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너십 평가 2연속 1위…금호·한진은 ‘허우적’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2020년은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위기 대응 능력에 따라 기업 간 희비가 극명히 교차하는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어느 해보다 기업을 이끄는 오너십의 선명성이 중요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이다.


한경 머니가 지난 6년간 진행한 ‘베스트 오너십’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들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도 성장 기회를 찾는 저력을 보여 준 반면, 최근 수년간 ‘오너리스크’에 허우적대던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 모습이다.
이에 한경 머니는 기업분석기관 및 금융사(은행, 증권) 전문가 50여 명을 대상으로 ‘2020 베스트 오너십’ 설문조사(8월 31일~9월 7일, 설문분석 글로벌리서치)를 실시했다. 평가 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34개 사 가운데 총수가 있는 집단 28곳이다.


반복되는 오너리스크 실체 논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인해 때 아닌 ‘오너리스크’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그룹 총수의 부재와 경영 리스크의 연관성을 놓고 상반된 분석이 부딪쳤는데, 논란에 불을 지핀 곳은 다름 아닌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린 검찰이었다. 과거 실증 사례를 들어 총수에 대한 유죄선고가 기업 주가 및 경영,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강행에 따른 부담이 이례적인 보고서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 성과는 단기간 출렁이는 주가가 아닌 자산과 매출, 수익성 추이 등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 제조 기술을 요구하는 고난도 기술 산업은 빠른 의사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총수의 부재는 곧 골든타임의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은 국가 경제에도 부담 요인일 수 있다. 이처럼 오너리스크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은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논쟁의 여지를 안고 있는 오너리스크와 달리 ‘뛰어난 오너십’의 긍정적 파급효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과 SK의 반도체 경쟁력과 LG의 배터리 경쟁력은 그룹 총수의 뛰어난 선견지명과 뚝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의 온화한 리더십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LG, 오너십 평가 2연속 1위…금호·한진은 ‘허우적’

LG, ‘베스트 오너십’ 1위…카카오의 약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설문조사에서도 LG와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베스트 오너십 상위권에 포진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기업은 상위 3사 그룹에 입성한 카카오다. 특히 김범수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된 지난해 4위에 랭크된 뒤, 1년 만에 현대자동차를 밀어내고 2위에 이름을 올리는 뚝심을 보여 줬다.


최근 10여 년간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 온 카카오는 코로나19 확산에 기인한 언택트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성장세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실제로 카카오는 베스트 오너십 ‘실적 평가’ 부문에서 삼성과 LG, SK를 따돌리며 1위에 랭크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LG의 경우 지난 2017년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한 오너십 불안 우려로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듬해 곧바로 1위를 탈환, 2년 연속 최고의 오너십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LG그룹 특유의 ‘윤리경영’과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밑바탕이 된 가운데,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구광모 체제의 ‘젊은 리더십’이 우려보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와 ‘윤리경영 평가’ 부문에서 모두 LG를 1위로 꼽았다.


SK도 최태원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베스트 오너십 3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생과 혁신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의 ‘맏형 리더십’은 주요 경제 단체의 체질개선 목소리와 맞물리면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판설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지난 2018년 베스트 오너십 1위에 올랐던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불법 승계 및 회계부정 혐의 등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은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대 회장들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반도체 성공 신화가 앞으로도 지속될지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 역시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 부문에서는 삼성을 1위로 꼽았지만, 이 부회장과 관련된 ‘사법 리스크’를 오너십에 대한 최대 우려 요인으로 한결같이 지목했다.

LG, 오너십 평가 2연속 1위…금호·한진은 ‘허우적’
오너리스크 늪에 빠진 금호·한진·부영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된 금호와 올 초까지 남매간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한진은 3년 연속 최악의 오너십(오너리스크) 기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때 재계 순위 10위권에 포함됐던 금호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의 오너리스크와 함께 깊은 수렁에 빠진 형국이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건으로부터 시작된 무리한 차입 경영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올해 코로나19 사태라는 복병까지 잇따르면서 재계 순위도 급전직하 중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올해 설문조사에서도 ‘꼴찌’에 이름을 올리며 오너리스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는데도 총수 일가의 숙원인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위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통해 계열사 가용자원을 이용,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하려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조원태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한진의 오너리스크는 조양호 전 회장의 타계 이후 남매간 경영권 다툼으로 이어졌다. 조 회장은 어머니와 동생의 지지를 얻어 가까스로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오너 일가의 윤리의식에 대한 의문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다만 금호그룹과 달리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내사업부 매각 및 대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하는 등 최악의 경영난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우호적 평가도 나온다.


이중근 회장의 1인 지배 체제인 부영 역시 오너리스크 단골 기업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수백억 원대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벌금형과 함께 2년 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 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으로 수감됐지만,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16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황제 보석’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해 국토교통부 특별점검에서 부영주택의 부실시공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그룹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추락한 상황이다.


베스트 오너십 최하위 그룹에 이름을 올린 두산의 경우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로부터 촉발된 그룹 전반의 경영 위기가 이번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발전 시장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을 도외시한 것이 경영 위기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박정원 회장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이 일부 성과로 이어지면서 경영 정상화에 기대감도 피어오른다. 이외에 효성과 대림 역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인한 법률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수년째 하위권에서 맴도는 모습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