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국익을 강조하며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과 경기 부양책은 성공할 것인가.
트럼프의 경제정책 ‘통’일까 ‘불통’일까
도널드 트럼프 자신은 제45대 미국 대통령이다. 집권당도 8년 만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교체됐다. 일찍부터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취임 직후 가장 궁금한 것은 선거 기간 내내 보여줬던 막말, 음담패설 등에 따른 ‘비체계적 위험’이 취임 이후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여부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을 잡는 데 있다. 제45대 대선은 양 후보가 결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차선’의 인물을 뽑는 선거였다. 선거 전략도 ‘네거티브’가 유리해 막장 드라마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은 삼권분리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지는 국가다. 인사와 행정도 엽관제(spoil system: 당선에 기여한 사람 위주로 채워지는 제도)보다 실적제(merit system: 개인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임용되는 제도)를 우선하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비체계적 위험’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Trump+eco-nomics)’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오바마 정부가 태생적 한계였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크게 손상된 국제 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정책이다. 한 마디로 글로벌 이익과 국익이 상충될 때에는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노믹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조직과 인선도 마무리됐다. 최우선 과제인 손상된 국익을 복구하기 위해 국가안보위원회(NSC)와 동급 위상의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 NTC)’를 신설했다. 기존 통상 업무의 주무부서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재무부까지 총괄해 의견을 조율한다.

‘비체계적 위험’ 얼마나 줄어들까
인선도 중국을 비롯한 대미국 무역 흑자국에 강성 기조를 갖고 있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NTC 위원장은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 상무장관은 윌버 로스 윌버로스 컴퍼니 회장, USTR 대표는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 등이 임명됐다. 보호주의 색채로 본다면 ‘역대 최고’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통’일까 ‘불통’일까
통상정책에서 극단적 보호주의로 흐를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과장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대미국 흑자국에 성장과 고용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인식해 왔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 대해 통상 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시각이다.

중국이 문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상치 않다.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 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환율 분야가 심하다. 세계경제 양대 축인 두 국가 간 마찰은 그 파장이 의외로 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도로, 철도, 항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 과제가 가장 적합하다.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선호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대폭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도 주목된다. 제2차 오일쇼크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미국 경제를 구해냈던 1980년대 초반 ‘레이건노믹스(공급중시경제학이라고도 부른다)’를 연상케 한다.

재정 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재정 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최소한 경기가 살아나기까지 늘어날 재정 적자를 국채로 메운다면 국가 채무가 늘어나고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달러 가치도 강세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해 경기 회복에도 역행한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답게 민간자본을 대거 참여시켜 이런 부담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BTL(Build Transfer Lease, 민자사업)’ 방식과 유사하다. 전제조건인 수익률 보전은 전통적인 민간투자 수익률이 떨어져 대체투자가 대세인 만큼 오히려 인기를 끌 것이라는 시각이다.

산업정책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저소득 백인층의 일자리 창출에 맞춰 추진될 방침이다. 취임 직전에 가졌던 기자회견에서도 ‘job(일자리)’이란 용어를 무려 17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글로벌 기업보다 내수기업,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금융업에 있어서는 대형 투자은행(IB)보다 지방은행이 선호되고, 1차 에너지와 방위산업에 최우선순위를 둬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통’일까 ‘불통’일까
제4차 산업혁명은 주도권을 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대선 전에 확정됐던 ‘2017 회계연도 예산’에서는 4차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AMP(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계획이 의회에서 통과했다. 해외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끌어들이는 오바마 정부의 ‘리쇼오링 정책’은 해외 기업까지 확대해 추진해 취임 전부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환정책은 무역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이원적 전략(two-track strategy)’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키지 않는 국가의 통화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겨 놓겠지만 대미국 흑자국 통화에 대해서는 평가절상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할 중국과의 통화 마찰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양국 간 통화 마찰을 가격 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없다.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써 국가 간의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는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이기 때문이다.

국제 간 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최대 적자국인 미국이 시정해보려고 노력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별로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는 최소한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를 올린 직후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되자 곧바로 ‘상하이 밀약설(달러 약세-위안 절상을 유도하는 묵시적 합의)’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1년 만에 Fed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자 이번에는 ‘제2 플라자 밀약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밀약설이 합의될 때는 ‘협정’으로 변한다(제2 플라자 밀약→제2 플라자 협정).
‘제2 플라자 협정’은 인위적인 조정인 만큼 합의 가능성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에 달려 있다. 어떤 국가든 위기를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방관하는 일은 없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대폭 용인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대규모 자본 이탈로 잃는 것이 더 많은 데다, 최우선 과제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정정책은 뉴딜과 감세, 통화정책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폭락할 경우 의도되지 않는 달러화 강세로 심한 후폭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무역적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보호주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진 6개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3% 이상 벗어나 있는 수준이다. Fed의 계량 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0.75%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골디락스 국면’ 다시 올까
‘미국의 재건’을 꿈꾸는 트럼프 정부로서는 출범 첫해부터 ‘강달러’와 ‘경기 재둔화’라는 시련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Fed 의장도 ‘옐런 수수께끼(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를 흐트러뜨리는 국채금리 이상 급등)’ 현상에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시진핑과 트럼프 정부가 모두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증시는 불확실성과 비체계적 위험을 가장 싫어한다. 이 때문에 월가는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 후보를 경계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친기업·친증시·친월가’ 기조가 전통이다. 당선 이후 트럼프도 공화당의 기조와 전통대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월가 활동에 제약 요인이었던 ‘도드-프랭크’법, 그중에서 ‘볼커 룰’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자금 흐름도 증시에 우호적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채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함에 따라 국채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라가면서 ‘하우소포리아(housophoria=house+euphoria)’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던 세계 주택 시장도 가라앉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트럼프 쇼크’로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았던 미국 증시가 트럼프 당선 이후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경기 부양과 재정 적자, 재정인플레이션을 함께 풀어 나가면서 국채와 주택 시장에서 이탈될 자금이 유입된다면 증시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여건이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함께 월가에서 가장 신뢰하는 제라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가 앞으로 미국 증시는 너무 뜨겁(급등)지도 차갑(급락)지도 않은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 국면’이 다시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