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 거미줄 네트워크 글로벌 자산관리로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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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장호준 SC제일은행 자산관리본부 전무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정면승부다. 국내에 포트폴리오 투자를 전파한 SC제일은행은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투자 문화를 이끈다. 고객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본질에 충실함으로써 글로벌 자산관리 명가(名家)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나가고 있다.

최근 국내 자산관리 시장에선 인공지능(AI)이 투자 자문을 하거나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도입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설립 붐도 한창이다.

그러나 글로벌 자산관리의 전통 강자인 SC제일은행의 행보는 신중하면서도 차별적이다. 그 대신 수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지점마다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 전담 인력을 배치했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소형 점포 형태로 뱅크숍을 개점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 가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SC제일은행 자산관리본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장호준 전무는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큰 가치를 전하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포트폴리오 및 상품 제안이 SC제일은행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엇박자를 내기 쉬운 투자 환경에서 SC제일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귀중한 지표가 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해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뷰(view)를 담은 투자 테마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 매월 시장 흐름을 반영한 구체적인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지난해 중국 증시 폭락과 브렉시트(Brexit) 등으로 어두웠던 글로벌 환경에서도 선전했으며, 올해는 시장이 상승 기지개를 켜는 전환점에서 면밀하게 투자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장 전무는 “연초 올해의 투자 테마인 ‘피봇(#pivot?)’에 따른 주요 상품에 투자했다면 최근 6개월간 예상수익률이 연 10% 전후일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하반기에도 피봇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 테마 피봇(#pivot?)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이며, 하반기에는 어떤 투자처를 더욱 주목해야 할까요.
“영문자 ‘피봇(pivot)’은 농구 동작에서 한쪽 발은 땅에 단단히 고정하고 다른 한쪽 발을 새로운 방향으로 돌리는 방향 전환을 의미합니다. 물음표(?)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많다는 뜻이고, 해시태그(#)는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 상황을 감안해 순발력 있는 포트폴리오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하반기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성장이 지속되는 골디락스(goldilocks) 환경이 예상됩니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지속되고 금리 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모델 포트폴리오에서는 연초보다 현금 비중이 줄고 주식 비중이 올라갔습니다. 수익 측면에서는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우수한 유럽 및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과 신흥국 현지통화 채권을, 안정성 측면에서는 신흥국 달러표시 국공채, 멀티 인컴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고루 담는 모델이 권장됩니다.

특히 멀티 인컴 상품은 기대수익률이 연 5~6%로 아주 높은 수익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져도 수익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 상품으로 성장 위주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투자 상품으로 주목됩니다. 또한 올해가 가기 전에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계좌’에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올해 안에 1만 원이라도 계좌를 열어 놓으면 가입 후 최대 10년간 30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필수 가입이 추천됩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북핵 이슈는 단기 영향에 그칠 것입니다. 그보다 한국 주식을 주목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배당수익률(연 1.6%)과 정기예금(1.5~1.6%)의 역전현상이 나타났고 올해는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올 들어 7개월 연속 시장이 상승했는데 이는 1980년대 이래 처음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글로벌 환경도 중요한데 미국, 유럽, 중국 모두 경기 회복세가 진행 중입니다. 주가수익비율(PER)도 미국은 18배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10배 정도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레벨 업이 예상됩니다. 저점 분할 매수 차원에서 꾸준히 분할 매수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국내 주식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합니다.”

SC제일은행은 고객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 왔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금융자산 중 국내 비중이 70%가 넘습니다. 하지만 SC제일은행 고객들의 국내 비중은 50% 수준입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한국 주식은 전 세계 주식의 시가총액의 2% 수준에 불과한데,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 아무리 좋은 시장이라도 절대로 자산의 높은 비중을 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외 지역에 무턱대고 투자한다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잘 아는 금융기관이나 전문가와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2개국 거미줄 네트워크 글로벌 자산관리로 ‘진검승부’
SC제일은행의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꼽히는데, 구체적으로 고객들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요.
“SC제일은행은 글로벌 은행의 이점을 살려 글로벌 채널을 통해 세계 시장의 다양하고 우수한 글로벌 상품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32개국에 진출해 있는 이코노미스트들로부터 시시각각 각국의 경제와 시장 상황을 수렴해 투자 전략을 세웁니다. 이를 바탕으로 포커스펀드 등 구체적인 투자 솔루션을 제시하는데 지속적으로 시장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둬 왔습니다. 포커스펀드는 펀드 성과, 매니저, 운용 과정을 의미하는 3P(Performance, People, Process) 시스템에 의해 선정된 펀드를 말합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2만여 펀드 중 20여 개를 추천합니다. SC제일은행은 계열 운용사도 없고,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강점이기도 합니다. 계열사 등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오직 고객 수익을 최우선으로 상품을 선정합니다.

