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IT 트렌드 22

it clip/ 발명된 지 200년이 넘은 자전거가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모빌리티 업계의 판도를 변화시켰다. 돈, 시간보다 건강, 안전이 중요해진 사회가 되면서 최대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면서 이동을 하기 위해서다. 팬데믹 때문에 대중교통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기에 정부 차원에서도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 권장하고 지원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불특정 다수와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불안감이 줄기 때문에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곧 퍼스널 모빌리티가 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집콕(집에서 콕 박혀 삶)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해방시켜주는 역할도 하고 자동차보다 훨씬 큰 운동효과도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자전거의 역주행, 모빌리티의 변화 주목하라
편리성
배달 업체는 전기 자전거를 많이 도입했다. 무거운 짐을 싣고 높고 가파른 언덕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전기 자전거는 초기 구입 비용이 낮고 충전 전기료 외에 추가비용이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교통 체증에서도 자유롭다. 기차, 큰 버스, 택시가 아예 접근할 수 없는 골목골목을 섬세하게 누빌 수 있는 것도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경쟁력이다.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충전소도 일상 가까이에 많이 있다. 여러 편의점에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쉽고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급하게 충전이 필요한 사용자, 미리 충전해두려는 사용자,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짬을 내어 충전하려는 사용자는 손쉽게 가까운 충전소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은 팬데믹으로 언택트, 안전, 친환경,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자전거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6월 독일 베를린 자전거 사용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26% 증가했다. 뮌헨 시는 약 20% 자전거 사용자가 늘어났다. 독일연방교통부 의뢰에 의해 14세에서 69세 사이의 시민 30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전거 모니터 2020’을 보면, 독일인의 25%가 지난해보다 더 자주 자전거를 이용한다. 32%는 코로나19 사태 후 대중교통 수단을 지난해보다 덜 이용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자전거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로는 건강 유지(응답자들의 85% 동의), 기타 여가활동 대체(75%), 집 밖으로의 일시적인 일탈(71%), 환경보호(71%),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의 보호(61%)라는 답이 나왔다(코트라 해외시장뉴스).

더 작게, 더 가볍게, 더 재미있게‘더 작게, 더 가볍게, 더 재미있게’라는 구호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조건이다. 이는 모빌리티 디바이스뿐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모든 정보기술(IT) 제품에 통용되는 말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주행하고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작아야 한다. 크기가 극도로 작아지면 주차는 고려할 대상도 아니다. 노트북 크기의 ‘전동휠 워크카(Walkcar)’라는 제품이 있다. 마치 노트북에 바퀴 네 개를 달아놓은 느낌인데 에코백에도 쏙 들어간다. 13인치 노트북 크기로 무게는 2.9kg이다. 간편하게 이동할 때 좋고, 다른 대중교통을 탑승할 때도 자유롭다. 10~16km/h 속도를 내며 한 번 충전으로 5~7km 이동한다. 이 제품은 ‘콘셉트 디바이스’ 느낌이 강하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끊임없이 더욱더 작고 더욱더 가벼운 ‘휴대용’ 모빌리티 수준까지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탈것’과 ‘이동체’ 크기의 한계가 줄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접고 펴는 스쿠터현대자동차가 2017년 콘셉트 모델로 내놓았던 차세대 모빌리티 ‘아이오닉 스쿠터’가 실제 생산에 들어간다. 2021년 상반기 출시될 전기자동차 브랜드 ‘아이오닉5’에 빌트인 형태로 탑재된다. 빌트인이라면 초소형, 초경량 모델로 차량에 빌트인 형태로 충전된다는 뜻이다.
3단으로 접을 수 있고 무게는 7.7kg이다. 최고 속도 20km/h, 한 번 충전으로 20km 주행도 가능하다. 다양한 교통 정보를 보여주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야간 주행용 전후방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도 있다. 거의 킥보드처럼 날렵하고 유려한 디자인에 한 손으로 접었다 펼 수 있다. 전기차와 빌트인 형태로 충전되니까 전기 스쿠터가 처음인 소비자에게도 덜 낯설다. 역시 ‘더 작게, 더 가볍게, 더 재미있게’라는 원칙에 충실한 제품이다.
자전거의 역주행, 모빌리티의 변화 주목하라
재미있는 모빌리티최근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비롯해서 모든 IT 제품은 기능과 스펙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erble)한가’, ‘공유할 만한가’, ‘자랑할 만한가’, ‘예쁜가’, ‘재미있는가’, ‘유쾌한가’도 제품 선택에 중요하다. 소비자가 모빌리티를 ‘이동수단’으로 느끼는 것 이외에 ‘즐기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말, 할리데이비슨이 새로운 전기 자전거 시리얼1(Serial 1)이라는 브랜드로 전기 자전거 사업부를 별도로 분리시켰다. 시리얼1은 가장 오래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1903 시리얼 넘버원’에서 영감을 받은 복고풍 자전거다.
할리데이비슨은 이 전기 자전거의 스펙과 기능을 공개하기 전에 디자인을 먼저 공개했다. 흰색 타이어, 가죽 안장, 손잡이, 검정 프레임. 보자마자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집에서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는 평균 거리가 4km에 달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이 거리가 평균 600m 정도다. 라스트 마일 거리가 한국은 그렇게 멀지 않다. 그리고 마을버스 같은 촘촘한 이동수단이 잘 활성화돼 있다. 걷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래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퍼스널 모빌리티는 이동수단이라는 기능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놀이’, ‘즐길 거리’, ‘공유 거리’, ‘얼리어댑터가 호기심을 가질 IT 제품’이라는 이름표도 가져야 한다.

