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시대, 대학의 전폭적 창업 교육과 지원 속 빠르게 대학생 창업 증가
-A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남성 뷰티 플랫폼 ‘핸써밍’ 연내 출시 예정
-학업과 스타트업 근무를 병행하면서 성과 이뤄, ‘CES2023’ 참가에 학술 발표까지
-부딪혀가며 부족한 만큼 더 노력, 고된 생활임에도 책임 다하며 성장했음을 느껴
-대학생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고민하지 말고 지금 당장 도전하세요”

남성 뷰티 플랫폼 ‘핸써밍’ 개발한 스타트업 ‘H&F’
남성 뷰티 플랫폼 ‘핸써밍’ 개발한 스타트업 ‘H&F’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염준호 대학생 기자]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다. 학교를 졸업하고 정해진 기업에 입사하던 일은 옛일이 됐다. 늘어난 지원 제도와 변화한 사회 인식 덕이다. 틀에 박힌 업무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신만의 사업을 설계하고 키워갈 수 있게 됐다.

대학도 창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대학들은 앞다투어 창업 교육 및 지원을 늘려 왔다. 그 결과 대학생 창업 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산학협력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861개에 불과했던 학생 창업 기업은 2021년 2010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학생 창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학업과 스타트업 근무를 병행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에서 만난 최정윤 H&F 대표(성균관대 산업공학, 27)과 김관준 팀원(중앙대 사회학, 27)도 마찬가지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둘은 창업한 이후 단 한 번도 휴학하지 않았다. 이들이 학업과 스타트업 근무 병행이라는 고된 생활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왼쪽부터 최정윤 대표와 김관준 팀원.
왼쪽부터 최정윤 대표와 김관준 팀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정윤 대표: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산업공학과 재학 중인 대학생이자, H&F 대표 최정윤입니다.

김관준 팀원: 안녕하세요, 김관준입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재학 중입니다. 최정윤 대표 대표와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데요, 작년부터 H&F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정윤 대표: 회사 이름은 H&F이고, A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남성 뷰티 플랫폼 ‘핸써밍’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핸써밍’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최정윤 대표: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임에도 BB크림, 파운데이션, 발색 립밤을 사용해 화장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어요. 그들과 얘기하다 보니 화장품 구매 시 실패 경험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하나의 상품을 고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상품을 골랐음에도 버리거나 피부 톤에 어울리지 않는 등 불편한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 경험이 남성에게 꼭 필연적이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죠.

회사의 주요 성과가 있나요.
김관준 팀원: 지난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돼 지원금(5000만 원~1억 원)을 받게 됐어요. 소정의 심사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에도 입주할 수 있게 됐죠. 다양한 입주 혜택이 있어요. 첫째, 소정의 마케팅비(500만 원~1000만 원)를 지원받고, 둘째, 1년간 사무실을 지원받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과 투자 관련 이점도 있는데요. 교수와 전문가로 이루어진 멘토님께 사업 모델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투자 관련해서도 '데모데이'라고 해서 벤처캐피털 투자자분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최정윤 대표: 올해 1월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기술 축제 'CES2023(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해 'AI 기반 솔루션'에 대한 학술 발표를 진행했어요.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에서 주최하는 프로젝트였는데, 경쟁 끝에 ‘핸써밍’ 아이템이 선정됐어요. 팀장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비행 경비와 숙박비를 지원받아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소중한 개발자 동료들을 만났죠.
최정윤 대표가 개발 중인 남성 뷰티 플랫폼 '핸써밍'의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윤 대표가 개발 중인 남성 뷰티 플랫폼 '핸써밍'의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학업과 스타트업 근무를 병행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학교생활은 어때요.
김관준 팀원: 올해 자연스럽게 5학년이 되었어요(웃음). 수강 학점을 일부러 적게 신청했거든요. 지난 학기에는 6학점만 들었어요. 프로젝트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어서요.

최정윤 대표: 이 생활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부족한 만큼 더 노력하는 타입이거든요. 급한 일이 있으면 새벽까지 일해요. 팀원들도 잘 따라와 주어 항상 감사하죠. 학업을 병행하면서 일하기에 다른 회사에 비해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죠.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어떠한 단점이 되지 않게, 오히려 그게 단점인 걸 알고 더 열심히 일하는 촉진제로 사용하고 있어요.

