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우리의 뇌는 습관에 의해 행동하고, 이는 곧 우리를 틀에 박힌 생각에 머물게 한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급변하고 있고, 그 변화를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 생존과 건강, 그리고 행복한 노년을 위한 중년의 두뇌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다. 참고 문헌 <사소하지만 쓸모 있는 뇌 사용법>(미셸 시메스·파트리스 롬덴 지음)
[big story]사고의 힘, ‘뇌섹 중년’ 전성시대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세상이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즉시 검색창에 문자나 음성, 이미지를 입력해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나이, 성별, 학력, 직업, 소비패턴 등 사용자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 정보까지 척척 제공받는 시대가 됐다. 정보를 접하는 방식도 글자로 된 문서보다는 짧고, 강렬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선호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국내 인터넷 이용자 약 10명 중 6명은 정보 검색 채널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60%는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한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검색 이용 채널 1위(복수 응답)는 92.4%를 차지한 네이버였고, 유튜브는 2위에 올랐다. 구글(56%), 다음(37.6%), 인스타그램(27.1%)이 그 뒤를 이었다.
[big story]사고의 힘, ‘뇌섹 중년’ 전성시대
동영상의 힘이 커지면서 지식과 정보의 권력이 동영상을 통해 제공하는 유튜브의 영향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단 젊은이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50대 이상의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51억 분에 달했다. 이는 10대(76억 분), 20대(53억 분)의 사용 시간보다 적지만 30대(42억 분), 40대(38억 분)보다는 높은 수치다. 온라인 기반 시장조사기관인 오픈서베이가 실시한 소셜미디어 이용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유튜브는 40대와 5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로 집계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이나 신문 대신 포털사이트에 손이 더 자주 갔죠. 사실 사는 것도 바쁜데 뉴스나 책은 머리 아파서 더 잘 안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포털사이트보다 유튜브가 더 편하더라고요. 일단 동영상이니 글자보다 보기에 더 쉽고 편하죠. 또 보고 싶은 것만 클릭해서 볼 수 있고요. 그러다 보니 요즘엔 도통 일 외에는 글을 읽는 일이 없어요. 깊게 생각하는 습관도 줄어들고, 기억력도 자꾸 감퇴하는 느낌입니다.”

2년 전부터 유튜브를 시청하기 시작했다는 50대 사업가 최 모 씨의 이야기다. 최 씨처럼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과 스트레스로 심신이 피곤한 중년들 상당수가 하고 있는 일 외에는 좀처럼 뇌에 자극받길 꺼리기 십상이다. 오히려 단 1분이라도 온전히 아무 생각하지 않고 쉬길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내게 책을 읽을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이다”는 소설 <소설처럼>의 한 구절처럼 이제 중년들도 사고의 힘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바라봐야 할 듯하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야말로 21세기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자 즐거운 노년을 대비하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생각은 광고, 부모, 정치인, 대중매체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은 자기 결정적인 특성을 가지는 진정한 개인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하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이 무기력하고 약하며 완전히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생활하며 강자의 먹이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연약한 모습으로 타인에게 애처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100세 시대, 창의적 중년이 되라
현재 4차 산업혁명, AI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 중 하나가
‘창의력’ 혹은 ‘창조적 인재’다. 정보의 수평화를 넘어, 이제는 누구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 유통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인 지금, 기업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 인재 구인에 힘을 올리고 있다.
[big story]사고의 힘, ‘뇌섹 중년’ 전성시대
잡코리아가 지난 3월 시가총액 상위 30개사의 홈페이지에 나온 인재상 키워드 250건을 분석한 결과 ‘변화와 혁신’ 관련 키워드가 63.3%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창의·창조(60%), 도전(53.3%), 열정(53.3%), 전문가·최고(50%)와 같은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삼성과 KT&G는 각각 ‘창의와 혁신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를 기업의 인재상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팀워크를 이루며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인재(LG전자)’, ‘스스로 동기부여 해 높은 목표에 도전하고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실행을 하는 인재(SK하이닉스)’ 등의 인재상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 번의 큰 모험이 아니라 아직 그 기대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작은 생각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들은 남들보다 먼저 그것을 시작했거나 현상을 다르게 본 사람들이다. 늘 하던 대로 생각하면 늘 같은 결과만 얻게 된다. 잘나가던 기업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사라지는 이 시대에 해답은 창의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따라서 100세 시대에서 중년들 역시 제2, 제3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힘을 섬세하게 가꿀 필요가 있다.

리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리더의 자질은 새로운 정보와 이론에 예민하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학습 민첩성과 누구하고도 협업 조정을 통해 팀으로 일할 수 있는 유연성, 그리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는 결코 갇힌 사고로는 행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당신의 틀을 변화시켜야 한다. 영국의 수학자인 롭 이스터웨이는 저서 <틀을 깨는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생활 속 어떤 무의미한 도전이라도 해보라고 권한다.

