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187호 (2020년 12월)

전문가가 꼽은 올해 화제의 상속 판례

기사입력 2020.11.30 오전 07:37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송두리째 흔들렸던 올해, 상대적으로 상속 이슈는 크게 도드라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좀 더 확대해 보면 눈여겨볼 만한 유의미한 상속 이슈들이 적잖았다. 관련 전문가들이 꼽은 2020년 유의미했던 상속 판례들을 소개한다. 
전문가가 꼽은 올해 화제의 상속 판례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자산, 유류분 적용은
(판결 2020. 1. 10. 선고 2017가합408489)
사건은 이랬다. A는 2014년 X은행과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A는 계약에 따라 금전 3억 원과 세 개의 부동산을 위탁하고, 2014년 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계약의 생전 수익자는 A로, 사후 1차 수익자는 둘째 딸인 B로 지정돼 있었다. 


A가 2017년 11월 사망하자 B는 같은 달 신탁부동산에 관해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2018년 4월 3억 원을 신탁계좌에서 출금했다. 이에 첫째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하 C)은 대습상속인의 자격으로 B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C는 A가 생전에 신탁을 통해 B에게 부동산 및 현금을 증여해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했으므로 B는 증여받은 신탁재산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액’은 적극적 상속재산액에 증여액을 가산하고 상속채무액을 제외해서 산정하는데, 유언대용신탁 재산은 적극적 상속재산액과 증여액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유류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해 C의 청구를 기각했다. 마상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이 판결은 ‘사망 시점 1년 이전에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신탁 자산은 유류분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최초의 판결이다”고 말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에 의한 생전신탁으로서 위탁자가 자신이 사망한 때에 수익자에게 기존의 수익권을 귀속시키거나 위탁자가 사망한 때부터 수익자가 신탁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신탁으로, 위탁자가 생전에 자신의 의사 표시로 사망 후 상속재산의 귀속을 정한다는 점에서 민법상 유증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위탁자가 생존 중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하고, 자신이 사망한 후에는 자신의 자녀 또는 제3자를 수익자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 신탁을 통해 위탁자 사망 후의 재산 분배를 처리할 수 있으므로 유증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특성에 따라 유언대용신탁으로 인해 상속인의 유류분이 침해된 경우에 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였다. 마 변호사는 “그러나 법원은 유언대용신탁 재산은 상속 개시 시점에 피상속인(A)이 가진 재산으로 볼 수 없으며, 수탁자인 금융기관의 재산이고, 또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사후 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B)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지도 않았으므로 증여재산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며 “유언대용신탁 재산이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즉,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년 이전에 제3자에 해당하는 은행에 재산을 맡기고, 그 은행이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침해에 대한 악의가 없다면, 유류분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 변호사는 “다만 이 판결은 하급심 판결이고, 그동안 학계의 지배적 견해와도 배치돼 이 판결이 유지될 것인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C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C의 항소를 기각했다(수원고등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나11380 판결).




상속재산분할에서 제3자 보호 어디까지   
(판결 2020. 8. 13. 선고 2019다249312)
피상속인이 사망함으로써 상속이 개시되면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을 상속인들이 분할해 취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물론 법리적으로는 상속이 개시되면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당연히 공동으로 상속하게 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확정적인 상속재산분할이 있기 전까지의 잠정적 공유 상태에 불과하다. 그래서 공동상속인이 존재하는 경우에 실질적으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상속재산분할 절차다. 


김상훈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상속재산분할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해 그 효력이 있다(민법 제1015조 본문)”며 “즉, 현실적으로는 상속이 개시되고 시간이 흐른 후에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지지만, 법적으로는 상속이 개시된 그 당시부터 그와 같이 분할된 상태로 상속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분할에 의해 법정상속분보다 더 적은 비율을 상속받는 사람과 더 많은 비율을 상속받는 사람 사이에 세법상 증여 내지 양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지기 전에 상속재산에 대해 처분 행위가 있더라도 이것은 무권리자에 의한 처분이 돼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를 예외 없이 적용할 경우 무권리자로부터 상속재산을 양수하거나 담보로 제공받은 제3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렇게 권리의 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민법은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를 규정하면서도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15조 단서). 


이때 제3자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 상속재산에 관해 상속재산분할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등기나 인도 등으로 권리를 확정적으로 취득한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2020. 8. 13. 선고 2019다249312)의 취지다. 


따라서 아무리 상속재산분할이 있기 전에 어떤 공동상속인으로부터 그 지분을 양수했다 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호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상속재산분할심판이 확정되기는 했으나 아직 그에 따른 상속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상속재산분할의 효력과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고 등기까지 마친 제3자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대법원 판결(2020. 8. 13. 선고 2019다249312)은, 그 제3자가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기 전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 변호사는 “종래 학설상으로는 민법 규정 자체가 제3자의 선의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므로 제3자의 선의, 악의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었다며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선의의 제3자만을 보호하는 것으로 해석했는바, 제3자 보호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은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이 사건의 시사점은 상속재산분할심판에 따른 물권 변동의 효력 발생 시기는 상속재산분할심판 확정 시점이지만, 상속재산분할의 효력과 양립하지 않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고 등기를 마쳤으나 상속재산분할심판이 있었음을 알지 못한 제3자에 대해서는 상속재산분할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결국 상속재산분할심판이 확정되는 경우 그에 따른 등기를 신속히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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