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은 대학 생활의 상징물
-과잠 문화가 대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주지는 않아

“대학생이 되면 과잠을 꼭 입고 싶은 낭만이 있었어요.” 과잠을 왜 입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돌아온 답이다. 이처럼 과잠은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소속감을 드러내고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과잠 문화는 과연 모든 대학생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대한민국 과잠 문화의 시작인 연세대학교
대한민국 과잠 문화의 시작인 연세대학교
자신의 소속을 보여주는 상징물인 ‘과잠’
과잠 문화는 학교, 학과에 대한 애정과 대학 생활의 로망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문화가 될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도 과잠 문화는 대학생의 로망, 청춘들만의 문화로 비춰지는 경향이 많다.

작년에 편입한 김하경 씨(22)는 평소에 과잠을 즐겨 입는다. 김 씨는 “학과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과잠을 입고 다닌다”며 “전적 대학에서는 소속감이 아닌 대학교에 다니면서 한 번쯤은 입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과잠을 구매했지만 편입을 한 학교에서는 내가 이 과에 소속되어 있구나라는 느낌을 가지고 과잠을 입는다”고 말했다. 김 씨가 편입한 학과의 과잠을 착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과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이다.
드라마 속에서도 대학 생활 로망으로 비춰지는 과잠. 사진=SBS 드라마 ‘치얼업’ 캡처
드라마 속에서도 대학 생활 로망으로 비춰지는 과잠. 사진=SBS 드라마 ‘치얼업’ 캡처
대학생들에게 과잠은 본인의 소속감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면 대학 진학을 바라는 이들에게 과잠은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같다. 대학 자퇴 후 다시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경환 씨(23)는 목표 학과의 과잠은 힘든 입시를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라 말한다.

김 씨는 “다시 입시를 하는 상황이기에 과잠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과 동시에 꼭 합격해야겠다는 열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과잠을 입는 가장 큰 이유가 내 학교와 학과를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입는다고 생각하기에 목표하던 과를 들어가게 된다면 과잠을 많이 입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과잠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학과의 옷을 입고 캠퍼스를 누리는 대학 생활의 로망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김상문 교수는 과잠은 한편으로는 ‘옷’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소속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 설명한다.

김 교수는 “과잠은 일반적인 옷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소속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는 기능도 있다. 대학생들이 과잠을 입는 이유는 대개 이러한 이유”라 말했다. 덧붙여 “소속감은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인 동시에 심리적 안정감과 행복감(subjective wellbeing)을 부여하는 원천”이라 강조했다. 즉,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과잠을 입는다면, 그 사람은 자아정체성이 뚜렷한 편이고, 이것이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과잠은 과시하기 위해 입는 옷”, 과잠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하지만 과잠 문화는 학벌주의를 조성하는 문화라고 여기는 이들도 존재한다. 과잠 문화는 같은 학교 내에서도 과잠에 새겨진 이니셜과 학과 로고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할 수 있다. 실제로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공부의 배신’에서는 과잠에 출신 고등학교를 새기며 같은 대학교 속에서도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학벌 계급을 만든다는 내용이 방영되기도 했다.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 2부 캡처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 2부 캡처
18학번으로 곧 졸업을 앞둔 문도현 씨(24)는 과잠은 과시를 위해 입는 옷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문 씨는 “과잠은 학과 자랑 옷, 새내기 전용 옷이라고 생각한다”며 “교내에서도 학과가 좋지 못한 학생들은 과잠을 입기 망설이는 경우도 있고 고학번일수록 과잠을 입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과잠을 입는 것이 꿈이었지만 지금은 학벌이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과잠을 입기 망설여진다. 아무래도 학교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과잠 문화는 교외뿐만 아니라 교내에서도 사람 간의 등급을 매기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학교, 다양한 학과의 과잠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김지안 씨(23)는 “최근 미디어에서도 과잠이 많이 비춰지는데 미디어에서나 현실에서나 나보다 학벌이 좋은 사람의 과잠을 보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 씨는 “과잠 문화가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과잠 문화가 너무 많이 강조되며 과시욕으로 인해 입시 경쟁을 더 악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잠 문화가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임은 맞지만 과열된 과잠 문화는 오히려 대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잠 문화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만 미치지는 않는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과잠 문화는 집단주의 문화의 특징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나는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인 동시에 모든 타인과 구별되는 고유한 존재이다. 따라서 어디에 소속된 ‘나’를 강조하는 것은 독립된 존재로서의 자아정체성이 약한 것이기에 독립된 자아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진호 기자/남현우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