또한 SC그룹의 글로벌 투자전략 전문가가 연사로 참석해 글로벌 금융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내셔널 웰스포럼(wealth forum)을 비롯해 시장 전망 및 투자, 세무 전략 등을 제공하는 웰스케어 세미나를 연 500여 회 열고 있습니다. 또한 PB와 더불어 투자, 세무, 외환, 보험 등 분야별 자산전문가들이 고객의 자산관리 상담을 진행합니다. 최근 대부분의 금융권 PB센터들이 이러한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결국 얼마나 통찰력 있게 글로벌 시장을 보는 눈을 갖췄느냐가 차별점이 될 것입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자산관리 사업부문에 100억 원을 투자해 정보기술(IT)과 자산관리 플랫폼을 강화키로 한 바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나요.
“SC제일은행 자산관리의 핵심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자산관리 서비스’입니다. 주말에 백화점(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자산관리 상담 및 상품 가입을 할 수 있고, 지점마다 PB 서비스 전담 인력을 배치해 특정 센터에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액 자산가를 위한 PB클러스터도 확대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 부산, 대구 등에 8개의 PB클러스터를 운영했고, 올해 상반기부터는 11개의 PB클러스터를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PB 고객이 센터에 가든 가까운 지점으로 가든, 사모펀드에 가입하거나 특화 세미나 같은 전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디지털 플랫폼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디지털 방카 시스템’을 도입했고, 올 2월에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해외송금도 하고, 실시간 외화 매매도 가능한 모바일 외환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단축키만 누르면 수취인과 은행 계좌번호가 휴대전화 화면에 자동으로 뜨고 90% 환율 우대 등의 혜택도 있어 호응이 높습니다.”

국내 은행에서는 부동산 투자자문을 강화하고, 대체투자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데 SC제일은행 측도 이와 관련된 행보를 취하고 있나요.
“이미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조언도 중요하겠지만, SC제일은행은 고유의 강점과 고객에게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충실히 전달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부동산 비중과 더불어 국내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에선 해외 자산을 전체의 40% 가까이 가져가지만, 국내는 그 수치가 채 5%가 안 됩니다. 환차익을 떠나 통화 분산 차원에서 해외 통화의 보유가 확대돼야 합니다. 향후 해외 채권 포트폴리오 등을 제시해 투자 확대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최근 정부의 부자 증세 강화 움직임에 상당한 관심을 쏠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투자 전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기본적으로 과세는 투자의 큰 변수가 아니라고 봅니다. 수익이 나는 만큼 과세가 붙는 것이니, 과세보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 피봇처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법개정안의 법인세율 인상으로 2조6000억 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나, 이는 2017년 상장사(코스피, 코스닥) 예상 순이익 144조 원의 1.8%에 불과합니다. 부동산 과세 강화는 당장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 만큼 금융자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 다변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자산관리 사업 규모를 5년 이내 2배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2016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습니다. 브렉시트, 미국 대선 등 주요 이벤트에 따라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웠고,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SC제일은행의 글로벌 자산관리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 수와 자산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5년 이내 자산관리 2배 확대’ 목표의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디지털 채널 강화를 통해 전 고객층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내년 초에 혁신적인 기능의 모바일 펀드가 도입될 경우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32개국 거미줄 네트워크 글로벌 자산관리로 ‘진검승부’
장호준 본부장은…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U.C.버클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2005년 SC제일은행에 입사해 개인 자산관리본부·프라이빗뱅킹 사업부, PB사업팀 담당 이사, 은행장실 담당 상무보, 리테일상품본부 내 수신상품부와 카드상품부 담당 상무보 등을 두루 거친 자산관리 전문가다. 2015년부터 자산관리본부 총괄본부장(전무)으로 SC제일은행 자산관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