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부동산대학원장]라이프스타일 변화의 중심엔 늘 부동산이 있다. 최근 부는 ‘그린 라이프’ 열풍과 함께 시작된 부동산의 트렌드 변화를 짚어 본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다. <미스터 트롯>의 최고 시청률이 35.7%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특정 세대에게 선호된 콘텐츠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전까지 트로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2030세대까지 좋아할 수 있었기에 30%대가 넘는 시청률이 가능했다고 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트로트 가수 남진의 명곡 ‘님과 함께’의 가사 내용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원한다고 다 거주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초록식물이 있는 환경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싶다. 바로 ‘그린 라이프(green life)’다.
그린 라이프란 ‘식물과 자연을 포함해 나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모든 자연스러운 것들을 의미’한다. ‘그린 라이프’는 핸드메이드(handmade), 디자인(design),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더불어 2010년경 시작된 새로운 네 가지 라이프스타일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들어 ‘그린 라이프’는 <미스터 트롯>의 시청률 현상과 유사한 형태로 변화 내지는 진화하고 있다. 집에서 화분 등 식물을 가꾸거나 좋아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 특히 어머니들이 선호하는 소일거리 정도로 치부돼 왔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또한 남자들이 플로리스트가 되고자 꽃을 배운다는 것도 더 이상 신기한 뉴스가 아니다. 일단 녹색식물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아가 일부는 녹색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더 많은 것들을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주택이 아닌 주거공간 자체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야외 활동이 제약되다 보니 집 안에서의 생활을 위해서도 녹색식물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밖에서의 활동에 있어서도 녹색식물과 함께하는 그린 라이프가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지만 바뀌고 있는 주택에 대한 서로 다른 꿈, 선호하거나 꾸미고 싶어 하는 주거공간의 각기 다른 사례들을 그린 라이프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서도 가격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그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것 자체가 가격(price)에 내재된 ‘가치(value)’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세 개의 개별적인 에피소드(episode)를 통해 확인해 본다.

Episode 01
아파트에 들어온 그린 라이프
아파트는 익명성이 가장 높은 주거 형태다. 사는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하거나 내가 사는지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를 바라는 주거에 가장 가까운 주택 형태일 수 있다. 전용공간과 공용공간으로 확실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사는 전용공간만큼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자 희망한다.

그래서 아파트에 그린이 있는 공간을 만든다. 미세먼지도 잡으면서 코로나19 탓에 밖에 나가지 못해 보기 힘든 초록빛 생명을 만끽할 수 있는 언택트 프라이빗 힐링 테라피를 즐길 수 있는 녹색공간으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제거할 목적으로 공기정화식물 몇 종류를 발코니 안쪽 또는 창가 쪽 공간을 할애해 키우는 것은 이제 초보 수준이다. 벽에 매달고 화분류를 모으고 대형목을 키우기도 한다. 종류도 다양하게 혼합한다. 행잉 플랜트인 틸란드시아, 디시디아, 카피타타피치에서부터 화분류인 스투키, 문샤인, 몬스테라, 파키라(머니트리), 금전수, 산세베리아, 테이블야자, 아레카야자 등과 이외에 다양한 선인장류의 다육식물, 그리고 대형 플랜트로 키울 수 있는 녹보수, 뱅갈고무나무, 해피트리(헤테로파낙스 프라그란스) 등 실로 다양하다.

아파트 전용공간을 내가 주인공이 돼 그린 존(green zone)으로 꾸몄다면 공용공간인 아파트 단지 외부 공간 또한 그린 라이프를 조성할 수 있다. 아파트 전체 면적의 일정 비율을 옥외 녹지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법상 기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파트 시공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옥외 녹지공간 조성에 힘을 쏟는 시공사들도 늘고 있다.

아파트 주변에 공원이 있다면 산책로 연결을 통해 숲세권(숲세력권)이나 공세권(공원세력권, 공기세력권)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분양성을 높이기 위한 맥락이기도 하고 이런 아파트가 그렇지 못한 아파트에 비해 가격도 높다.

Episode 02
도심 단독주택에서 찾은 그린 라이프

최근 개인적으로 EBS TV에서 방영하는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집을 ‘사는(buying)’이 아닌 ‘사는(living)’ 공간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좋다. 방송에서 소개하고 있는 주거공간들은 도심에서 일정하게 이격된 교외(또는 지방)에 있는 주택들도 있지만, 도시 지역에 있는 주택들도 일부 있다. 양옥도 있지만 한옥도 있다. 철근콘크리트 주택도 있지만 목조주택도 있다.

