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빅스토리/ 투자고수들이 말하는 쩐의 전쟁

주식 vs

주식을 더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지난해 파죽지세로 치솟은 코스피와 주식시장이 한 달 새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2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 정책 동력과 백신 접종 확산이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기·교역이 회복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빅스토리]윤창용 "기업 실적과 체감 경제 달라...주식투자 유효"
“올해는 주식투자만큼이나 미국 달러 환율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피, 주식투자와 관련해 정보기술(IT), 바이오, 우주 사업 등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며, 달러 강세에도 주목하라고 말했다.
매크로 담당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지난해 ‘업계 최연소 센터장’이 된 그는 16년간 시장의 굵직한 흐름을 발 빠르게 읽어 왔다. 그래서일까. 윤 센터장은 인터뷰 내내 섹터별 특정 투자 종목을 꼽기보다는 각종 데이터 분석을 통해 향후 시장의 방향타를 조목조목 짚어냈다.

가령,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 붕괴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기업들의 이익은 더 늘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업의 실적과 우리의 체감 경제는 다르다”며 “실례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가 민간소비고, 그중 70%가 서비스다. 즉, GDP의 절반 정도(49%)가 민간의 서비스업인데 안타깝게도 이 부분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주식시장에는 이미 몇 차례 위기에서 걸러진 우량한 기업들이 많다. 심지어 서비스업이나 플랫폼 기업들은 반사수익까지 누렸다.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여전히 예금보다 높은 상황에서 국내 주식은 ‘우리가 잘하는 것’과 해외 주식은 ‘국내에 없는 것’에 주목하고, 꾸준히 공부하라고 강조했다.

센터장에 취임하신 지 1년이 돼 갑니다. 정말 뜨거운 시기에 그것도 최연소 센터장이 되셨는데, 지난 한 해를 평가하자면요.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것도 훨씬 더 가속화됐고, 정보의 비대칭성도 완화됐죠.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에도 개인들 참여가 높아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 증권사 리서치 입장에선 고객의 타깃도 바뀌고 있어요. 과거에는 주로 기관투자가 같은 홀세일러들이 주요 타깃이었는데 이제는 일반 개인들로도 향하고 있죠.”

주식시장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주식빚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을까요.
“주식이란 건 하나의 재테크 수단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계 금융자산 4000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예요. 800조 정도 되는 셈이죠. 심지어 연기금에도 주식이 일부 들어가잖아요. 물론,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서 변동성이 크니까 타이밍이 중요하긴 해요. 하지만 여전히 주식 배당수익률이 예금보다 높은 상황에서 주식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는 건 맞다고 봅니다.”

올해 주목해야 할 업종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한국이 글로벌하게 잘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게 맞죠. IT 사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 포지션이 괜찮아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 가진 나라가 많지 않아요. 과거에는 중장비업 등 전통 제조업이 많았다면 지금은 IT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소프트웨어 쪽도 강세죠. 그중 글로벌 지위가 높은 쪽으로 투자 방향을 잡는 게 맞다 싶어요.”

반대로 위험이 높은 업종은요. 가령 지난해 핫했던 바이오는 어떤가요.
“일단, 바이오는 변동성이 큰 분야죠. 가령, 글로벌 증시 대비 주식시장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얘기할 때 한국은 선진 시장의 30%, 신흥국가의 10% 디밸류에이션(저평가)돼 있어요. 그런데 이런 한국 업종 중에서도 선진 시장 대비로도 오버밸류에이션(고평가)된 대표적인 분야가 바이오죠. 그렇다 보니 올해 바이오 시장에 대한 일부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바이오 시장에 여러 가지 호재가 많았죠. 우선, 코로나19 관련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키트 수출 수요가 있었고,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등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 시밀러 기업들이 이윤을 냈죠.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도 강세였고요. 그렇다 보니 바이오가 지난해 상대적으로 오버밸류에이션된 측면은 있어 보여요. 단, 인간수명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지금 장기적으로 바이오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거라고 봅니다.

저는 금융업도 향후 힘들어질 산업 같아요. 주식시장에서 금융사 주식이 비교적 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는데 싼 데는 이유가 있거든요. 나날이 금융업에 빅테크나 핀테크 기업들이 넘어오고 있어요. 여기에 최근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나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어요. 금융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제 기능입니다. 이걸 향후 CBDC나 암호화폐로 일정 부분 대체하겠다는 건데 금융사의 미래가 마냥 핑크빛만은 아닌 셈이죠. 그래서 현재 금융업의 가장 큰 화두 역시 디지털 금융입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나 참고할 만한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아직 경제적으로 저축국인 한국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건 일종의 당위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국내 주식보다는 분명 리스크가 많긴 해요. 아무리 정보 유통이 빠르고, 투명하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정보의 접근성이 부족하죠. 결국, 해외 주식의 승패는 공부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체로 한국에 없는 유망 산업들이나 업종에 포커스를 맞추라고 권하고 싶어요. 가령, 미국의 ‘팡(FANG: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도 한국에 없잖아요. 우주 산업이나 테슬라에 한국인들이 열광한 것도 마찬가집니다.

한국에 없는 산업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해요. 동시에 올해는 주식 수익률과 관련, 환율도 같이 생각해야 해요. 지난해야 뭐 주식이 워낙 활황이었죠. 동시에 미국 달러는 약세였어요. 그렇다 보니 같은 수익률이라도 미국인만큼 미국 주식 수익률을 오롯이 취득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올해는 달러 강세 조짐과 동시에 지난해보다 주식 기대수익률은 덜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럴 땐 환율도 함께 고민해보세요. 가령, 달러가 강세일 때 한국 코스피를 사는 게 맞는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사는 게 맞는지 생각하고 투자하라는 거죠.”
[빅스토리]윤창용 "기업 실적과 체감 경제 달라...주식투자 유효"
자산가들이 투자할 만한 장기 우량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단기는 사실 방향성 매매인데, 관련주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투기하듯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구를 하고 투자를 하면 설령 자신이 예상한 것과 주가와 시장이 다르게 가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금리가 올라가긴 하지만 주식도 재테크의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셔야 해요. 시장금리가 올라가도 주식의 배당 수익률을 금방 따라잡긴 힘들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안 올라도 배당 수익을 통해서 예금금리를 이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무엇보다 부동산 거래 등 다른 투자 수단들이 많이 막혀 있기도 하고요. 장기적으로 한국이 잘하는 산업, 한국엔 없는 해외 기업들에 대해 투자해보세요.”

신한금융투자는 국내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기관이 낸 기업 ESG 등급의 컨센서스를 수치화해 등급을 매긴 바 있는데, 현재 ESG 중심 투자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면요.
“ESG는 기본적으로 ‘착한 기업에 투자하자’는 것이죠. 재무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정보를 보고 투자가 이뤄집니다. 아마 앞으로 관련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 이런 기업들을 평가할 합리적인 잣대가 완성되지 못했어요. 평가기관마다 평가 요인이 제각각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시장 대비 성과가 높다 혹은 낮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파악해 큰 흐름을 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 투자는 어떻게 보세요.
“저는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화폐가 기본적으로 가치가 그렇게 변하면 안 되죠. 물론, 요즘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나 암호화폐 논의가 활발하긴 하죠.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대변하는 투자 수단의 일종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 기술과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가격은 오르겠죠. 단, 화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