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나날>저자 김세희 작가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누구나 일부러 꼰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젊은 세대들의 최근 이슈나 문화 콘텐츠들을 늘 곁에 둬야 한다는 것. 김세희 작가의 소설 <가만한 나날>은 그 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보편적인 고민거리와 일상, 슬픔 등을 엿볼 수 있는 안내서와도 같았다. 그가 말하는 요즘 청년들의 표상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 서범세 기자
[인터뷰]청춘의 웅얼거림을 읊조리다
살다 보면 사는 게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대화 상대를 찾아 이야길 꺼내보지만, 마음속 가뭄은 쉽사리 해갈되지 않는다. 마치 나 홀로 벽에 갇힌 것 같은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저 외롭다, 고독하다는 표현으론 입체감이 부족하다.

우리 삶에서 문학이 결코 멀어져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학은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상의 미세한 감정이나 상황, 갈등 등을 매우 구체적인 단어와 문장으로 설명해준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들은 ‘파수꾼’에 가깝다. 세상을 끊임없이 살피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시대의 감성이나 정신을 다각도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 없는 음성으로 낮게 읊조리는 소심한 목소리에 삶의 깊은 진실이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그런 웅얼거림을 잘 들으려면 발화자 가까이에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김영하 작가의 말도 그런 연유에서 기인할 터다.

그래서일까. 김세희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가만한 나날>이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 건 소설이 담고 있는 청년들의 ‘날것’ 그대로의 작은 웅얼거림이 매 에피소드마다 읊조리듯 녹아 있어서다.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 작가는 연애, 취직, 결혼 등 사회초년생에게 막중한 과업이 된 사건을 통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8편의 소설을 엮어 <가만한 나날>을 올해 내놓았다.

책에는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연인에서 부부로 역할이 바뀔 때의 조바심과 주저함, 설렘과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표제작 <가만한 나날>에서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경진’은 가습기 살균제 ‘뽀송이’ 사건이 터졌을 때 자신이 거짓으로 후기를 작성한 일에 대해 상사가 사회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감정 연습>의 ‘상미’는 출판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된 ‘김태영’을 향해 자신도 모르는 지독한 악의와 미움을 느낀다.

<그건 정말 슬픈 일일 거야>의 ‘진아’는 연하 애인 ‘연승’의 부탁으로 그가 우상처럼 여기는 선배의 집에 방문한 뒤, 연승과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흔들린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살면서 수없이 겪었던 엉킨 관계들과 뒤섞인 마음,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청년들이 직면하는 보편적인 슬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좀 더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과연 김 작가가 바라보는 요즘 청년들의 가만한 나날은 어떤 것일까.

등단한 지 벌써 4년이 돼 갑니다. 그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혹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요.
“국내에서 작가가 등단하는 코스가 크게 2가지거든요. 신춘문예와 문학 잡지 등을 통해 등단하는 건데, 사실 등단을 해도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어요. 막상 등단이란 큰 문을 넘어도 일반 독자들을 바로 만날 기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되레 누군가로부터 또다시 단편원고 청탁을 기다리는 일이 더 많죠. 많게는 1년에 4번에서 보통은 2편 정도 원고 청탁이 신예 작가들에게 들어오는데 그 시기를 기다리며 글을 써야 해요. 물론, 작가가 되기 위해 등단을 했다는 건 하나의 큰 단계를 통과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기쁜 일이죠.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아무것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그래서 저도 등단 이후 ‘내가 앞으로 전업 작가로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하며 막연히 불안했던 적도 많아요. 하지만 지난 4년간 단편을 하나씩 쓰면서 지금까지 제가 몰랐던 저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학습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겪으니 서서히 제가 어떤 글을 쓸 수 있고, 잘 맞는지, 어떤 식으로 썼을 때 좀 좋은 글이 나오는지 알게 됐죠.

<가만한 나날>을 읽어보시면 단편마다 제 글의 톤도 바뀌고 느낌도 바뀌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과정들의 학습을 통해) 적어도 제가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인터뷰]청춘의 웅얼거림을 읊조리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져 있는 듯합니다. 작가님이 속한 세대이기도 한데, 작가님이 바라보는 이 세대의 고민거리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저희 세대가 ‘뭔가 맞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왔어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고, 입기를 강요받는 기분이랄까요. 가령 이런 거죠. 제 소설 <현기증>에서 상률과 원희가 중고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에 다녀와요. 그 과정에서 원희가 비로소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깨닫고요.

원희가 어렸을 때부터 교과서나 미디어에서 봤던 소위 ‘결혼의 형태’는 지금 그녀가 처해 있는 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는 거죠. 저도 그런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요.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연 그렇게 만들어진 일종의 ‘사회적 모델’이 정말 우리에게 맞는 걸까 싶어요. 되레 저와 제 친구들, 대다수의 사람들의 실상은 그 모델을 따라가기 굉장히 무리가 따르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그 룰을 따르지 않으면 ‘루저’가 될지도 모른다는 박탈감에 좌절하고요. 장례나 직장문화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디자인된 기존의 삶의 방식이 우리 세대의 실상과 좀 안 맞지 않나 싶어요. 이제 그런 낡은 삶의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지금 세대의 큰 고민 같아요.”

