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윤여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까운 관계일수록 돈거래는 더 주의하라고 하지만 막상 가까운 사람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마음 약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때로는 상대의 상황에 따라 면제해주기도 하는데 이 경우, 증여로 간주될까.
채무 면제 시 증여세 문제는
Question
어렸을 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사업을 시작할 때 적지 않은 돈을 빌려줬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사업이 뜻대로 잘되지 않아 현재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그걸 보자니 마음이 좋지 않아 친구에게 돈을 갚지 말라고 했는데 혹시 빌려준 돈을 받지 않으면 친구에게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나요? 만약 친구가 증여세를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증여자인 저에게 연대납세의무가 발생하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Solution
채권자로부터 채무를 면제받거나 제3자로부터 채무를 인수 또는 변제받은 경우에는 그 면제, 인수 또는 변제로 인한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은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세 과세대상이 됩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를 면제해주거나, 제3자가 채무자의 채무를 인수 또는 변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직접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친구 분은 면제받은 채무의 상당액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수증자가 납세의무자가 되는 것이지만, 세법은 ① 수증자의 주소나 거소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증여세에 대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 ②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체납 처분을 해도 증여세에 대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 ③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조세채권 확보를 위해 증여자에게도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상 증여는 아니나 조세 형평상 세법에서 정한 과세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세법상 증여로 보아 과세하는 경우에는 수증자로부터 조세채권을 확보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세법은 재산 취득 후 재산 가치 증가에 따른 이익의 증여,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등 특정한 경우에 대해서는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지우지 아니합니다.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에 대해서도 연대납세의무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족도 아닌 다른 사람의 채무를 아무런 대가 없이 채무를 면제해주는 경우라면 아마도 채무자의 경제적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채무 상환을 차마 요청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채무자가 채무를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 이를 면제해준 상황에서 그런 채무자에게 증여세까지 부과된다면 너무 가혹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법은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 부동산 무상 사용에 따른 이익의 증여,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등 특정 규정에 의해 증여세가 과세되는 경우로서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에 상당하는 증여세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