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루치오 폰타나·데이비드 호크니·하종현·이배·강서경

△프리즈 서울 전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프리즈 서울 전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한경잡앤조이=원윤지 테사 에디터] 2023년 미술시장을 알고 싶다면, 지난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트렌드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물결처럼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시장 1조 원 시대, 국내외 미술시장 팽창에 일조한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을 돌아본다.

갤러리스트, 아티스트, 관람객 등이 있던 코엑스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미술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미술계 첨단에 있는 이들이 모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무수한 작가들의 작품 속 유난히 눈에 띄는 5명이 있었다. 바로 컬렉터들의 수요가 꾸준한 블루칩부터 실험적인 시도로 최근 떠오른 이들까지. 올해 미술시장을 살펴볼 때 같이 기억해두면 좋을 이름들을 꼽아봤다.

블루칩의 정석
① 루치오 폰타나

△루치오 폰타나, ‘공간 개념, 기다림(Concetto spaziale, Attese)’(1960년대). 이탈리아어로 ‘베어서 난 자국’을 뜻하는 ‘탈리(Tagli)’ 기법을 볼 수 있는 작품.
△루치오 폰타나, ‘공간 개념, 기다림(Concetto spaziale, Attese)’(1960년대). 이탈리아어로 ‘베어서 난 자국’을 뜻하는 ‘탈리(Tagli)’ 기법을 볼 수 있는 작품.
△루치오 폰타나, 'Concetto Spaziale, I Quanta'(1960).
△루치오 폰타나, 'Concetto Spaziale, I Quanta'(1960).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968)는 이탈리아 근현대 미술의 거장이다. 모두가 붓으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릴 때, 폰타나는 각진 캔버스를 둥글게 만드는가 하면, 뚫고 베어내며 변형했다. 회화를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로 확장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찍을 수 있을 만큼 시대가 변했다면, 예술 역시 새로워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다분히 담겨있다. 예술가는 단순히 묘사를 잘하는 것 이상으로 ‘개념’을 확장한다 점에서 오래 기억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②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2018). 호크니가 실제 지인들을 다각도 시점에서 한 명씩 촬영한 뒤 디지털 작업으로 한 화면에 담은 작품.
△데이비드 호크니, ‘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2018). 호크니가 실제 지인들을 다각도 시점에서 한 명씩 촬영한 뒤 디지털 작업으로 한 화면에 담은 작품.


영국의 팝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는 국내 관객들에게 쨍한 색감의 수영장 그림으로 친숙하다. 그러나 회화 이상으로 아이패드 드로잉, 포토 콜라주 등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그의 초기작이 6분 만에 한화로 338억 원 이상에 낙찰돼 미술시장 내 위치를 입증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다가오는 3월, DDP 뮤지엄에서 호크니 전시가 예정되어 있으니 경험해봐도 좋겠다.

한국 전통이 현대 미술을 입을 때
③ 하종현

△하종현, ‘접합(Conjunction 22-25’(2022). 성긴 마대의 뒷면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내는 기법을 사용한다.
△하종현, ‘접합(Conjunction 22-25’(2022). 성긴 마대의 뒷면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내는 기법을 사용한다.
△하종현, ‘접합(Conjunction 22-25’(2022).
△하종현, ‘접합(Conjunction 22-25’(2022).

한국 단색화는 이제 ‘Dansaekhwa'라고 고유 명사화되었을 만큼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다. 하종현(1935~)은 그 중심에 있는 대가다. 특히, 2022년엔 베니스 비엔날레가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재개되었는데, 이곳에서 국제 미술전 병행 전시로 회고전을 개최할 만큼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면, 높이만 2미터 이상에 달해 압도감을 준다. 작업 방식 역시 캔버스 위로 물감을 쌓는 것이 아니라 뒷면과 앞면을 모두 사용해 입체성이 돋보인다.

④ 이배
△프리즈 서울 전시장에 마련된 ‘이배 X 생 로랑’ 컬래버레이션.
△프리즈 서울 전시장에 마련된 ‘이배 X 생 로랑’ 컬래버레이션.
△형형색색의 유화 사이로 검은 숯이 뿜는 우아함은 단연 눈에 띈다.
△형형색색의 유화 사이로 검은 숯이 뿜는 우아함은 단연 눈에 띈다.
생 로랑의 공간은 다른 갤러리들과 비교해봐도 큰 규모였다. 컬래버레이션의 주인공은 바로 ‘이배(1956~)’, ‘숯의 화가’라는 수식어처럼 숯을 활용해 작업한다. 숯은 나무가 새카맣게 탄 후 모습을 드러내지만, 불을 붙이면 다시 빨갛게 불이 붙는 존재다. 작가는 숯으로 죽음을 의미하는 단절이 아니라 ‘살아있는 순환’을 말해왔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 훈장을 받았을 만큼 국내보다 유럽에서 먼저 유명했던 그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2021년에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야요이 쿠사마, 마르크 샤갈 등에 이어 총낙찰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⑤ 강서경
△강서경, ‘Mat #22-44’(2021-2022). 전통 개념을 현대의 다채로운 질감으로 전개한다. 해당 작품엔 스틸, 실, 나무, 화문석 등이 재료로 쓰였다.
△강서경, ‘Mat #22-44’(2021-2022). 전통 개념을 현대의 다채로운 질감으로 전개한다. 해당 작품엔 스틸, 실, 나무, 화문석 등이 재료로 쓰였다.
△강서경, ‘Mat #22-66’(2019-2022).
△강서경, ‘Mat #22-66’(2019-2022).
‘강서경(Suki Seokyeong Kang, 1977~)’은 한국 전통을 영상, 조각, 설치 등 동시대 미술로 재해석한다는 평을 받는다. 프리즈와 함께 2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에서 발루아즈 예술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고서화, 전통 악보, 조선시대 궁중무 등에 담긴 논리와 사유를 분석하고, 개인 삶이 역사와 관계 맺는 방식을 고찰하며 작품으로 ‘지금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는 뉴욕 티나 킴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였는데, 컬렉터들이 지나가며 아름답다 재차 평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 올해 미술시장에서도 작품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프리즈 서울’은 2023년에도 개최될 예정이다. 유명 미술관급 전시 수준과 블루칩 작가군의 대거 등장으로 활기를 더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얼마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원윤지 님은 미술투자 플랫폼 테사에서 미술과 브랜드를 재밌게 풀어내는 콘텐츠 에디터로 일한다. 어렵게 느껴지는 창작물도 만든 사람과 창작 과정에 주목한다면, 더 이상 먼 대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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