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정보 부족해 도전하기 쉽지 않아”

두 전공을 하나로 '자기설계융합전공'···아이디어 좋은데, 신청률 낮은 원인은?
대학생 스스로 전공을 설계할 수 있는 ‘자기설계융합전공’은 두 개 이상의 학과 또는 학부를 융합해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자기주도형 전공이다. 현재 이 제도는 성균관대학교를 비롯해 상명대, 서울여대, 숭실대 등의 수도권 대학과 부경대, 영남대 등 지방 거점 대학에서 자기설계융합전공, 학생설계전공이라는 각기 다른 명칭으로 실행 중이다.

자기설계융합전공은 학생이 전공분야를 설계하면 지도교수를 정해 전공명, 교육과정 등을 상의해 구성안을 제출한다. 이후 교수에게 적합성을 검토 받고, 교육과정을 보완해 심의자료를 완성한다. 해당 자료를 관련 학부, 학과장이 승인 및 학교의 허가를 받으면 직접 설계한 전공을 이수할 수 있게 된다.

2015학년도부터 자기설계융합전공을 실시한 성균관대는 2023학년도 2학기를 기준으로 사법학전공, 공연영화예술전공 등 318개의 전공이 개설됐다. 상명대의 경우 2017학년도에 자기설계융합전공 제도를 도입해 2024학년도 1학기까지 금융수학융합전공, 실감미디어문화콘텐츠전공 등 33개의 자기설계융합전공이 설계됐다. 스스로 설계한 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한 졸업생은 현재까지 총 21명이다.

숭실대도 2017학년도에 해당 제도를 도입해 계산과학전공 등 45개의 전공이 설계됐고, 이 중 학위를 취득한 졸업생은 10명이다. 현재 21명의 학생은 전공을 이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한 부경대는 올 1학기 기준으로 39개의 전공이 개설됐다. 경희대와 부경대 일부 대학에서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설계전공 공모전’을 진행하며 해당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두 전공을 하나로 '자기설계융합전공'···아이디어 좋은데, 신청률 낮은 원인은?
“내 손으로 만드는 오직 나만의 전공” vs “진입장벽이 높아 준비하기 어렵다”
이처럼 자기설계융합전공은 능동적으로 교과목을 이수하고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효용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진영 씨가 설계한 교육 과정표. 사진= 최진영 씨 제공
최진영 씨가 설계한 교육 과정표. 사진= 최진영 씨 제공
자기설계융합전공으로 사법학 전공을 설계한 최진영(대학생 4) 씨는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전공을 설계해 복수전공으로 이수하고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말했다.

이어 “스스로 주도해서 설계한 전공인 만큼 전공 공부에 열정과 의욕을 갖게 됐다”면서 “이 제도를 통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입시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두 전공을 하나로 '자기설계융합전공'···아이디어 좋은데, 신청률 낮은 원인은?
(위) 최진영 씨가 작성한 이수 계획표. (아래) 최진영 씨의 사법학 전공 교재. 사진=최진영 씨 제공
(위) 최진영 씨가 작성한 이수 계획표. (아래) 최진영 씨의 사법학 전공 교재. 사진=최진영 씨 제공
반면, 전공을 설계하고 학교로부터 승인받아 이수하기까지의 과정을 학생 혼자 수행하기는 복잡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학 전공을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경영학을 복수전공 하게 된 우혜영(대학생 3)씨는 “교양 수업으로 사회학개론을 들은 이후 사회학에 관심이 생겨 자기설계융합전공에 대해 찾아봤지만, 선례와 상세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포기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설명만으로는 과정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어려웠고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에서 해당 제도에 대한 홍보가 미흡한 것 또한 전공을 직접 설계하는 학생이 적은 원인으로 꼽힌다.

복수전공을 선택한 이후 자기설계융합전공을 알게 된 ㄱ씨(대학생 3)는 “직접 전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며 “학교에서 제도를 더 홍보해 많은 학생이 자기설계융합전공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해당 제도를 활용하지 않은 학생들만 느낀 어려움이 아니다.

자기설계융합전공을 이수 중인 최 씨도 “전공을 직접 설계하고 승인되기까지의 과정이 예상보다 꼼꼼해 쉽지만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자기설계융합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 간의 정보 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학생들 간에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동진우 상명대 학사운영팀장은 “전공 설계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을 위해 기존 설계됐던 자기설계융합전공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상명대 내 모든 전공의 교육과정을 진로 분야에 따라 분류해 제공하고 있는 교육과정 로드맵을 모듈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설계융합전공은 명확한 목표설정과 의지만 있다면 여타 전공제도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서지원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