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박승희 교수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아카데미(E-ACOLA)’를 만들고 23년간 운영해
-국내 최초 발달장애성인을 위한 대학기반 중등이후교육 프로그램 ‘E-ACOLA(이-아콜라)’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
-미술 전시 관람, 둘레길 탐방 등 외부활동도 진행
-성인기에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발달장애인들이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대학을 가기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이다. 발달장애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교육의 기회를 계속해서 얻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애 학생들을 위한 중등이후교육(post-secondary education, PSE) 시스템이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교육 받을 권리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박승희 교수](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AD.35165127.1.jpg)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박승희 교수는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집중했다. 발달장애인에게 성인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던 그는 2001년,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대학기반 평생교육 프로그램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생활 아카데미(E-ACOLA)’를 만들었다. E-ACOLA는 23년째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박 교수를 만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의 의미와 E-ACOLA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통 지역사회 장애인 복지관이나 평생교육관 등에서 발달장애성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복지관에는 양질의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 높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ACOLA는 지역사회의 대표적 통합 환경인 대학 캠퍼스를 기반으로 해 발달장애인에게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 기술 및 태도 등을 교육한다.
박 교수는 E-ACOLA가 “발달장애인들도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직장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을 이루면서 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는 E-ACOLA 수업에는 20명의 수강생들이 비슷한 연령의 대학(원)생 자원 활동자들과 수업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은 생활연령에 적합한 문화와 대학 캠퍼스 및 인근환경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또 자원 활동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 증진의 기회도 얻게 된다.
현재 ‘나의 여가 생활 디자인: 계획과 실행’이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E-ACOLA 34기 수강생들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의 계획과 실행에 대해 학습한다. 세부적으로는 여가의 개념을 비롯해 여가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을 배운다. 성인으로서 사회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시사용어 공부와 신문스크랩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학생들은 특별활동으로 음악치료를 전공한 외부 강사와 반주자가 진행하는 합창수업을 듣기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떠난 외부활동…수강생들의 미적 경험 기회 늘려
E-ACOLA에서는 한 학기 두 번 외부활동을 진행한다. 지난 10월 14일, E-ACOLA 34기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나선 외부활동에 동행해 수강생들을 만났다. 미술관에서 만난 수강생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잔뜩 서려있었다. 이날 수강생들이 감상한 관람한 전시는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백년 여행기’였다. 전시를 감상하기 전 강사들은 수강생들을 위해 따로 제작한 전시 팸플릿을 배부하고 간단한 전시 설명을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자원 활동자들과 짝을 이루어 차례차례 전시를 관람했다.
![E-ACOLA(이-아콜라) 국립현대미술관 외부활동](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AD.35165135.1.jpg)
이날 학생들을 지도한 남승민(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석사과정생), 이나경(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석사졸) 강사는 성인기에 들어서면서 교육 체계에서 소외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기쁘다며, “(E-ACOLA가) 수강생들의 교육활동 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강생에 대한 일화도 남겼다. 33기 수강생 중 한 학생이 방학기간(7~8월)이 지나야만 E-ACOLA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는 1학기 종강 이후 7, 8월 달력을 뜯어버렸다는 것이다. 강사들은 “우리 수강생 분들에게 이아콜라의 존재감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발달장애인이 생애에 걸쳐 교육을 받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몇 십 년간 고민하고 연구한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발달장애인들의 평생교육이 비장애인들의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우리의 배움과 성장은 고등학교로 끝날 수 없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비장애인들과 통합된 상태에서) 성인기에 꼭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이나 기술, 태도 등을 발달장애인들이 계속해서 학습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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