르노 초소형 전기차르노의 초소형 2인승 전기차 ‘트위지’를 보자. 사람들은 트위지를 스쿠터와 전기차의 중간,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중간으로 본다. 이 차는 양쪽의 장점을 가져왔다. 초소형 이니까 오토바이처럼 골목골목을 기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다. 거리의 작은 틈을 비집고 지나갈 수 있다. 비좁은 공간을 뚫고 주자할 수도 있다. 엄연히 자동차 이기에 눈, 비 오는 날에도 안전하고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라스트 마일의 루틴 해결에 좋다. 출·퇴근, 마트 장보기, 큰 짐 운반하기에 딱 적당하다.
르노 말고도 BMW, 아우디, 람보르기니, 포드 역시 전지 자전거 사업,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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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 포인트5
1_제품-서비스 연계
사람들이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사업화하면 어떨까. 자전거로 하는 근교 여행, 자전거 타고 한강 질주 동영상 찍기 대회, 새벽 자전거 운동 챌린지, 전기 자전거 충전 서비스 이용 시 세척 서비스 이벤트, 전동 킥보드 사진 콘테스트, 전동 킥보드 애플리케이션 사용 시마다 광고를 노출해주는 기업 간 거래(B2B) 이벤트,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타고 보는 야외 연극 이벤트 등. 무궁무진한 연계 서비스가 가능하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큰 예산이 들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흔치 않은 장비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자 놀이기구이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 기획이 쉽다.
제품-서비스 말고 제품-제품도 연계할 수 있다. 자동차에만 에어백이 있으란 법 없다. 자전거도 에어백은 필요하다. 이 아이디어에 착안한 사업이 있다. 프랑스 중소기업 엘리트(Helite)가 2019년 세계 최초로 자전거 에어백 비세이프(B’Safe)를 출시했다. 비세이프는 유럽 표준 개인용 보호장구(CE/PPE) 2등급을 획득했고 2019년 가을부터 상용화됐다.
자전거 사용자는 에어백 조끼를 착용만 하면 끝이다. 에어백 조끼의 무선장치와 자전거의 감지 장치가 사고, 추락, 위험을 감지하면 서로 신호를 교환해 에어백을 작동시킨다. 조끼는 80ms(1000분의 1초) 안에 부풀러 올라 인간에게 가해질 흉부와 척추 충격의 90%를 흡수한다.
다른 비즈니스 분야도 보자.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 펜더(Fender)는 기타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본질을 넘어 즐겁게 기타를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판매하는 회사로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펜더는 고객 대다수가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기타 연주를 포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타 초보자들이 연주에 흥미를 느끼고 1년 이상 기타를 즐긴다면 평생 기타를 연주하고 좋아하는 사람 수가 늘 것이다. 그래서 펜더는 펜더플레이라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서비스 이후 고객 대다수가 새 기타를 재구매했고 전체 기타 판매수익도 좋아졌다. 한마디로 제품과 서비스를 연계해 ‘기타 팬’ 파이 자체를 키운 것이다.

