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 부동산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은 각별하다. 대한민국 부자들의 재테크 성공 스토리에는 항상 부동산이 있었으며 서민들에게도 어렵게 마련한 집 한 채가 과거 몇 십 년간 재산 증식의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앞으로도 내가 가진 돈의 대부분은 물론이고 큰 빚을 지더라도 가지고 있을 만큼 부동산은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유용할까.
인생 2막의 부동산 자산관리는
“10년 전, 종잣돈에 대출까지 탈탈 털어서 구매한 집값이 2배 이상 뛰어오르는 걸 보면서 부동산 불패라는 말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마침 주변의 권유도 있어서 재작년에 추가로 대출을 받아 집을 한 채 더 샀는데 최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 고민이네요.”

최근 이처럼 집값 하락을 토로하는 목소리를 자주 접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를 넘어설 정도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자산가들의 가장 ‘흔한’ 고민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자는 중장기적으로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인구 증가가 맞물린 과거의 고성장기에 비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고령화·저성장기는 부동산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 TV에서 고령화의 여파로 일본 도쿄 주변 ‘다마신도시(서울의 분당, 일산에 해당)’의 아파트 가격이 최초 분양가 대비 5분의 1로 폭락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강남 등 일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1980년대의 일본처럼 거품이 없고 담보 비율도 낮으며 주택보급률도 아직 여유가 있어 일본과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강조하는 미래 예측의 유일한 수단인 ‘인구구조의 변화’ 중에서 고령화는 정도의 차이일 뿐 부동산 시장에 분명 큰 위협 요인이다.

자산 증식보다는 노후 대비 수단
특히 40대 이후 형성하는 자산의 대부분을 훗날 연금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 맞게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즉, 부동산을 과거처럼 공격적 자산 증식의 수단이라기보다는 미래 연금 수입의 확보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향후 부동산 자산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부동산 가격의 미래 예측보다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기 쉬운지, 그리고 적더라도 정기적인 수입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지가 판단에 있어서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민들이라면 부동산 보유는 서울 등 대도시 핵심권역의 똘똘한 집 한 채로 리밸런싱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젊은 인구의 유입과 신규 공급의 만성적 부족으로 고령화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고 투자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부동산의 대박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가 높았던 토지는 현금화가 어렵고 과거처럼 대규모 지역 개발의 수혜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져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다. 높은 임대수익률로 인기가 높았던 상가(상업용 부동산)도 경기의 부침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저성장기에는 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덧붙여 만약 무리하게 빚을 내어 집을 샀거나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경우라면 수입이 있는 동안은 꾸준히 빚을 갚아 나가되 은퇴 전에 부동산을 은퇴소득으로 전환하는 ‘부동산 연금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부동산 연금화 방법은 크게 임대를 놓거나, 집을 팔아 줄이는 다운사이징, 그리고 정부 또는 공사에서 운용하는 연금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우선 임대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현금흐름도 창출되는 장점이 있어 자산 규모가 크거나 사정상 매각이 여의치 않을 때 주로 고려하게 된다. 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 시 지난해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임대소득 분리과세(연 2000만 원까지), 취득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다운사이징’보다 주택연금 활용
반면 다운사이징의 경우 현재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매우 높고 대출에 대한 부담이 클 때 주로 고려하게 된다. 말 그대로 주거공간의 평수를 줄이거나 전세로의 전환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한 다음 남는 돈을 연금 자산으로 활용하는 형태다. 과거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건강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등의 비용도 은퇴 후에는 큰 부담이 되는데 다운사이징은 이를 경감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된다.

하지만 은퇴 후 주거에 대한 부분을 돈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는 법, 집이 줄어들면서 느끼는 상실감이나 장기간 주거한 곳에서 이주 시 느낄 수 있는 불편함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경우 주택금융공사에서 운용 중인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주택연금의 경우 거주권을 평생 보장받으면서 부부 사망 시까지 연금을 종신 지급받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부부 사망 시 주택 가치가 지급받은 연금보다 더 많으면 정산 후 자녀에게 상속되는 반면, 반대의 경우 아무런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담보 제공 주택에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므로 은퇴 후 자유로운 거주의 이동을 희망한다면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대한 신규 투자를 고민하는 중이라면 직접투자가 아니라 일정한 배당수익을 정기적으로 수취할 수 있는 간접투자 상품, 즉 부동산 펀드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핵심권역의 우량 부동산에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며 실물 부동산처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외에도 연금화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각각의 방법들마다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내가 구상하는 인생 2막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부합하는 방식을 찾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