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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보다 공유가 좋은 이유
[한경 머니 =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최근 사회적 화두로 급격히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분에 넘치는 비용을 들여 꼭 소유할 필요가 있느냐는 자각으로 나눠 쓰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공유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국민대차대조표 작성 내용을 보면, 가구당 자산의 4분의 3가량은 집, 토지 등에 몰려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가구당 보유 순자산 규모는 3억6152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이 중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3.9%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학습효과와 최근의 저금리 기조 때문인지 부동산 투자에 대한 환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특히 공적·사적연금 자산이 충분치 않은 한국의 시니어들은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우선순위에 둔다.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5%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도 결코 작아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자본이 넉넉하다면 내 돈으로 투자하면 되지만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채무는 지렛대로 작용해 리스크가 상당히 큰 투자가 된다.

사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니어 세대의 투자 목표는 조금 달라야 한다. 큰 수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고정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시대니 만큼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 집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셰어하우스도 그러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여행객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일시적 숙박 공간 공유 서비스도 있으나 시니어들은 호스트와 게스트가 협력적으로 동거하는 모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비영리 단체인 뉴욕시니어재단(NYFSC)은 1981년부터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공유 주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은퇴한 76세의 싱글 여성인 A씨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 뉴욕 맨해튼의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거주해 왔다. 최근 세입자가 새로운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그녀의 소득으로는 아파트를 유지하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시니어센터의 사회복지사는 A씨에게 공유 주택 프로그램을 권유했다.

셰어하우스 통해 시니어와 주니어 연결
64세의 사무직 근로자인 B씨는 인디애나에서 맨해튼으로 이사한 후 딸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임시로 살고 있다. 그녀 역시 사회복지사의 권유로 뉴욕시니어재단의 공유 주택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다. 뉴욕시니어재단은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각종 기법을 활용해 A씨와 B씨의 필요, 성향, 관심사 등을 분석했고 그 결과, 그들이 주거시설을 공유함으로써 상호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사전 만남에서 A씨와 B씨는 즉각적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공통 관심사에 대한 대화로 시작해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B씨는 아파트를 둘러본 후 매우 만족해하며 A씨의 집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고 거주비용으로 한 달에 800달러씩 지불하기로 했다.

A씨는 추가 소득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져 마음이 편해졌고 계속 살던 집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됐다. B씨는 적은 부담으로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클래식 음악, 문화생활, 독서, 바느질 등 자기와 취미가 비슷한 새로운 친구와 함께 살게 돼 적적함을 덜 수 있게 됐다.

이런 이점 때문에 중년층 또는 노년층 간의 주택 공유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호주의 셰어하우스 사이트 플랫메이트닷컴(flatmates.com)에 의하면, 40대 이상 중년층 인구의 주택 공유는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60~64세 연령층의 증가율은 무려 43%에 달했다. 금전적·물질적 이익 외에도 셰어하우스를 통해 시니어와 주니어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한 30대 싱글맘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는 거주 공간을 찾고 있었다. 반면 한 노년 부부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유일한 재산으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했다. 이들은 셰어하우스 사이트를 통해 연결될 수 있었다. 노년 부부는 싱글맘에게 필요한 아이 돌봄과 안락한 거주지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필요한 생활비를 벌게 됐다. 서로 다른 세대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것을 필요로 하며, 셰어하우스는 이러한 ‘니즈’를 ‘집’을 공유함으로써 만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택을 공유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셰어하우스를 선택한 주택 소유자의 다음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내 집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를 돕는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실은 서로 돕고 사는 것이죠. 그는 나를 재정적으로 돕고 나는 그의 멘토 역할을 즐기고 있습니다. 셰어하우스는 삶의 시야를 넓혀 주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즐거움보다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주택연금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집에 홀로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셰어하우스와 달리 사후 집을 상속할 수는 없다. 주인은 반드시 그 집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주택을 이용해 전세 또는 보증금을 받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보증금이 없는 월세를 받는 것은 허용되므로 주택연금과 주택 공유를 동시에 활용할 방법은 열려 있다.

한경 머니 =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