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원활한 상속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탄탄한 준비가 필수다. 이는 미국의 자필유언의 형식 요건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유효한 자필유언이 되기 위해서 미국에선 어떤 요건들이 뒤따라야 할까. 미국 유언법상 유효한 자필유언이 되기 위해서는 유언자가 직접 서명을 해야 하고, 유언장을 작성한 날짜를 기재해 문서로 작성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요건들을 알아보자.
美 자필유언의 3대 조건은

Check 1. 서명 요건

유언자의 서명은 이름(first name), 별명(nickname), 이름의 첫 글자(initial) 및 기타 식별표시(identifying mark) 등 여러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은 어떤 문서가 진짜임을 증명하려는 의도로 행해져야 한다. 문서의 어느 부분에 서명이 행해져야 하는지에 관해 펜실베이니아주처럼 문서 말미에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법은 이 문제에 관해 침묵하면서 이를 법원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유언자의 서명이 유효한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에릭슨 유산사건(In re Estate of Erickson)에서 1991년 유타주 대법원(1991년)은 유언장의 서론조항(exordium clause)에 유언자가 자필로 이름을 쓴 것은 유언장의 서명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언검인을 부인했다.

Check 2. 날짜 요건
일부 주에서는 아직도 유언장에 날짜를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전통을 따르고 있다(미시간주법 등). 어떤 법원에서는 완벽한 날짜(연, 월, 일)를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 누락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외부 증거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1967년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1967년)은 헤이즐우드 유산사건(Estate of Hazelwood)에서 ‘1965’라고만 기재된 유언장의 효력을 부인했고, 1959년 카슨 유산사건(Estate of Carson)에서는 ‘May(5월) 1948’이라고 기재된 유언장의 효력을 부인했다.

그러나 또 다른 법원에서는 날짜가 모호하게 기재된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부 증거를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보이드의 승계사건(Succession of Boyd)에서 1975년 루이지애나주 대법원(1975년)은 유언장에 ‘2-8-72’라고 돼 있는 것이 ‘February(2월) 8, 1972’를 의미하는 것임을 입증하기 위한 외부 증거를 허용했다.

날짜 문제에 있어서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법원에 현저한 사실(judicial notice)을 통한 날짜 확인은 허용된다.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란 특정 사실이 일반 상식 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권위로부터 알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증거 없이도 그 사실에 관해 입증된 것으로 간주하는 법원의 권능을 말한다.

예컨대 날짜를 ‘1978년 26일 월요일’이라고 기재해 문제가 됐던 루돌프의 유산사건(Estate of Rudolph)에서 1978년에 26일이면서 월요일인 날이 단 하루만 존재해 이것이 특정한 한 날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이 달력에 비추어 명백하므로 유언장의 날짜 기재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1968년 8일 월요일’이라고 기재해 문제가 됐던 레이퍼드 승계사건(Succession of Raiford)에서 1981년 루이지애나주 대법원(1981년)은, 1968년에 8일이 월요일인 날이 세 번 있었기 때문에 불확실해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Check 3. 문서 요건
유언장은 어디까지나 문서(written instrument)로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유언자의 유언 의사가 담긴 진술의 녹음은 자필유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언검인이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어떠한 법원에서도 녹음을 자필유언장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1983년 와이오밍주 대법원(1983년)이 판시한 리드의 유산사건(In re Estate of Reed)에서는 유언자의 서명과 “내가 죽었을 때에만 녹음테이프를 틀 것”이라는 자필 지시사항이 담겨 있는 봉인된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녹음테이프에 대한 유언검인도 거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