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머니=정채희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반려동물을 잃고 엄청난 슬픔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거나, 투병 중인 반려동물의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 누구도 하지 못할,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마지막 소풍길의 안내자’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수석 지도사이자, 올바른 반려동물 장례 문화와 펫로스증후군 극복 솔루션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는 강성일 장례지도사다.

강 장례지도사는 수많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들이 이겨낼 수 없는 슬픔의 굴레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보호자들이 후회와 미안함을 떨치고 이후의 삶을 다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장례지도사의 최종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를 만나 소중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반려동물의 장례 업무 전반을 담당합니다. 염습, 화장 과정 등 사후 과정을 전담하고, 보호자가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저와 같은 직업을 ‘마지막 소풍 길의 안내자’라고 소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안내자의 역할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반려인을 위해서도 적절한 애도의 방법과 장례 절차의 책임을 다하며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나요.

“9년 전에는 작은 사업을 벌이던 사업가였습니다. 그러던 제가 ‘반려동물 장례’에 뛰어들게 된 건 인터넷에서 우연히 마주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 제가 무얼 좋아하나 생각해 보니 동물이었습니다.

문득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이란 용어조차 낯선 때였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물론 화장터조차 몇 군데 없었습니다. 동물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길로 경기도의 한 동물화장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동물 사후를 수습·처리하는 곳이었는데, 보호자가 사체를 데리고 와 일정 금액을 내고 돌아가면 화장 후 유골을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별도의 추모나 안치 절차도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부재했던 시기에 고군분투했겠어요.

“네,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중 가까운 지인에게 일본의 반려동물 장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탐방을 떠났습니다. 일본에서 제대로 된 반려동물 장례 절차를 처음 마주했는데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절차도 명확했고, 의전 격식도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반려동물 장례 절차와 의전 업무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지도사 인생에서는 선진화된 반려동물 장례 문화의 첫 시작이었고, 그때부터 직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접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생과 사는 필연적이지만 죽음은 외면하고 싶은 게 모두의 마음입니다.

“20년 가까이 반려동물 산업이 주목하는 단계는 ‘입양’이었습니다. 동물에게 새 가족을 만나게 하는 데에는 모든 이가 힘을 쓰면서, 가족의 이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죠.

2000년대 초반 반려동물 ‘입양 붐’이 일었는데,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로 따지면 지금이 그 아이들이 떠날 시점입니다.

오랜 시간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반려인들이 적절한 절차 없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게 되면 펫로스증후군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노령 동물이 많아지면 그만큼 아프고 병들어 유기되는 동물도 생길 겁니다. 저는 이런 부분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이들이 실제로도 많나요.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 많은 보호자를 만났습니다. 수많은 장례를 치르면서 느낀 건 보호자들이 장례 직후보다 일상으로 돌아간 순간 극심한 상실감에 시달린다는 점입니다. 상실감을 계기로 나타나는 죄책감, 우울감, 분노 조절 문제 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아쉬움과 미안함을 그다음 보호자들에게 겪지 않도록 해 주는 것 또한,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반려동물의 장례 절차는 급히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 것 같습니다.”

-‘급히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말씀인가요.

“예상치 못한 죽음에 아이를 경황없이 보내고 나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는 보호자들을 너무나 많이 목격했습니다. 아이를 바로 수습하느라 온 가족이 다 오지 못한 채 아이를 보내는 일도 많았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3일 동안 장례를 치르지만, 반려동물은 3시간이 고작입니다.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요. 애도의 시간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현저히 적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어영부영 아이를 보내고 나면 이미 내 아이는 세상에 없습니다. 경황없이 보내고 나면 지우지 못한 후회가 남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으니 슬픈 게 당연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질환까지는 가지 않도록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떠나보내는 단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금 덜 후회하고, 덜 미안하게 아이를 보내는 것, 그것만이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강성일 지도사가 펴낸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덜 미안하게 아이를 보내는 법은 무엇인가요.

