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논밭, 온통 초록과 파랑뿐인 풍경, 늘어난 몸빼바지와 밀짚모자. 모두 MZ세대에게 유행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최근 젊은 층은 촌으로 떠나는 바캉스, ‘촌캉스'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촌캉스가 유행이라는 사실은 여러 통계가 뒷받침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의하면 지난 1월 '촌캉스'의 검색량은 2022년 1월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검색자의 80% 이상이 2030 청년층이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농촌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보고한 '농업농촌 이슈 트렌드보고서'도 지난해 농촌 공간 트렌드 관련 정보량이 2021년 동일 월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농촌 공간의 개념이 '회복과 치유'의 공간에서 '일하고 즐기는' 공간까지 확장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온라인 SNS를 통한 트렌드 부상이 농촌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인식 변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농촌 공간 트렌드 관련 4개년 정보량 추이. 출처=농정원 보고서
농촌 공간 트렌드 관련 4개년 정보량 추이. 출처=농정원 보고서
실제 한 숙박 예약 사이트에 '촌캉스'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당장 이번 주말에 떠날 수 있는 전국 70여 개 숙소가 등장했고, 절반가량의 숙소가 이미 매진되어 예약할 수 없었다. 또한 숙소들은 '옛 시골집'. '자연에서의 온전한 쉼', 자연과 우리' 등 '휴식'을 드러내는 키워드를 숙소 명에 배치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했다.
젊은 층 사이 농촌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이 마치 유행처럼 자리 잡았고, 이가 SNS상에서 확산하며 농촌을 바라보는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힐링도 '힙하게' 즐기는 청년들
그렇다면 청년은 왜 도시가 아닌 농촌을 찾아 떠나게 되었을까. 농정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김보람 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겸 정책디자인센터 부센터장은 농촌 공간이 “촌스럽지만 독특하고 재미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몸빼바지에 밀짚모자, 고무신 차림의 컨셉 사진과 챌린지 영상을 찍으며 SNS에 공유하는 것은 청년 세대의 ’촌스러워서 오히려 힙한' 감성을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향토적 소품이 농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세대에게 독특함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농촌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층에게 '쉼터'가 된다는 점도 주요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여름 전남 화순으로 촌캉스를 떠났다는 이태영 씨(22)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큰 자극 없이 놀고 싶어서 촌캉스를 택했다”고 답했다. 그는 “밭에서 직접 따보는 농작물, 손수 해 먹는 음식, 저녁 8시가 되면 모든 불이 꺼지는 시골의 풍경 등 도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힐링을 주었다”고 전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특별한 시골에서의 하루가 일상에 지친 청년에게 재충전의 시간으로 작용한 것이다.
전남 화순의 풍경. 사진=이태영 씨 제공
전남 화순의 풍경. 사진=이태영 씨 제공
'지역 상생' 이끄는 촌캉스, 현명하게 떠나려면
청년 세대에 쉼을 줄 수 있는 촌캉스 유행은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농정원 보고서의 분석처럼 촌캉스 유행이 다양한 세대로부터 농촌 자체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 대한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인식이 촌캉스라는 작은 경험으로부터 촉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촌캉스를 지원하고자 정부와 지자체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더 현명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올 3월 '촌캉스 상품관'을 개설해 농촌 숙박 · 체험 여행 상품을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했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부터 강원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의 1박 2일 촌캉스 여행을 저렴한 가격에 지원했다.
촌캉스 상품관. 출처=웰촌
촌캉스 상품관. 출처=웰촌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는 한국철도공사의 KTX 할인 제도도 있다.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은 '청소년 드림'으로, 만 25세에서 33세 사이의 청년은 '힘내라 청춘'으로 최소 10%에서 최대 34%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KTX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지역 관광 연계 상품을 이용하면 주중은 50%, 주말 및 공휴일은 30% 할인받아 저렴한 KTX 가격과 함께 다양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코레일의 지역관광 연계상품. 출처=코레일톡
코레일의 지역관광 연계상품. 출처=코레일톡
때로는 짧은 여행이 긴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이번 봄에는 농촌에서 색다른 쉼표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

이진호 기자/전서영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