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의 시집 구매 급증, 새로운 독자층의 등장
MZ세대의 ‘핫플’에 들어선 시 전문 서점
시에 대한 젊은 독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이 MZ세대의 핫플레이스 거리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책방지기 김고요 시인은 “쌓여 가는 시집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시집 전문 서점을 열었다”며 “시라는 장르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부담 없이 시집을 들춰 보기를 바란다. 나도 그렇게 시를 가까이하게 됐다”고 전했다. ‘시요’의 책장에는 김 시인이 직접 큐레이션 문구를 적은 시집이 가득해, 입문자들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집을 쉽게 고를 수 있다. 지난 3월 ‘시요’를 방문한 20대 이용자 B 씨는 “예약제로 운영돼 혼자 조용히 책방을 둘러보면서 시를 즐길 수 있었다. 시집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후기를 남겼다.
SNS 속 간결한 언어로 ‘숏폼 세대’를 사로잡다
출판업계에서는 “SNS를 통한 시 공유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가 시를 더욱 자연스럽게 즐기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는 전후 맥락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고,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SNS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박하나 예스24 마케팅본부장은 “시는 일종의 ‘숏폼’ 콘텐츠다. 숏폼에 익숙한 10대에게 시의 짧고 감각적인 언어가 색다른 감성으로 와닿으면서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Z세대, 독자에서 창작자로.. 베스트셀러 순위도 변화
실제로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되었다. 1997년생 고선경 작가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과 『샤워젤과 소다수』가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했고, 평소 x(구 트위터), 포스타입 등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차정은 작가의 『토마토 컵라면』이 9위에 올랐다. 또한, 해당 도서들의 10·20세대 구매 비율은 각각 45.9%, 51.9%, 60.9%로, MZ세대가 시집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짧지만 강렬한 언어로 감정을 포착하는 시가 MZ세대의 감성과 맞닿으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진호 기자/이다윤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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