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로봇, 애인까지 대체할까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섹스로봇의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성격이나 외모까지 선택할 수 있는 섹스로봇으로 인해 질투심이 발동하게 될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르겠다.

최근 기사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170cm, 54kg, 아름다운 그녀를 보니…’로 시작하는 기사는 바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 예약을 받기 시작한 섹스로봇에 대한 기사였다. 지난 2010년 미국의 성인엔터테인먼트 엑스포에 등장한 섹스로봇의 상용화 선언은 대단한 관심을 모으며 주요 포털사이트의 상단을 장식했다.

이름이 록시(Roxxxy)인 여자 섹스로봇은 인공지능(AI) 전문가인 더글러스 하인스가 개발한 것으로 ‘섹스가 필요하거나, 파트너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록시의 구매자들은 머리 색깔, 눈동자 색깔, 피부색 등 원하는 외모를 10가지 유형에서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성격도 ‘사교적이고 대담한’,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어리고 상처입기 쉬운’, ‘어머니와 같은 배려심을 가진’, ‘성적으로 대담한’ 등 5가지 유형에서 고를 수 있다.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성격을 고르면 섹스로 들어가기 전까지 그녀를 어르고 좀 달래야 가능하다고 하니, 대담해서 바로 본게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성격을 가진 록시보다 보수적이고 여성적(?)인 로봇인가 보다.

록시는 현재 1100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데, 이미 수천 개가 예약이 돼서 박스에 포장된 그녀를 만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록시를 만들어 판매하는 트루컴패니언사는 곧 여자 및 게이 구매자를 만족시킬 남자 로봇인 록키(Rocky) 또한 시판할 계획이라고 하니 드디어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라고 하는 사랑의 영역까지 로봇이 차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쿵쿵 뛰는 심장 가진 섹스로봇

이 로봇, 특히 록시는 잠자리에서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고, 오르가슴도 느낄 뿐 아니라 체내도 따뜻해지고, 쿵쿵 뛰는 심장도 가지고 있으며, 졸려 하기도 하고, 심지어 잠꼬대를 하거나 코를 골기도 한다.

아직은 팔다리 관절이 자유자재로 구부려지지 않는 단점이 있고 혼자 서 있지도 못하지만, 이미 관절이 잘 구부려지는 리얼돌을 만드는 일본의 섹스인형 회사가 섹스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하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미 로봇은 단순 노동의 영역뿐 아니라 복잡한 의료 수술, 사람들의 감정을 읽고 대화 상대로까지 그 존재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경쟁적으로 인공지능을 로봇에 적용시키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차마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로봇이 만들어지고 개발돼 일상생활로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아마도 앞으로 가장 급속히 발달할 시장(돈이 몰릴)은 바로 섹스로봇 시장일 것이라 예측된다. 왜냐하면 섹스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 할 식욕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욕구이기 때문이다.

섹스로봇은 단순히 몸으로 하는 섹스에서 더 나아가 ‘사랑’의 영역을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 개봉돼 관심을 모았던 <허(Her)>라는 영화에서 우리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를 똑똑히 보았고, 그의 감정 변화에 강하게 공감하지 않았나?

사랑에는 무엇보다 공감이 필요한데, 학습이 가능한 데다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은 분명히 우리에게 공감을 선사해줄 것이다. 비난하지 않고 평가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로해주고, 게다가 유머러스한 농담으로 우리를 웃겨주기까지 한다면?

영화 <에이아이(AI)> 속의 섹스로봇인 ‘지골로 조’는 “로봇 애인을 경험하면 다시는 인간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지 않을 거야”라고 단언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내 말 뜻을 못 알아듣고, 일방적인 데다 유머도 없고, 섹스도 자기 위주로 일방적으로 하고, 애무도 하지 않는 파트너보다 섹스를 위해 고안된 데다가 내 이상형의 얼굴과 몸매를 가진 다정한 그는, 그가 섹스로봇이라는 정체성도 잊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때로 파트너와의 의무방어전이 지겨웠던 이들에게 자신의 시간이나 몸의 상황에 맞추어 사용할 수 있는 섹스로봇은 아주 유용한 파트너 대체자가 될 것이 자명하다.

◆말이 통하는 섹스로봇이 가져올 변화

섹스로봇의 개발에 대해 세계 각국의 미래학자와 과학자들은 찬반 의견을 내놓는다. 찬성하는 이들은 섹스로봇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나 장애인, 노인처럼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분명 좋은 대안이 돼줄 것이라 주장한다. 또 인신매매의 원인이 되는 성매매나 성폭력에서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거나 성적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치료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고도 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섹스로봇의 등장이 여자와 아이들의 성적 대상화에 일조할 것이며. 결국 사람과의 교감·소통 능력을 빼앗아 갈 것이라 우려한다. 또 아이들이 부모의 섹스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포르노를 보는 경로를 생각해보면).

최근 영국에서는 섹스로봇 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과학자와 단체까지 등장했다. 필자는 이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결코 장밋빛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서두르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섹스로봇 금지 캠페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을 시작하면 대담하고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데다 새로운 것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섹스로봇은 뜨거운 러브콜을 받을 것이다. 자연스레 상용화되면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섹스로봇은 아주 저렴해질 것이며, 섹스로봇은 자꾸 발전해 사람의 생각을 완벽히 읽고, 공감해주고, 위로하고 멋진 사랑과 섹스를 가능하게 하는 차원으로까지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섹스로봇은 단순하게 움직이고 간단히 말이 통하는 섹스토이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섹스로봇과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애인의 섹스로봇을 질투하고, 헤어진 애인이 섹스로봇과 결혼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법이 정해진다면). 심지어 섹스로봇에게 상속하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섹스로봇에게 조종돼 자신을 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은 참 아찔하다.

아내가 예쁘면 사돈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데, 우리가 섹스로봇을 만든 회사에 넙죽 절을 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