼 디테일하게 답변을 받아낼 수 있답니다.”

역술가로서, 사주상담가로서 보람된 적은 언제인가요.
“제가 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대로 실행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보람을 느껴요. 언젠가 전화가 한 통 왔어요. 저에게 상담을 받은 분인데 시험에 합격했다는 전화였죠. 그래서 당신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합격한 거라고 말했더니, 그 분이 시험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올해 시험 운이 있으니 1년만 더 해보라고 제가 붙잡아 합격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전화를 받고 눈물 날 정도로 고마웠어요.”

앞으로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전통적인 미래예측의 기능만 놓고 본다면 그간의 역술가의 방식은 점점 자리가 좁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은 변하고, 인간의 생활방식도 달라지고 있죠. 요즘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적성이 맞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와 같은 개인중심사회로 변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주명리학은 인간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지혜롭고 가치 있는 학문인데, 시대적 변화에 맞춰 정신수양과 상담으로 풀어나간다면 대체 불가능한 솔루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