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는 기억되는 것이 가장 중요
- 영감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
- 일상에서 얻는 경험이 모두 크리에이티브의 원천

미국 마케팅 조사회사 레드 크로 마케팅에 따르면 한 사람당 하루에 보는 광고의 개수는 4000개~1만개에 이른다. 이처럼 광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잠을 청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점까지 끊임 없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노출되고 있다. 광고 회사들은 무수히 많은 광고들 중 자신의 광고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위해 노력한다.

돌고래 유괴단은 광고 및 영화 제작 회사로써 사람들의 관념에서 벗어난 광고를 만든다. 돌고래 유괴단의 광고는 일반적인 광고가 아닌 참신한 감각이 내재된 스토리가 있는 광고이다. 이들은 크리에이티브 집단으로써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보는 광고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광고 대행사는 기획과 제작이 나눠져 있는 등 분업화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돌고래 유괴단은 기획, 시나리오 작성, 연출, 편집 등 모든 과정들이 감독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광고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스토리 안에 넣어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광고를 만드는 돌고래 유괴단의 이주형 감독을 만나보았다,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 아닐까요?” 돌고래 유괴단 이주형 감독
돌고래 유괴단이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돌고래유괴단 초창기에는 모든 작업이 생존과 직결돼 있었다 보니 ‘지금 주어진 일을 잘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하는 절박함이 있었죠. 그때는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고 대중의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업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방식으로 성장해 왔고, 지금도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유일한 영업의 방법이라 하셨는데, 그 방법이 잘 먹히던가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일반적인 레퍼런스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획이 많다 보니, 클라이언트를 납득시키는 게 늘 어려웠죠. 하지만 결과물에 대한 좋은 반응과 성과를 얻어가면서 점차 의뢰 들어오는 일들이 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대행사 통해서 진행하던 일들이 나중에는 클라이언트를 통해 직접 수주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광고를 제작하실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시나요?

“대중의 기억에 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보게 되는 광고가 정말 많잖아요. 그중 단지 스쳐 지나가는 하나가 되어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해당 광고는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는 필연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짧은 광고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광고를 다 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광고를 보게 하기 위해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광고를 보는 대중으로 하여금 감정의 변화가 생기게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 감동, 공포, 스릴 또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쾌감 등, 어떤 감정이든 간에 흔들림이 있어야 사람들이 기억하는 광고가 될 거라고 봐요. 그 기억이 임팩트 있을수록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공유되는 등, 감정의 변화가 그 광고의 성패를 나누는 기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서 다른 콘텐츠 장르에 비해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는 게 좀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죠.”

돌고래 유괴단의 광고를 본다면 ‘광고’라기 보다 ‘극’이나 짧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처럼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광고를 제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 돌고래유괴단은 ‘영화 한번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는 계기로 모인 집단이었습니다. 애초에 영화 제작이 목표였는데 어쩌다 보니 광고라는 것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어떤 특별한 이유보다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광고안에 녹이면 재미있지 않을까?’가 계기였습니다. 광고도 어찌 됐든 대중이 시청하는 콘텐츠니까요. ‘광고는 좀 재미있으면 안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가 옳다고 느끼는 방식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무모한 신념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는데, 아직 죽지는 않고 살아있습니다.”

‘돌고래 유괴단의 광고’하면 참신한 광고가 주로 떠오릅니다. 돌고래 유괴단만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인가요?

“신우석 감독이 타 매체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언제 나오는지는 알겠더라며 ‘데드라인’이라는 대답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인터뷰를 보고 ‘오,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방식에는 답이 있는 게 아니라서 어디서 떠오르고, 어느 과정을 거치고 이런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과정을 도식화하기에도 그때그때 다 달라서 힘들고요. 그냥 계속 생각하다 보니까 떠오르는 거죠. 광고를 보다 보면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지점들이 참 많잖아요.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광고 패턴들에 대해서 반항심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이런 기조가 제작한 광고의 전체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그 패턴과 반대로 해야겠다는 오기가 참신함의 원천이 되기도 해요.”

감독님께서는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사소한 것들에서 많이 얻는 것 같아요. 공감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대화에서 오가는 감정들에서 얻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이러한 지점들이 항상 영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발현하기 위한 계기가 되는 거 같아요.”

