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극장 2곳 취재 결과, 시설 접근성 모두 서비스 접근성 보완 필요
‘배리어 프리’라고 해도 실제로는 ‘프리’하지 않은 공연장과 서비스가 많은 현실

대학로 공연장 장애인석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자 극장에 전화한 후 들린 답변이다. 장애인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공연 제작사에 전화를 걸어 휠체어 좌석 위치, 예매 방법, 전동 휠체어 접근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3 공연예술 조사'에 따르면 대학로 극장 127개 중 장애인석을 보유한 극장의 비율은 26.1%(33개)로 저조한 수치다. 장애인석이 부족해 공연 관람에 불편함은 물론,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공연장 시설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과연 공연장은 지체 장애를 비롯한 시각, 청각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관객을 환영하고 있을까.


접근성 매니저 개념을 도입한 서수연 음성해설 작가는 “접근성 매니저가 공연 제작 전반에 참여하고, 공연장 내부뿐만 아니라 공연장 안팎으로 장애인 관객을 안내한다는 점에서 관객 안내원, 하우스 매니저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B극장 관객 안내원 ㄱ씨(27)는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지 않지만, 장애인 관객이 방문할 때 관객 안내원이 전담해 개별 안내를 맡는다”며 “1관의 경우 가변형 휠체어석으로 안내하고 수동 휠체어는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B극장 모두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휠체어석 관련 정보를 예매 시 안내 사항을 별도 게시하지 않았다.

B극장의 사정은 그나마 나았다. B극장은 각 엘리베이터 층, 건물 입구, 계단 앞, 화장실 입구 앞에 모두 점자 블록을 설치해 시각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고려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B의 입구 앞에는 턱이 1.8cm 정도 높게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휠체어 관객 혹은 휠체어 관객의 보호자가 힘을 줘야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점검 결과 두 대학로 소극장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로서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장애인 편의법 4조 접근권)’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 시설 접근성 부문을 보완하는 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극장 자체 물리적, 구조적인 설계와 관련되어 있어 막대한 예산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대학로 극장들이 오래된 경우가 많아 장애인 관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환경이었다”며 “‘배리어 프리’ 공연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개선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 정동 극장 연극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2024)’, 국립극단 ‘활화산(2024)’ 등 최근 국공립 극장을 중심으로 개방형 음성해설, 수어 통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연은 증가하는 추세다.
다수의 ‘배리어 프리’ 공연 제작에 참여한 서수연 음성해설 작가는 “배리어 프리라고 해도 실제로는 ‘프리’하지 않은 서비스와 공연장 시설이 아직 많다”며 “‘배리어 프리’보다 공연 서비스와 공연장 서비스의 수준과 변화를 표현하는 ‘접근성’ 용어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배리어 프리’를 단숨에 이룰 수 없으니 접근성 수준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는 게 그의 의견이다.
국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 제2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 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와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의 문화와 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휠체어, 보조 인력의 배치, 관련 정보 제공, 활동 참여 및 향유를 위한 안내 시설, 관람석 등 시설 설치 및 개조도 포함된다. 장애를 떠나 문화 향유권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기 위한 변화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윤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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