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오피스의 글로벌 투자는
패밀리오피스의 글로벌 투자는

[한경 머니 기고=미국 패밀리오피스협회(Family Office Exchange)·새라 해밀턴 FOX 회장]전 세계에 퍼져 있는 패밀리오피스는 과연 올해 상반기 투자 자산 배분을 어떻게 진행했을까.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의 흐름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북미 최대의 패밀리오피스협회인 Family Office Exchange(FOX)의 설문 내용을 FOX의 승인을 얻어 Wealthy&Wise에서 편집한 글입니다.

미국 최대의 패밀리오피스협회인 Family Office Exchange(이하 FOX)에서 패밀리오피스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패밀리오피스 글로벌 투자 배분 현황’에 대한 설문 결과가 발표됐다. 2020년 상반기 FOX의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전 세계 자산가 및 패밀리오피스를 대상으로 투자 경향 및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FOX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 결과를 발표하는 웹세미나 자리에서 FOX의 공동 대표인 빌 설리반 회장은 FOX가 매년 글로벌 투자 설문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다른 패밀리오피스들이 어떻게 투자 자산을 배분하고 있는지 비교해 보고 회원들 간에 새로운 투자 경향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FOX의 설문에는 총 300여 회원 중 약 3분의 1 정도인 117개의 패밀리오피스가 설문에 응답했고,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투자팀 구성, 내부 및 외부 투자자문 방법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으며, 투자 성과에 대한 답변은 1·3·5년 단위로 나누었다.

첫 번째 설문조사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것으로 다수의 참가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정점에 이르기 전에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빠른 시장의 변화를 감안해 올해 5월에 추가적으로 두 번째 설문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및 최신 대응 계획 전략을 수집해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를 비교했다.

설문에 참여한 패밀리오피스의 73%는 미국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머지 27%는 미국 외 호주,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홍콩, 케냐, 룩셈부르크, 멕시코, 모로코, 파나마, 페루,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에 위치한다.
패밀리오피스의 글로벌 투자는
패밀리오피스의 글로벌 투자는

설문에 응한 패밀리오피스의 평균 자산은 7억5000만 달러이며 중간 값은 3억 달러다. 응답자의 53%는 사업체를 직접 운영해 자산을 증식하고 있고 나머지 47%의 응답자는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년 똑같은 응답자가 FOX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 관한 설문조사는 100개 가문의 패밀리오피스를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고 설리반 회장은 설명했다. 투자 의사결정의 주체로는 가문 1·2세대가 78%이고 나머지 22%만이 가문 3세대 이상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답했다.

왼쪽은 미국 내 패밀리오피스의 평균적인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와 미국 외 패밀리오피스의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 현황이다. 두 표를 보면 큰 차이는 없지만 미국 외 지역의 패밀리오피스 포트폴리오가 조금 더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패밀리오피스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주식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현금 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는 비슷한 비율로 배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외 패밀리오피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과 채권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었고 나머지는 사모펀드, 부동산, 헤지펀드 순의 비중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2분기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이슈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파란색 막대그래프는 2~4월, 초록색 막대그래프는 5월에 실시한 추가 설문조사에 응답한 결과를 나타낸다.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만큼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2~4월 중에는 70%라고 했던 결과가 5월에는 97%로 치솟았다. 그 외의 답변으로는 무역전쟁, 민족주의, 정치적 변동, 저금리, 지구온난화, 관련 규제 강화 순의 응답 결과를 보였다.

무역전쟁은 전염병 다음으로 많았다. 2~4월과 5월에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는 소폭 감소했지만 미국 외에서의 우려는 증가했으며 무역전쟁은 향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부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금융 부문으로의 영향이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다음으로는 봉쇄 조치에 따른 전 세계적인 불황과 불안정한 경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투자 심리가 아주 비관적이었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게 33%의 응답자가 향후 12개월에 대한 전망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매우 우세했던 것에 비해 2019년 응답자들의 부정적인 전망은 많이 줄어들었다. 향후 1년 동안의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자가 더 많아졌다. 아마도 현재 주식시장 변동성의 근본적인 원인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2019년의 주식시장 과열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44%는 2021년 5월까지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았다.

투자자들은 2019년 말에 축적해 놓았던 현금과 채권을 바탕으로 2020년 주식시장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를 통해 투자자들은 위기 대응법을 학습했다. 2020년에는 직접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73%의 응답자가 2019년 예측치보다 더욱 활발하게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하는 섹터는 2019년 예상과 다를 수 있다. 기술 분야는 전염병 이전에는 가장 유망한 투자 부문이었겠지만, 전염병 이후에는 폭락한 관광 산업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기술 분야 다음 2위인 유통과 비즈니스 서비스 섹터 또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쇠퇴하는 업종은 관광·레저 산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동산, 리테일 등이 있다. 이처럼 전염병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으며 경제·산업·투자 동향도 모두 같이 바꾸어 놓고 있다.
패밀리오피스의 글로벌 투자는
패밀리오피스의 글로벌 투자는

◆자산 보존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 전략은

2019년 패밀리오피스가 보유한 미국 주식은 28.7% 상승했고 미국 이외의 주식은 39.5% 상승하며 놀라운 투자 성과를 달성했다. 물론, 투자자들이 이러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9년 말 상승장까지 기다려야 했다. 2020년에는 과거와는 또 다른 투자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평균수익률은 14.5%로 45%의 패밀리오피스가 투자 성과에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24%만이 투자운용사에 대한 평가를 “매우 만족”이라고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투자자들의 경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에 걸맞게 리스크가 높을수록 더 많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2019년 미국의 패밀리오피스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5.6%이고 미국 외 패밀리오피스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0.8%다. 이러한 수익률 차이는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으로 인한 것으로 미국 패밀리오피스의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는 37%를 주식에 할당했고 미국 외 패밀리오피스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24%는 주식에 할당된 것을 볼 수 있다.

2019년에는 주식이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음에도 패밀리오피스는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주식투자 비중을 2018년 39%에서 2019년에 34%로 낮추었다. 패밀리오피스는 현금과 채권을 24%의 비중으로 할당하며 현금 유동성을 높였다. 2019년에 미국 내 패밀리오피스는 22%를 할당했고 미국 외 패밀리오피스는 32%를 할당하며 더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적이나 거주지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글로벌 상호의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으며 패밀리오피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미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부터 많은 가문들이 사회적 가치 활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앞으로는 자선 활동뿐만 아니라 투자 활동을 통한 영향력이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적 투자 참여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지구 환경을 우려해 지속 가능성과 환경자원 보존 부문에 더 많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