팀플이나 과제는 어떻게 했나요.
김관준 팀원: 힘들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 어떤 팀플이든 한 명 이상의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거예요. 상호평가를 해서 성적을 받는 수업이었거든요. 그 결과도 나쁘지 않았으니, 1인분 이상은 한다고 생각해요.

최정윤 대표: 항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요. 정말 바쁠 때는 3주에서 4주 정도는 쉰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요. 술을 마시거나, 애인을 만나거나 이런 건 상상도 못 했죠.

건강이 걱정되는데, 잠은 잘 자나요.
최정윤 대표: 잠을 거의 못 자기는 해요. 체력 자체는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쌓이다 보니 많이 힘들더라고요. ‘건강관리도 실력이다’라고 생각하게 돼서 건강도 본격적으로 관리하려고요.

민감한 질문일 수 있지만, 성적은 어떤가요.
최정윤 대표: 3점대 중반이요. 창업 이후에도 성적이 떨어지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김관준 팀원: 저도 3점대 중반인데요. 저는 오히려 스타트업과 병행한 이후 성적이 더 올랐어요.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완화된 성적평가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지만요(웃음).

스타트업에서 계속 일할 거라면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닌데,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근무나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나요
최정윤 대표: 그럼요. 큰 도움이 되죠. 학교에서 듣는 이론 중심의 전공 수업을 회사에서 바로 적용해보기도 해요. 제 전공이 산업공학이다 보니 코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편이고요.

김관준 팀원: 일하면서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느껴요, 제 단점을 하나하나 고쳐 나가고 있달까. 회사다 보니 아침 일찍 출근하게 되고, 제가 맡은 일을 해내려면 밤새워서 한다든지, 학교만 다닐 때보다 책임감도 더 느끼게 되더라고요.

대단한 의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학업과 근무를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 둘을 병행하며 느끼셨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최정윤 대표: 현실적인 어려움, 물론 있죠. 하지만 스타트업을 자신의 본업으로 삼고 싶다면, 20대가 최적기라고 생각해요. 실패해도 돌아오는 충격이 가장 적은 시기이기 때문이죠. 자기가 얼마나 간절한지를 미리 판단해보고,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면 차라리 일찍 부딪혀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관준 팀원: 창업하면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만 듣는 건 아니라는 것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에서 항상 비판이 들어와요. 그럼에도 자기가 원하는 길을 묵묵히 가기 위해서, ‘나는 해낼 거야’라며 먼저 최면에 빠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 전경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 '킹고 스타트업 스페이스' 전경
창업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최정윤 대표: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고 계세요. 그래서 그런지 초기에는 반대하셨어요. ‘사업을 하고 싶으면 대기업이나 다른 곳에서 실력을 더 쌓고 들어오라’는 식이셨죠.

김관준 팀원: 저희 부모님께서도 사업을 해요. 그래서 그런지 사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 잘 알고 계세요. 제가 공무원 준비한다고 했다가, 공부한다고 했다가, 이제는 스타트업이라는 어려운 길로 가버리니까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부모님 마음을 이해는 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게 먼저라고 생각했죠. 열심히 하다 보니 결과도 따라왔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부모님께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도 받네요.

대학생으로 스타트업 느꼈던 이점이 있나요.
김관준 팀원: 역시 남는 건 사람이죠. 대학은 마지막으로 유대감을 쌓을 기회라고 생각해요. 대학에 다니며 만든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더 좋죠. 내가 가장 믿는 친구와 같이 일한다면 저희처럼 환상의 팀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최정윤 대표: 이건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정부 지원 사업도 그렇고 여러 지원 사업에 약간의 사회적 배려가 있는 것 같아요. ‘대학생인데 이 정도면 잘했지’라는 식이죠.

미래의 대학생 창업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최정윤 대표: 도전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도전조차 안 하는 사람은 실패할 뿐이거든요. 그 기회비용이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직접 부딪힌다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