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 동기·선후배 관계보다 학점이 더 중요
MT와 동아리 등 단체활동 참여 저조해
원인은 미래 불확실성과 개인 오락거리 보급
전문가, ‘개인주의는 개인적 문제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
19학번 50.7%, 동기·선후배 관계 중요하지 않아
예전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소수의 동기, 선후배와만 교류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2019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2000년생 대학 생활 탐구 보고서」에 따르면 동기·선후배와의 인간관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99학번은 33.3%였지만 19학번은 50.7%로 증가했다.
19학번의 80.0%는 대학 1학년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학업(학점)’을 택했다. 손 씨는 “점심을 같이 먹는 친구들은 있지만 따로 시간 내 만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후배는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서 한두 명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MT 등 학과 행사에 대한 참여도 저조하다. 한국외대 모 학과 학생회장은 “코로나 이후에 대면행사의 명맥이 끊겨 학과 행사를 열어도 일부 행사에는 10명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T에 참여해본 적이 없는 A(대학생 3) 씨는 “안 친한 사람들과 24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싫고 코로나19 때 시기를 놓치니 다시 참여하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부원 모집난에 폐부되는 대학 동아리
친목 쌓기 좋은 모임인 동아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의 동아리 가입자 수는 2018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조현이 경희대 동아리연합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인원이 줄어들면서 동아리가 폐부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타 대학도 마찬가지다. 최윤성 고려대 동아리연합회장은 “20명이 넘어야 중앙동아리로 유지되는데 지난해 한 동아리가 인원 부족으로 해산됐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에는 동아리 대표자 약 90명이 떠나는 수련회가 운영됐지만 올해 폐지됐다. 딱히 필요한 행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나용태 서울시립대 동아리연합회장은 “행사뿐만 아니라 회식 참여율도 저조해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동아리의 목적도 친목이 아니라 스펙으로 변했다. 최 회장은 “동아리를 통한 친목은 부차적인 이유고 주로 취업을 위한 경험을 쌓으려고 한다”며 “최근 학술동아리 등록 신청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래 불확실성, 개인 오락거리 보급이 개인주의 원인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생 개인주의 문화 확산의 원인으로 ‘미래 불확실성’을 꼽았다. 전 교수는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여유와 자원이 필요하다”며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불확실하기에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투여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낭비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희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좋든 싫든 고정된 사람들을 만나야 했던 고등학교에서 벗어나 온전히 개인이 의사 결정하게 되며 인간관계를 끊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OTT 등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많이 보급돼 상대적으로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즐거움을 덜 느끼게 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전 교수는 대학생 시기 인간관계 단절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가 20대 초중반이기에 때를 놓쳐 관계가 단절되면 나중에 인생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사회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졸업 후에 취업해서 잘 살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대학생들에게 연애하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노력 이후에 안정적인 직장과 기본적인 삶이 보장된다면 대학생들은 사람 만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조은정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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