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로 북적이는 관광지 대신 조용한 시골로 떠나는 여름휴가

충북 괴산에 위치한 ‘내려놓기 펜션’
충북 괴산에 위치한 ‘내려놓기 펜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촌캉스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촌캉스’란 시골을 뜻하는 촌과 휴양을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 한적한 시골로 떠나는 여행이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엠아이가 전국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올해 여름휴가 계획에 대한 설문에서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자연을 즐기며 현지 경험을 할 수 있는 촌캉스’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30.2%에 달했다.

여기에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6월 ‘촌캉스’ 검색량은 2021년 6월과 비교했을 때 15배 이상 늘었다. 관광보다 휴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촌캉스 인기의 요인으로 보인다.

서울 근교부터 밑 지방까지 전국 곳곳에 위치한 촌캉스 숙소는 10만 원대부터 50만 원대까지 가격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논과 밭에서 직접 먹을 채소 및 과일을 따올 수 있는 곳부터 친구들과 함께 몸빼바지, 밀짚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기 좋은 곳 등 숙소의 종류도 다양하다. 트렌드에 맞게 충북 괴산에 위치한 ‘내려놓기 펜션’으로 촌캉스를 떠나보았다.

경기도 남부에서 약 1시간 40분이 걸리는 충청북도 괴산은 고추축제로 알려진 지역으로 유명하다. 괴산에 들어서면 촌캉스 숙소에 가는 길은 논과 밭 그리고 산이 시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려놓기 펜션’은 괴산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버스로 20분가량 이동해야 찾을 수 있었다. 덧붙여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과 마트는 차로 10분 거리였다. 이러한 이유 탓에 대부분의 이용객은 자차를 이용해 방문했다. 펜션 입구에 도착하면 사장님이 각 방 옆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손님을 안내해 주신다.

방문했던 8월 9일 기준, 5개의 방 중 약 3개의 방이 예약돼 있었다. 사장님은 보통 가을에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는데 올해 들어서는 여름에도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방의 크기는 모두 같기 때문에 조용히 보낼 수 있도록 한 칸씩 떨어지게 배정해 주신다.

여름엔 시원한 흙방
펜션은 총 5개의 독채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흙방이었다. 방 밖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장작이 쌓여있었다. 사장님이 안내해 주신 방으로 들어가 보니 바깥보다 시원했다. 사장님은 밤이 되면 한여름이어도 에어컨 없이 잘 수 있다며 시원한 흙방의 특징을 설명해 주셨다. 방에는 이불과 TV, 작은 화장실과 주방이 있었다. 또 방 한편에는 바닥이 따뜻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장작을 과하게 넣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여름에 방문하는 이들은 장작의 훈훈함을 느낄 순 없지만 안에 들어서자마자 온도가 낮아지는 흙방의 매력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직 휴가 전이라면 ‘논멍’ 어떠세요?"
숙소 내부 및 주변 풍경.
숙소 내부 및 주변 풍경.
마트 대신 텃밭에서 따오는 채소
숙소 앞 장독대 뒤편엔 텃밭이 마련되어 있다. 내려놓기 펜션 텃밭에는 고추와 깻잎, 방울토마토, 가지, 옥수수 등이 있었다. 사장님은 텃밭에 있는 깻잎은 노지 깻잎이라며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깻잎에 비해 향이 짙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텃밭에 가까이만 가도 깻잎 향이 났다. 텃밭에 있는 채소는 모두 파는 것처럼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진 않지만, 밥 먹기 직전 직접 따와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사장님은 보통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손님이 텃밭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성인 여성들도 텃밭에서 채소를 따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불빛과 소리로부터 멀어지는 시골의 밤
5시쯤이 되면 하나둘 저녁 먹을 준비를 시작한다. 각 방 뒤에 마련되어 있는 평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각 평상 사이사이 작은 나무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문객들과 같은 시간대에 밥을 먹어도 크게 말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오히려 주변이 너무나 고요해 작은 소리만 들려도 뒤돌아보기 일쑤였다. 모두가 저녁을 먹은 후인 8시쯤이면 평상 근처는 작은 불빛도 없었다. 밖에 있는 불빛이 행여나 잠을 방해할까 암막 커튼을 치는 수고로움도 촌캉스 숙소에선 필요하지 않았다. 방 천장에는 작은 창이 있었는데 도시에선 올려다볼 일이 없는 밤하늘을 보며 잠에 들 수 있었다.
"아직 휴가 전이라면 ‘논멍’ 어떠세요?"
숙소 바로 앞 텃밭에서 직접 따온 채소들이다.
숙소 바로 앞 텃밭에서 직접 따온 채소들이다.
촌캉스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지내볼 수 있는 여행이다. 어쩌면 시간을 가득 채워 보내기를 바란다면 촌캉스가 아쉬울 수도 있겠다. 배달 앱에는 배달이 가능한 가게가 없다는 문구만 있었고 밤이 되면 주변이 너무나 고요해 일찍 잠을 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촌캉스 숙소 특성상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자차를 이용했다. 덧붙여 편의점 및 마트가 멀리 떨어져 있어 필요한 용품을 모두 미리 준비해 와야 편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촌캉스에 와야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도 있다. 먹고 싶은 채소를 숙소 앞에 있는 밭에서 바로 따 먹을 수 있고, 침대가 아닌 흙방 바닥에 누워 쉬는 것은 도심에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주변에 보이는 건 산과 논뿐이었기에 잡생각을 지우고 논을 감상하는 일명 ‘논멍’하며 쉴 수 있었다.

올여름 촌캉스를 다녀온 A 씨는 “잔잔하고 평온했다”며 관광지를 방문하진 않았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것이 촌캉스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이어 평소엔 느낄 수 없던 나무 향기와 흙 향기를 맡으며 쉴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분들이라면 조용히 논멍할 수 있는 촌캉스는 어떨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세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