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섹스를 하나요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우리는 왜 섹스를 할까. 단지 생식을 위한 행위였다면 손가락 수를 넘을 만큼의 횟수는 필요 없었을 텐데 말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섹스를 부끄러워하고 죄라고 여긴다. 섹스의 쾌락은 21세기 한국에서 여전히 숨겨야 할 비밀일까.

성행위란 혼자 하는 섹스인 자위행위를 비롯해 둘 혹은 그 이상이 함께하는 섹스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다. 섹스를 통해 우리는 자식을 낳는 생식의 본능을 수행하고, ‘너를 좋아한다’며 사랑을 나누고 표현하며, 쾌락을 얻는다.

어떤 이는 이런 섹스를 통해 돈을 벌기도 하고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기도 한다. 자위행위를 하면 내 몸에 익숙해질 뿐 아니라 성기로부터 뇌로 전해져 다시 몸 전체로 퍼지는 짜릿한 성적 흥분과 만족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은 내게 쌓여 있던 성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안을 가져다준다. 사랑하는 이성과 나누는 섹스는 그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온몸이 떨리는 황홀감을 주며, 그로 인해 상대와 하나가 된 느낌을 확인시켜 주고 안정감을 준다.

우리가 섹스를 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이고 이 성을 통한 쾌락이야말로 행복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락을 우리는 섹스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성행위의 기본 중 하나는 ‘생식’이며, 그것이 성행위의 목표라 하지만 생식을 위해서 손가락 수를 넘는 횟수는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토록 자주 성행위를 하려고 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강력한 쾌감을 얻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 아기가 달콤한 사탕 맛을 알게 되면 어떻게라도 사탕을 먹으려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우리는 섹스의 쾌락을 얻기 위해 섹스 한다는 것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자신의 성욕을 부끄러워하고 죄라고 생각하며 숨기고 모르는 척한다.

섹스의 쾌락을 금기시하는 것은 아마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개, 고양이, 사자, 닭 등 어떤 동물도 자신들의 교미가 부끄러워 구석에 숨어서 하지는 않는다. 침팬지나 고래 같은 고등동물은 특별하게 좋아하는 상대가 있고, 심지어 자위행위를 하는 걸 보면 우리가 그들의 감각을 모를 뿐이란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성학회에 참가했을 때 가장 인기를 모았던 이는 쥐에게도 패티시가 있는지를 조그만 재킷을 이용해 실험한 미국의 생물학자였다. 물론 그의 실험은 성과가 있었다.

“우리 아기가 자꾸 성기를 만져요. 어떻게 하죠?”
“남편이 자기 서재에서 포르노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봤어요. 너무 더러워요.”
“잠을 자다 아내가 자위행위하며 내는 신음소리에 잠을 깼어요. 모르는 척했지만 아내가 자위행위를 하다니. 왠지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이런 ‘성행위’ 특히 ‘자위행위’에 대한 질문 속에는 불편한 마음이 묻어 있다. 어른 대상 성교육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은 질문 역시 자위행위에 대한 것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아이가(아기가), 청소년 자녀가, 심지어 이미 어른인 남편이 성기를 만지고 문지르고 자극하며 좋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남편 역시 아내의 자위행위가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아내가 성을 밝히는 것 같다며 불쾌해 하기조차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에 대한 이중성

청소년도 아니고, 유아가 무슨 성욕을 느껴 자위행위를 할까마는 어머니들은 유아조차 ‘성기를 만져 쾌감을 얻고 그것에 빠지지나 않을까’, ‘변태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빠져 있다. 심지어 겁에 질려 우는 젊은 어머니도 있다. 그런 여성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는 뭐가 가장 두려우세요? 그 아이가, 남편이 성행위에서 쾌락을 느끼고 거기에 빠질까 봐, 이상해질까 봐 겁이 나는 거죠? 바로 어머니께서 가진 성적 쾌감에 대한 강박과 두려움이 진짜 문제입니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태아조차 이미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발기를 하고 성기를 만지기도 한다. 유아의 것도 자연스런 행위이고 청소년이나 남편, 그리고 자신이 자위행위를 하는 것 역시 자신의 성감을 깨우쳐 가고 쾌감을 느끼고자 하는 자연스런 행위이고, 특히 여성에게 자위는 너무나 유용하다. 즐겁지 않은 자위행위나 섹스는 하지 않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위행위야말로 감각의 쾌락이 제1목표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불온’과 연결 짓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특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는 여전히 성행위를 통해 느끼는 쾌감을 건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섹스가 주는 여러 가지 유용함을 알고 있는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즐거운, 쾌락을 추구하는 섹스는 건강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 실제로 남편과의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것으로는 쉽게 상담실을 찾을 수 없지만, 질경련처럼 삽입이 안 돼 임신이 안 되는 경우는 좀 더 마음 편하게 상담을 하러 온다.

신(자연은)은 우리에게 성기를 만지면 기분이 좋게 만들어 주셨고(아마도 섹스를 덜할까 봐?), 섹스를 할 때는 오르가슴이란 강력한 쾌감의 선물 또한 마련해 주셨다. 특히 섹스를 통해 임신과 출산, 오랜 시간의 육아라는 과대한 보상을 치러야 하는 여성에게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오르가슴이라는 대단한 감각을 준비해 여성들이 섹스를 기피하지 않도록 하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때로 ‘작은 죽음’을 경험하게도 하는 오르가슴의 극대한 쾌감은 남성에게보다 여성에게 더 다양한 통로로 성취하게 하셨으니, 구하고 취하고 즐기시라! 성의 쾌락은 죄도 아니고, 두려움을 느낄 일도 아니며, 오히려 행복한 축복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