거주하는 주택 이외에 카메라가 머무는 공간에 식물들이 있다. 조경된 주택 내 식물들도 있지만 집 밖의 차경으로써 산과 강도 있다. 조경된 주거공간에서의 넓거나 좁은 창문을 통해 바깥 차경까지 끌어들이기도 한다. 조경은 내가 가꾼 식물들이고 차경은 존재하는 자연 그대로 나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바로 그린 라이프인 셈이다.

그런 까닭인지 거주자 중에는 전문적인 가드닝(gardening)까지 할 줄 아는 그린 라이프 고수들도 있다. 도심 속 단독주택들이라고 넓은 마당에 모두 양잔디가 깔려 있고 비싼 관상목이 있는 게 아니다. 마당에 무심히 들꽃을 뿌려 가꾸며 잡초를 뽑기도 한다.

어떤 때는 거주하는 주거공간보다 가드닝하는 식물과 나무 가꾸기가 메인인 경우도 있다. 가드닝을 통한 그린 라이프로서의 삶을 스스로 가꾸는 듯하다. 크지 않은 텃밭을 가꾸기도 한다. 텃밭을 가꾸니 필요한 식재료는 당연히 텃밭에서 구한다. 미국에서도 텃밭을 가꾸는 사람은 드물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전국가드닝협회에 따르면 2014년 3가구에 1가구꼴로 자신이 키운 작물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들 가구들은 가드닝을 하기 때문에 텃밭을 함께 가꾼다고 봐야 할 듯싶다. 도심 속 단독주택 자체가 어쩌면 그린 라이프라고 봐야 할지 모른다.

최근 MBC에서 방송하는 <구해줘! 홈즈> 프로그램이 젊은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이유도 아파트 위주가 아닌 이외 다른 주택에서의 거주를 생각하는 최근의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는 지점도 이런 부분을 코디들이 설명할 때다.
추천되거나 선호되는 도심 속 주택 가운데 온실, 글라스하우스, 선룸, 데크 등이 설치된 곳들을 자주 본다.

활용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도심 속 여유를 일단의 그린 라이프를 통해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 니즈(needs)가 분명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부속 시설들을 애써 만드는 것은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이기도 하지만 아파트에는 없는 마당에 대한 그리움 때문으로 이해된다. 좁고 작을 수 있지만 도심 속 단독주택에는 저마다의 마당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pisode 03
도심 속 자연주의, 플랜트 카페
주택이 아닌 도심 속 부동산 상품에도 그린 라이프가 있다. 바로 도심 속 ‘플랜트 카페’가 그것이다. 미세먼지와 스트레스에 힘든 사람들이 교외로 나가지 않고 도심에서 그린 라이프를 느끼고 싶어 하는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커피 등의 음료는 부차적이다. 먼저 꽃이나 나무 등에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 먼저다. 따라서 공간 자체가 도심 속 건축물 안이 아니라 유리온실인 경우가 많다. 식물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온실이 유리하다.

이렇듯 도심 속 플랜트 카페가 늘고 있는 것은 도심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로부터다. 이것은 집 안에 식물을 들여 가꾸는 인테리어로서의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플랜테리어(planterior)’가 검색어로 등장하고, 이와 관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등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플랜테리어’로 주제어 검색을 하면 주택 인테리어에 그린 라이프를 접목시키려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내용이 확인된다. 플랜테리어 식물부터 조경을 위한 인테리어 설치 가구와 데커레이션 방법 등 다양하다.

도심 속 플랜트 카페의 변화는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자체가 녹색식물이다 보니 기존 카페의 평면 배치와는 전혀 다르다. 녹색식물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테이블 간 간격은 넓고 공간은 더 커졌다. VMD(Visual Merchandising: 매장 환경) 자체가 기존 카페와 달라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부동산은 ‘토지 위에 부착된 정착물’로 정의된다. 그 정착물 안에 그린 존이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의 부동산은 ‘토지 위에 부착된 정착물이되 그린 라이프를 즐길 수 있거나 그린 존이 설치돼 있는 곳’으로 바뀌어 정의될지 모른다.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공간이 바로 녹색의 푸른 식물과 어울리는 그린 라이프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