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림의 앤티크] 크리스마스와 홈 레이어드

(사진_왼쪽부터) 송년 분위기에 알맞은 바카라사의 레드 화병, 은분으로 크리스털에 장식을 한 디너 접시와 수프 볼(아르누보), ‘데이 앤 나이트’라는 이름의 바카라사의 리미티드 애디션 와인잔, 루비 레드가 아름다운 샴페인잔(빈티지).


[한경 머니=백정림 갤러리 이고 대표·<앤티크의 발견> 저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예년과 다른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분위기만큼은 잃지 말아야 한다. 예쁜 트리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2020년 크리스마스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 세계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한 해의 끝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세계인의 축제가 된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고 있는 우리를 따뜻하게 다독인다. 전쟁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계절은 오고 가듯이 서로를 위로해 줄 핑계가 필요한 우리에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는 고마운 올해의 마지막 이벤트가 될 것이다.


부유층의 이벤트에서 모두의 크리스마스로


어린 시절 추억 한편에 자리하고 있고 아직도 풍성한 즐거움의 축제로 자리하고 있는 크리스마스를 우리는 언제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즐기게 됐을까. 크리스마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산타클로스, 트리, 캐럴, 자선냄비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생겨난 것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성 니콜라스 대주교를 모델로 탄생했다는 산타클로스가 지금의 수염이 부슬부슬하고 배가 나온 이미지로 굳혀진 것은 1930년대 코카콜라의 마케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요정, 난쟁이 등 각 문화권마다 각양각색이었던 산타할아버지의 모습이 이후 지금의 친근한 모습으로 통일됐다고 한다.


종교개혁 이전 먼 옛날부터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의 축제로 지켜졌고, 영국 스튜어트 왕조의 헨리 8세,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도 신에게 감사하고 가난한 이웃을 환대하는 기념일이었다. 이후 줄곧 교회의 3대 축일 가운데 하나로 축하됐지만 지주층과 같은 부유한 가정에서만 화려하게 즐기는 행사였다. 당시 먹고살기 힘들었던 평민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배층만의 축제로 있어 왔던 크리스마스는 19세기 중엽 중산층의 증가와 가정을 중요시하는 빅토리안 시대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모두의 크리스마스로 부활하게 됐다.


[백정림의 앤티크] 크리스마스와 홈 레이어드

(사진_왼쪽부터 시계방향) 스털링을 정교하게 조각한 크리스탈 화병(아르누보), 스털링 디테일의 세브르 트레이(19세기 초), 스털링 디테일의 세브르 져그(빅토리안), 그린 샴페인잔(빈티지)


올해는 재택근무와 아이들의 언택트 수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가정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집 안에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도 하고 홈 문화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도 한다.


세상사 모든 일이 완전히 좋은 것도 완전히 나쁜 일도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진정 옳음을 올 한 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새삼 깨달았다. 나쁜 일을 당한 사람을 위로해 주고, 또 좋은 일에 지나치게 희희낙락하지 말라는 중용의 태도라고 생각했던 그 말이 오랜 세월의 지혜였음을 깨닫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최후까지 함께하는 사람이 가족이고 집임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됐다. 이런 사회적 여건 때문에 올 한 해 비교적 각광을 받은 분야가 홈 인테리어와 관련된 일이라고 한다. 올해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가족을 위해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집 안 꾸미기를 제안하고 싶다. 가족에게도 또 나에게도 즐겁고 행복한 연말행사가 될 것이다.


따뜻한 가정의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크리스마스야말로 주부의 집 안 꾸미기 감각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연례행사의 하나로 정성 없이 놓인 크리스마스트리는 감동을 주기에 부족하다. 아직 어린 자녀가 있다면 조금 더 정성껏 크리스마스 집 안 장식을 하고 아이가 믿거나 말거나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도 준비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가 부모의 사랑으로 따뜻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백정림의 앤티크] 크리스마스와 홈 레이어드

(사진_왼쪽부터 시계방향) 스털링이 정교하게 조각된 크리스탈 잉크병(빅토리안), 그린 와인잔에 꾸민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금분 볼 장식이 있는 무라노 와인잔(아르데코)


리스와 크리스털 볼, 그리고 트리


11월 중순이 지나 거리의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이 하나 둘 눈에 띄게 되면 연말 분위기를 위해 올해 나온 신상을 하나쯤 집 안에 들여놓아도 좋다. 평소 덤덤하게 있었던 현관 밖 대문에는 리스를 달아 가족들이 들고날 때마다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을 꿈꾸게 하자.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현관에는 보통 작은 공간이 있기 마련인데 이 공간을 꾸미는 것 또한 연말의 즐거움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간직한 사진이 있다면 예쁜 사진틀을 구해 그곳을 장식해 보자. 여행지에서 구입한 작은 크리스마스 소품을 함께 매치한다면 금상첨화다.


식탁 위 등을 장식하기에는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크리스털 볼이 제격이다. 짧게 혹은 길게 늘어진 크리스털 볼은 볼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크리스마스 집 안 장식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장식 중에서 크리스마스 집 안 장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크리스마스트리다. 예쁜 트리를 준비하고 해마다 한두 가지씩 장식을 더해 준다면 우리 가족만의 추억의 장이 크리스마스트리 안에서 펼쳐질 것이다. 하나하나 늘어나는 장식을 보며 지나간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고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 또한 연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특별한 우리 가족만의 역사가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달콤하게 즐기는 마지막 한 가지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크리스마스 쿠키다. 완성된 쿠키를 가까운 지인들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쿠키를 굽는 동안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온 집 안을 달달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요즘은 집에서 쿠키를 간편하게 구울 수 있는 많은 도구들을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상점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위로가 필요한 나와 가족을 위해 올해는 크리스마스의 달달함을 선사해 보자.


앤티크 컬렉터 백정림은…

하우스 갤러리 이고의 백정림 대표는 한국 앤티크와 서양 앤티크 컬렉터로서, 품격 있고 따뜻한 홈 문화의 전도사다. 인문학과 함께하는 앤티크 테이블 스타일링 클래스와 앤티크 컬렉션을 활용한 홈 인테리어, 홈 파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고갤러리 02-6221-4988, 블로그 blog.naver.com/yigo_gallery, 인스타그램 yigo_gallery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