“떠나보내는 데도 기술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례 전 애도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시간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장례 전까지의 시간인데 사고사나 외부 상처가 있지 않은 경우에는 숨을 거둔 시점을 기준으로 최대 72시간 동안은 절대 부패되지 않습니다.

이 애도의 시간 동안 가족들이 충분히 애도하는 것과 아무런 정보 없이 아이를 수습할 때, 그 차이가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최대 72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대개의 보호자들은 아이가 숨을 거두면 패닉 상태가 돼 장례식장으로 연락합니다. 그리고 가장 빨리 치를 수 있는 장례 시각을 문의합니다.

그러면 저는 ‘아이의 평생이었던 집에 돌아가셔서 가족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오셔도 된다’고 말합니다. 숨을 거둔 아이를 어떻게, 어디로 떠나보낼지 고심하고, 보호자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지요. 이렇게 72시간을 보내는 것이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내 가족이었던 아이의 눈을 감겨 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사망을 확인했다면, 사후경직이 시작되기 전 기초 수습을 해 주어야 합니다. 당황한 보호자들은 큰 수건으로 머리부터 덮는데, 그렇게 방치해선 안 됩니다. 아이의 눈을 감겨 주고, 이빨 사이에 위생 거즈를 물려 주는 등의 기초 수습 방법을 사전에 배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기초 수습을 하고 나서 모든 가족이 참관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장례 업체에 예약하면 됩니다. 이때 무조건 가격이 싼 곳보다는 반려동물을 화장할 때 단독 참관이 가능한지, 화장이 끝나고 나서 유골 확인이 바로 가능한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례 후에도 아이의 유골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장례식장에 안치하거나 ‘스톤’을 만들어 보관하는 등의 방식은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진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장례지도사로 9년 차, 기억에 남는 아이들도 많겠습니다.

“오랜 시간 많은 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길을 함께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장례를 맡았던 때입니다. 어린 안내견을 임시 보호했던 보호자부터 안내견의 훈련사, 안내견과 함께한 시각장애인 가족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담당하는 장례지도사는 가족들의 슬픔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도록 감정을 억눌러야 하지만, 저 역시도 그때는 눈물을 참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9년 전과 지금, 주변 인식도 많이 달라졌나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장례를 치른다고 하면 ‘유난 떤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는 보호자 한 명이 강아지를 급히 데려오는 게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가족 단위로, 많게는 3대가 함께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보입니다. 더디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느껴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국내에 정착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려동물장례식장에서 화장을 진행하는 동물 장묘 방식 외에 현행 ‘폐기물관리법’에서 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방법이 혼재합니다.

이제 국내 반려인구는 1000만 명에 육박합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동물 사체를 폐기물로 지정하는 법문만이라도 삭제하는 등의 현실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불법 이동식 화장 업체나 일부 중개업체들의 난립도 해결해야 할 난제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반려동물 장묘 업체는 전국에 49곳. 수도권에만 20곳이 넘는 반려동물 장례 업체가 있습니다. 그에 비해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려인은 국내 반려인구 중 5% 정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이 갖춰지기 전에 산업적 수단으로 접근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불법 업체들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사체로 여겨 영리 도구로 사용합니다. 반려동물이 갖는 의미를 생략하고, 돈으로만 접근하는 낙후한 인식으로 업계 성장이 다시 퇴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많이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선진화된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앞으로 남은 계획이 있나요.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펫로스증후군 극복법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내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 숨을 거뒀는데, 다음 날 바로 직장에 나가야 하고, 그 슬픔을 억눌러야 하며, 그 상실감을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이 아직까지 국내 반려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반려인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지원하고 그 상실감을 함께 이겨내 다시 반려인으로 회귀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강성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수석 지도사로서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고 있으며, 미래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선도할 후배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 올바른 반려동물 장례 문화와 우리나라의 정서를 기반으로 준비한 펫로스증후군 극복 솔루션으로 다양한 강연과 반려동물 캠페인 등 언론매체와 방송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책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을 썼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