2_공유 서비스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공유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봄 직하다. 공유 차량과 카풀 사업은 정부, 다른 사업 업체, 관련 환경, 법규 등 고려 점이 정말 많다. 하지만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라스트 마일에 집중하면서 다른 산업과 갈등을 빚을 요소가 적다. 또한 ‘전동화’ 트렌드에 힘입어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붐이 일고 있어 가격도 저렴해지고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첫 시장 진입이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사회 전 계층에서 ‘환경친화’와 ‘공유’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공유 서비스’는 일단 사람들이 관심과 호의를 가지고 간다. 비슷한 맥락으로 대중교통 소외지역이나 농어촌을 위한 모빌리티 지원 서비스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3_모바일 연계‘마이크로 모빌리티=모바일’이라는 공식이 어색하지 않다. 별도로 ‘모바일화’나 ‘디지털화’를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는 모바일 앱에서 예약, 결제, 충전시간 확인, 주차 위치 확인, 면허증 등록 관리가 다 가능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연동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전동 킥보드 위치도 소비자에게 앱이 즉시 알려준다. 소비자는 가까운 곳의 킥보드를 찾아 핸들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은 뒤 바로 사용하면 된다.
모바일 앱과 연동하는 광고 사업, 다양한 사용법 앱 개발 사업도 고민해볼 수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위한 모바일 앱 생태계는 이미 구축돼 있으니, 이 생태계를 ‘활용’해서 모바일에 나의 서비스를 더 ‘얹는’ 것에 리소스를 집중하면 효과적이다.

4_구독 서비스구독 서비스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것도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장점이다. 구매 비용보다 구독료가 저렴하고, 기기 관리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KTX나 버스에서 공유 마이크로 모빌리티 환승 비용을 할인해주는 제도, 정기 이용권 제도, 패키지 이용권 제도, 멤버십 이벤트도 기획해볼 수 있다. 전동 킥보드 회사인 보이(VOI)는 영국 브링험에서 월 단위 구독 모델을 출시했다. 단기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구독 서비스는 개인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회사 단위에도 유용하다. 모빌리티 업계에서 사업을 기획하는 신생 회사들은 이 마이크로 모빌리티, 퍼스털 모빌리티의 덕을 많이 본다. 신생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이동수단을 직접 제조하거나 구입하지 않아도 교통 사업을 할 수 있다. 라스트 마일까지 전기 스쿠터를 대여나 구독해주는 다른 서비스 회사가 이미 많으니까 이들의 인프라를 바로 가져다 쓰는 것이다. 교통 부분은 이렇게 해결하고 자기 사업 본연에만 집중하면 되니 신생 회사의 시간과 자본이 굉장히 절약된다. 그래서 이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전체적인 모빌리티 생태계 자체를 계속 북적이게 만든다.

5_컬처 붐업현대카드는 서울에 복합문화공간인 ‘라이브러리’를 설립했다. 디자인, 트래블, 음악 등 복합문화공간에서 고객을 만나는 전략을 쓰겠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스포츠, 예술, 도서, 여행이라는 ‘컬처를 즐기는’ 트렌드를 붐업시키고 그 즐기는 수단으로 현대카드가 적극 이용해 카드사 이미지를 상승시킨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제품 판매 그 자체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IT 제품 컬처’ 붐업이 가장 큰 목적이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시몬스는 침대 판매는 안 하는, 복합문화공간 팝업 스토어를 국내에 오픈한 적이 있다. 역시 동일한 맥락의 ‘컬처 붐업’이 목적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역시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이용하고 즐기는 컬처 자체를 붐업시켜야 한다. 그러면 사업은 자연히 따라온다.
팬데믹 이후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트렌드는 더 작게, 더 가볍게, 더 재미있게 간다. 사업 아이템, 사업 콘텐츠를 일단 정한 뒤 그것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재미있는 것을 일단 찾은 뒤 그것을 내 사업 아이템, 사업 콘텐츠에 녹아내는 편이 쉽다.

글 정순인 LG전자 책임 연구원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저자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본부에서 수주 대응, 오토모티브(Automotive) SPICE 인증,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업무를 한다. 소프트웨어공학(SW Engineering),Technical Documentation 사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2016~2017년 연속 최우수 강사상과 2018~2019년 연속 우수 강사상을 수상했다. 강의와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다룬 책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