아이디어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신다는 말씀일까요?

“아니요,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떠오르진 않고 어렵게 떠올라요. 살면서 경험을 통해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그 안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아요. 예를 들자면 던전앤파이터 광고도 살아온 경험 안에서 얻은 영감일 수 있겠네요. 키보드 자판을 의인화해서 표현했는데 키보드를 눌러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자주 쓰이는 키들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이처럼 일상에서 들었던 생각들이 모두 생각의 원천이 됐죠.”

지금까지 제작하신 광고 중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광고는 무엇인가요?

“배스킨라빈스 추석 선물 세트 광고가 있는데요, 전통을 상징하는 왕의 역할로 김영철 배우를 캐스팅해서 제작했죠. 사실 그 광고는 2017년에 단발성으로 기획된 광고였는데 반응이 좋아 2018년, 2019년까지 매년 추석 시리즈로 이어졌어요. 하나의 마케팅이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광고를 만드실 때 좋았던 기억이나 고충이 있으셨나요?

“2017년 1편을 제작할 당시 현장에서 대본을 바꾼 경험이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 대중의 반응이 좋았던 구간이 ‘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라는 종업원의 질문에 김영철 왕 옆에 있던 김주헌 장군이 ‘난 엄마는 외계인!’이라고 외치는 장면이에요. 사실 이 장면은 콘티에는 없던 게 현장에서 생긴 거예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종업원과 왕의 다른 대사가 있었는데 촬영 현장에서 그 대사를 삭제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시나리오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없애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죠. 현장에서 고민하며 김주헌 배우의 장군 착장을 확인하고 있는데, 장난스럽게 칼을 꺼내 들며 ‘난 엄마는 외계인 주시오!’라고 외치는 거예요. 조선시대 장군 갑옷 입고 하는 그 말이 너무 웃겨서 현장에서 바로 그 구간을 대체할 대본과 콘티를 짜고 바로 촬영했습니다. 이 대사가 반응이 워낙 좋아 2편, 3편에서도 장군은 곧 죽어도 엄마는 외계인 찾는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네요.

추석 선물 세트는 배스킨라빈스가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추석 아이템이었어요. 이것이 정착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게 가장 기분이 좋았죠. 광고에 대한 반응이 좋다 보니 그때 출연했던 종업원을 맡았던 배우들도 활동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부분도 좋은 기억입니다.”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 아닐까요?” 돌고래 유괴단 이주형 감독
광고 감독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연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직면할 때가 너무도 많은데요, 사실 그런 불특정한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건 항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식으로 어려웠던 순간들은 엄청나게 많지만, 사실 그보다 아이데이션 과정이든, 프로덕션 과정이든, 후반 편집 과정이든 아이디어가 꼭 필요한 중요한 순간에 생각이 막힐 때가 한 번씩 오는데요, 그때가 제일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건 감독의 입장에 있는 누구나 그럴 것도 같네요.”

앞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신 광고나 도전하고 싶으신 광고가 있다면 어떤 광고인가요?

“저는 살면서 ‘광고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대신 ‘영상이라는 매체를 사용해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도전하고 싶은 광고가 특별히 있다기보다 앞으로도 그 어떤 장르든 영상을 통해 대중들과 감정 소통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만드는 결과물이 그 목표에 항상 도달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광고’에 관한 꿈을 갖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혹시 학교에서 광고 분석이나 레퍼런스 사례 분석 같은 것들 많이 하지 않나요? 전 그 과정이 광고를 배우는 데 있어 당연하고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현업까지 이어지는 건 좀 경계하는 편인데요,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레퍼런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게 그 이유이기도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탐구할 때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축구 선수한테 축구 잘하냐는 질문이 이상하듯, 광고인에게 광고 아이디어 잘 짜냐는 질문은 이상합니다. 프로 운동선수에게도 본인이 알고 있는 능력치가 세분화되어 있듯, 광고 프로로 입문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분야를 도전하고 부딪쳐 가며 본인 스스로의 능력치를 발견하고 세분화해 보고 탐구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는 것이 도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을 때 혹시 그 방향이 광고가 아닌 거 같다면, 빨리 방향 트세요.
여기 그렇게 배려가 많은 곳이 아니더라고요."

이진호 기자/남현우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