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스피드마스터의 진화

[한경 머니 = 양정원 기자] 우주로 간 최초의 시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인류의 과감한 도전의 현장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1962년 머큐리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제미니, 그리고 아폴로 11을 포함한 모든 아폴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나사의 모든 유인 탐사의 중심에는 스피드마스터가 함께 했다.
[Watch the Watches] THE OMEGA TIME_Part. 2
1957년 탄생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베젤에 새긴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시계였다. 오늘날 우주인들이 애용하는 시계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 시작은 레이싱 시계였다. 칼리버 321을 탑재한 CK 2915는 넓은 화살표 모양의 브로드 애로 핸즈, 1000 베이스의 스틸 컬러의 베젤과 함께 직선형 러그가 장착된 대칭형 케이스가 특징이었다.
1959년 블랙 알루미늄 베젤과 나뭇잎 모양의 알파 핸즈를 장착한 2세대 스피드마스터, CK 2998을 통해 오메가의 지구를 떠나는 모험이 시작됐다. 1962년 10월 3일, 우주비행사 월터 시라(Walter Schirra)는 머큐리 프로그램의 시그마 7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CK 2998을 착용했고, 오메가는 최초로 인간이 우주에서 착용한 시계로 기록됐다.


나사의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 유일한 시계
달 착륙에 대한 인류의 꿈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역시 달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주선이 발사되기 5년 전인 1964년, 나사는 달 착륙 작전을 위해 모든 유인 우주탐사에 적합한 자격을 갖춘 시계를 찾아 나섰다. 당시 탑승자 관리부서장인 데케 슬레이튼(Deke Slayton)은 세계 각지의 시계 매뉴팩처에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요청했고, 나사는 오메가를 포함해 수많은 브랜드의 시계를 두고 가혹하게 테스트했다. 온도(최고 영상 93도까지 노출한 직후 영하 18도에서 냉각), 충격, 진동 및 진공 상태 등 각기 다른 환경에서 노출되는, 말 그대로 시계를 망가뜨리기 직전까지 가는 극한의 테스트가 진행됐다.
그 결과 살아남은 것은 오직 단 하나, 바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였다. 당시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의 11가지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스피드마스터 ST 105.003는 엔지니어, 우주비행사 등 동종 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 만장일치로 승인을 얻었다. 1965년 3월
1일 나사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모든 유인 탐사 미션에 함께할 유일한 시계’로 공식 발표했다.


달에 착륙한 최초의 시계, 문워치
스피드마스터는 계속 진화했다. 1964년 선보인 ST 105.012는 크라운과 푸셔를 보호하기 위해 트위스트 러그와 새로운 비대칭 케이스를 적용했다. 이 비대칭 케이스의 디자인은 스피드마스터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됐다. 뿐만 아니라 다이얼에 ‘Profess- ional’ 문구를 최초로 새겨 넣었다. 1967년에는 새로운 푸셔를 비롯해 내부적 변화를 준 ST 145.012가 등장했다. 1969년 아폴로 11 미션의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발을 딛게 된 순간 착용하고 있던 스피드마스터가 바로 ST 105.012와 ST 145.012이다. 이 두 모델은 영하 50도와 영상 100도를 오가는 극한의 온도와,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의 중력, 그리고 고도의 정확성을 유지하는 작전 수행상의 시계로서 모든 역할을 수행했다. 성공적인 우주 작전을 수행한 스피드마스터는 달에 착륙한 최초의 시계란 의미로 ‘문워치(Moonwatch)’라는 각별한 별명을 얻었다.
1968년 선보인 스피드마스터 ST 145.022은 뛰어난 일관성과 높은 정확도로 무장한 새로운 칼리버 861이 탑재됐다. 페인트칠된 로고를 처음 적용했으며, 1970년 이후로는 ‘Flight-Qualified By Nasa For All Manned Space Missions’와 ‘The First Watch Worn On The Moon’이란 문구가 더해졌다. 이 모델부터 스피드마스터가 현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갖춘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