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동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율이 최고 수준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주식 상속에 대한 세무당국의 칼날도 날카롭다. 그만큼 주식 상속 시 과세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주의해야 할 점이 많은데, 전환사채를 명의신탁 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Question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명의신탁 하면 증여세 과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식 대신에 전환사채를 명의신탁 한 경우에도 증여세 과세 문제가 있는지, 또한 그 전환사채의 전환권을 행사해 얻은 주식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과세되는지 궁금합니다.

전환사채 명의신탁 시 과세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그 재산의 가액을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기명식 전환사채를 이전하려면 발행 회사가 가진 사채원부에 명의개서를 해야 하므로, 기명식 전환사채는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주식을 명의신탁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명식 전환사채를 명의신탁 해도 그 가액 상당액의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명의신탁 증여세의 납세 의무자는 원칙적으로 해당 재산의 명의자이나, 실제 소유자도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합니다. 원칙적으로 연대납세의무는 본래 납세 의무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나 명의신탁 증여세의 경우 그와 관계없이 실제 소유자가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므로 실질적으로는 실제 소유자가 명의신탁 증여세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금을 회피할 목적이 없이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나, 세금을 회피할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 때문에 명의신탁을 했다는 사실을 납세자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입증하는 게 힘들어 조세 회피 목적의 부존재로 납세자가 구제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편 명의신탁 된 기명식 전환사채의 전환권을 행사하면 명의자에게 주식이 배정됩니다. 이러한 주식은 기존 전환사채와 별도의 새로운 재산으로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 관계가 형성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최초로 증여의제 대상이 돼 과세됐거나 과세될 수 있는 기명식 전환사채의 명의자에게 전환권 행사에 따라 배정된 주식에 대해서는 다시 명의신탁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에 보유하던 기명식 전환사채가 별도의 대금 납입 없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재차 명의신탁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중과세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에서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명의신탁 주식을 팔아서 생긴 돈으로 다시 다른 주식을 매수해 새로운 명의신탁 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도 최초 명의신탁 주식 이후 재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명의신탁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기명식 전환사채를 명의신탁 하면 그 명의신탁을 한 날을 기준으로 해당 기명식 전환사채의 가액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나, 이후 전환권 행사로 발행된 주식에 대해서는 다시 명의신탁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