가령, 출근을 할 때 다른 길을 이용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 전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잡지를 구매해 읽어볼 것, 휴가를 예년과는 다른 시기에 갈 것, 지역 신문이나 도서관에서 다음 주에 갈 수 있는 대중 공연 목록을 찾아본 뒤 그중 세 번째 것을 선택해 참여해볼 것, 무작위로 식당을 골라볼 것 등등 틀에 박힌 습관을 깨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뇌는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10~20분씩이라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도전해보자. 이 밖에도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놀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강한 뇌 지키기
말랑말랑한 사고력 외에도 두뇌 트레이닝은 중년에게 필수다. 뇌 기능도 나이가 들면서 현저하게 떨어져 치매와 같은 다양한 뇌 질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치매에 걸리면 뇌가 손상을 받아 신체 기능이 점점 떨어지다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보통 진단 후 10년 안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가 아니라도 중년 이후에는 잦은 건망증, 기억력 저하로 가끔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40~50대가 되면 젊었을 때에 비해 기억해내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기억용량이 부족해 일시적으로 잊어버리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간혹, 아는 사람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당황하거나 휴대전화나 리모컨을 찾아 헤맨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망증이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라고 해서 그저 나이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증세 초기에는 사소한 것을 놓칠 수 있지만 빈도나 종류가 다양해지면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불편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건망증은 일시적인 기억장애 상태이므로 장애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는 아직 뾰족한 예방법이 없지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 중년부터 꾸준하게 노력을 한다면 예방이 가능한 치매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방하는 것이 최선일까. 프랑스의 국민 의사로 불리는 미셸 시메스의 저서<사소하지만 쓸모 있는 뇌 사용법>에서 ‘기억력을 유지하는 요령’을 소개했다. 행복한 중년 이후의 삶을 원한다면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실천해보길 추천한다.
[big story]사고의 힘, ‘뇌섹 중년’ 전성시대
기억력을 유지하는 요령
자료출처 : <사소하지만 쓸모 있는 뇌 사용법>

1명상하기
미국의 신경학자들이 명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향상한다고 연구 결과를 냈다. 실험 참가자 16명의 8주간에 걸친 명상 여부에 따른 뇌 영역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명상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학습 능력을 관장하는 영역이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 손 글씨 쓰기
손 글씨는 기억뿐만 아니라 사유나 언어 활동에 관여하는
뇌 영역들을 자극한다. 손으로 필기를 하고 나중에 한 번 더 읽으면서 중요한 정보에 밑줄을 그어보라. 정보가 훨씬 더 기억에 잘 남을 것이다.
3웃기
웃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우리가 웃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집중력을 향상시켜 기억도 더 잘 남기 때문이다.
4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단기 기억력 감소에 영향을 준다. 이 호르몬은 실제로 학습 능력을 전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곧 기억력을 지키는 것이다.
5반복하기
공부 잘하는 비결도 사실 따지고 보면 반복 학습이 크다. 반복은 기억의 가장 좋은 친구다. 붙잡아 놓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말하고, 또 말하고, 몇 번이고 되뇌어라.
6삶에 충실하기
우리가 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극을 받을 때마다 우리 뇌의 겉질은 두꺼워지고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강화되며 새로운 전달 회로들이 생성된다.
7논쟁하기
주장하는 바를 말로 표현하고, 논지를 발전시키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신경회로 관리의 일환이자 이런 종류의 두뇌 체조는 하면 할수록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8말하기
소리 내어 말한다. 가령, 집에 들어갔을 때 열쇠나 휴대전화를 어디에 둔지 모르고 찾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잦다면 물건을 자주 놓아 둔 장소를 소리 내어 말해보는 습관을 길들이자. “자동차 키를 소파에 뒀어”, “휴대전화를 침대에 뒀어”라고 소리 내어 말하면 청각 기억까지 동원돼 물건을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9연결하기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루스벨트는 누군가를 처음 소개받을 때마다 상대의 이마에 그 사람 이름을 한 글자씩 시각적으로 띄우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그의 뇌는 이런 식으로 상대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했던 것. 그 결과 그는 자기가 한번이라도 만났던 사람은 모두 기억했다고 한다.
10게임하기
스도쿠, 브리지, 십자말풀이, 스크래블 등 뇌를 사용하는 게임들이 기억력을 자극한다. 특히, 이런 종류의 게임을 많이 할수록 정보가 신경회로를 거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고.
11할 일 해치우기
막힌 데가 뚫리면 기억력은 그때부터 더 향상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절대 내일로 미루지 말자. 이미 해결된 문제는 정신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12 배우기
여러 가지 언어를 배워보자. 외국어 공부는 기억력을 유지하고 강화한다. 이미 다수의 연구로 증명된 사실이다. 새로운 언어도 배우고 기억력까지 좋아지면 일석이조 아닐까.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7호(2019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