<가만한 나날>도 그렇지만 오는 6월 출간될 <항구의 사랑>도 첫사랑, 첫 감정 등 주로 ‘시작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그 주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제가 글을 쓸 때는 ‘처음’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저 소설을 쓸 때마다 제 경험 중에 당시엔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건지 몰랐는데 어쩐지 계속 기억에 남는 것들을 그때그때 꺼내서 쓸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신샛별 문학평론가가 써주신 <가만한 나날>의 해설, ‘우리의 모든 처음들’을 읽어보니 ‘아, 그게 다 처음이라서 그랬나 봐. 처음이라서 그렇게 어렵고, 미숙하고. 그래서 계속 내 기억에 남아 있었던 거구나’ 책을 묶으면서 오히려 깨달았죠.”

작품들을 보면 거대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디테일한 묘사나 상황이 많아요. 소설을 쓸 때 주로 어떻게 아이디어나 영감을 떠올리는지 궁금해요.
“앞서 말했듯이 보통 아이디어는 제가 과거 경험했던 일이나 주변에서 들었던 일 중 인상 깊게 남았던 것들을 주로 써요. 장면으로 기억되는 것도 있고 특정한 사건일 때도 있어요. 일례로 <드림팀> 같은 경우는 제가 함께 일했던 전 회사 선배한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썼어요. 그 선배의 이전 회사 선배가 어느 날 갑자기 선배에게 전화를 해서 ‘요즘 상담을 받고 있는데, 과거에 너에게 미안했다’고 대뜸 사과를 했다는 거였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떠올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한 건 제 기억력 덕분이랄까요. 제가 어린 시절부터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어요. 단, 고유명사나 연도, 숫자 등을 외우는 건 꽤 어려워하는데 어떤 상황이나 그 속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은 다 생생하게 기억하는 편이에요. 일부러 기억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소설을 쓸 때마다 그런 것들이 잘 떠올라서 활용하고 있어요. 기록하고, 메모하는 타입은 더욱 아니고요.”

어린 시절 대통령을 꿈꿨다고 들었는데, 작가가 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제가 목포 출신인데요, 그곳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았죠. 목포는 서울에서 거리상으로도 멀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도시예요. 그래서인지 저는 대학생이 돼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 늘 어떤 중심의 무대에서 밀려나 있다고 생각했어요. 뉴스를 봐도 그렇고, 항상 중요한 일, 진짜 세상은 서울이나 대도시에 있는 것 같았죠. 그래서 10대 시절에는 항상 서울로 대학을 가는 스무 살이 돼야 진짜 제 인생이 시작될 거라 생각했었죠.

제 눈앞에 있는 목포 사람들과 일상이 그때의 진짜 제 삶이었는데 말이에요. 어쩌면 당시 저한테 정치라는 건 막연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중대한 결정이 일어나는 동경의 대상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중요한 일이 일어나는 현장에 나도 같이 있고 싶다’, ‘거대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죠.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생각한 정치라는 건 제 인생하곤 아무 관련이 없었어요.

대학에 들어와 공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커질수록 정치는 나랑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히려 내 일상에서 쉽게 겪는 일들이 정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죠. 가령,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이나 지역 이슈가 중앙에서 다뤄지지 않고 소외되는 것들, 이런 것들이 다 정치적인 거잖아요.

그러면서 제 안의 정치라는 개념이 조금씩 바뀌었던 것 같아요. 제가 정희진 선생님 글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분이 쓴 ‘혁명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칼럼을 읽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어요. 마찬가지로 정치가 아니라 ‘소설을 쓴다’, ‘문학을 한다’ 이런 건 아니고요. 그 연장선상에서 제가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청춘의 웅얼거림을 읊조리다
글 쓰는 건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목포에서 자랄 때 오락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정말 많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책 몇 권이 제겐 큰 의미였어요. 계속 책들을 반복해서 읽고, 그걸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게 (작가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부터였어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는데 그때 만난 선배들, 동기들, 후배들과 같이 소설 창작모임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분량도 적고, 아마추어적 수준이었지만 그렇게 소설쓰기를 시작했죠.”

처음 쓴 소설을 기억하나요.
“음, 제가 신경숙 작가님의 <외딴방>을 매우 좋아해요. <외딴방>은 시골 정읍에 살고 있는 소녀가 서울에 올라와서 겪은 일을 굉장히 담담하게 수필처럼 쓴 소설이잖아요. 아마 그때 제 상황과 비슷한 것도 많고, 공감도 됐죠. 그래서 서울에 막 상경하고 하숙을 했던 당시 저의 대학생활을 신경숙 작가의 문체를 빌려서 수필처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신경숙 작가의 팬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지, 그리고 요즘 눈길이 가는 작가가 있다면요.
“네, 여전히 좋아해요. 사실 제가 신 작가의 <외딴방>을 1학년 때 과방에서 우연히 읽기 전까지는 한국 문학을 가까이 하지 않았어요. 그전에는 주로 세계 명작이나 당시 인기가 많았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문학을 되레 더 자주 읽었죠. 그런데 <외딴방>을 읽고 나니 소설의 정서나 상황이 저와 무척 가깝게 느껴졌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한국 소설을 읽는 기쁨을 알게 됐습니다.

여전히 <외딴방>은 자주 꺼내 읽는 책이에요. 그 외에도 좋아하는 작가들은 많은데, 김금희 작가와 최은영 작가의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일단 내용이 재미있어서 가독성이 높고, 동시대적 고민들을 경쾌하게 담고 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얻는다고 했는데, 특별히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면요.
“제가 임신 했을 때 입덧을 두 달간 혹독하게 했어요.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할뿐더러 외출도 못할 정도로 입덧이 심했죠. 그때 남편이 제 곁에서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게 없구나. 임신한 동안은 네가 이렇게 고생하니까 출산한 뒤에는 내가 육아에 더 힘을 쓰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실제로 출산 직후 6개월 동안 남편이 육아휴직을 써서 물심양면으로 절 도와줬어요. 그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그 기간 동안 저는 작업실 공간을 구해서 아침에 나가서 저녁까지 책을 읽고, 글을 썼어요. 육아는 남편이 전담하다시피 했고요. 밤에 잘 때도 아기방에서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자면서 분유도 시간마다 먹여주곤 했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죠.”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주제나 장르가 있다면요.
“그동안은 주로 제 경험과 관찰을 기반으로 소설을 썼는데 앞으로는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처럼 온전히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신간 <항구의 사랑>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에 대해 소개 좀 해주세요.
“지난 4월부터 ‘창작과 비평’ 온라인 사이트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란 글을 연재하고 있어요. 책을 좋아해서 첫 직장을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스물네 살의 여자 이야기죠.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제가 깨달은 건 ‘아, 내가 과도기 상태에 놓여 있는 인물들에게 굉장히 관심이 많구나’ 하는 거였어요.

과도기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 가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더라고요. 곧 출간될 <항구의 사랑>의 경우, 10대 시절을 지방에서 보낸 주인공이 대학생이 돼 서울, 이른바 어떤 주류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괴리감이 주된 테마였어요. 그리고 그 과도기 과정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담고 있죠. 첫 직장생활도 또 다른 과도기 같아요.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변화들도 굉장히 많고요. 그때 일어나는 변화가 어떤 걸까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그때 사람들은 어떤 고민과 경험을 하고, 상처들을 주고받으며 변해 가는지 좀 구체적으로 세세히 다뤄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를 쓰게 됐고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됐을 때 기쁨도 있지만 슬픔도 있잖아요. 그런 괴리감 등을 담아볼 생각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 작가님이 보기에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한테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거든요. 물론, TV나 영화로도 다뤄지죠. 그런데 저는 이런 매체들이 보여주는 것들이 대개 삶의 단면만 보여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예를 들면, 수년째 TV를 통해 각종 육아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는데, 좀 나쁘게 말하자면 약간 기만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위선적이기도 하고요.

사실 살다 보면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상당수 콘텐츠들은 점점 더 맹목적으로 긍정적이고, 밝은 면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멋진 것만 보여주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시대 분위기도 있고요. 하지만 정작 그걸 보면서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적잖이 괴리감을 느낄 것 같아요. ‘내 삶은 저렇지 않은데 왜 저들은 저렇게 행복한 감정만 느끼고 사는 걸까’ 하면서요.

반면에 제가 소설을 계속해서 읽고 쓰는 건 그게 다른 매체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좀 더 삶의 실체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른 데에서는 잘 하지 않은 말을 소설은 해주니까요. ‘너만 그렇게 (힘든) 경험을 하는 게 아니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야’라고요. 이처럼 문학은 삶의 실상에 좀 더 가까운 것이어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글쓰기란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또 다른 삶’ 혹은 ‘두 번째 삶’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가령, 제가 지금 자연인으로서 삶을 영속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상의 경험들이 바로 글로 써지지는 않아요. 대부분 몇 년 뒤에 나오죠. 그리고 천천히 그 글쓰기를 통해 과거에는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시각과 감정들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 제가 지금 겪는 출산, 육아의 경험들과 고민들도 몇 년 뒤에 글로 나올 수 있겠죠.”

앞으로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요.
“일단 등단을 통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이뤘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작가란 타이틀이 올림픽처럼 매달을 따서 얻는 것이 아니듯 계속해서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김세희 작가는…
1987년 목포 출생으로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15년 ‘세계의 문학’에 <얕은 잠>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8년 <가만한 나날>로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드림팀>,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 거야> 등이 있다. 오는 6월 두 번째 단행본
<항구의 사랑>을 출간할 예정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