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와 증시 호황 속에서 변액보험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 업계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배 커졌다. 특히 높은 수익률로 탁월한 운용 능력을 보여줬던 미래에셋생명의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며 변액보험 시장을 주도했다.
[special]변액보험, 큰 폭 성장…점유율 1위는 미래에셋생명
#1. 직장인 김민영(32) 씨는 올해 적금을 드는 대신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상황에서 예·적금의 낮은 이율만 바라보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단기 수익을 내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투자 공부가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불안했다”며 “금융사가 운용해주는 변액보험을 통해 우선 장기 투자를 시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2.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을 계기로 재테크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오민준(36) 씨. 국내 주식을 시작으로 글로벌 투자까지 다양하게 손을 뻗으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세금’이 재테크의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오 씨는 올 하반기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변액보험처럼 절세 혜택이 높은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투자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졌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흐름이 이어지며 급기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열풍까지 만들어냈다. 투자 광풍 속에서 누군가는 큰돈을 벌었지만, 무분별한 투자로 돈을 잃은 이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보내는 사이, 이제 높은 수익만을 좇는 ‘투기’가 아니라 건전한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가능성 높아 보이는 투자처에 목돈을 ‘올인(all-in)’ 하는 초강수를 두기보다는, 변액보험이나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자산 배분, 장기 투자에 중점을 둔 금융 투자 상품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special]변액보험, 큰 폭 성장…점유율 1위는 미래에셋생명
[special]변액보험, 큰 폭 성장…점유율 1위는 미래에셋생명
초회보험료 점유율 미래에셋이 65.7% 차지
이런 흐름 가운데 변액보험이 올 1분기 주식시장 호황으로 날개를 달았다. 하반기 증시가 추가 상승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세금 걱정 없이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덕이다. 뿐만 아니라 자산 배분으로 안정성까지 챙길 수 있어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586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954억 원)에 비해 166.5% 급증했다. 2018년 1분기 7411억 원, 2019년 1분기 3126억 원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처음으로 납입하는 보험료를 뜻하는 말로, 보험사의 성장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그중에서도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셋생명의 올 1분기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427억 원으로 점유율 65.7%를 차지했다. 2018년 30.0%, 2019년 33.0%, 2020년 53.0%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온 데 이어, 올해는 60.0%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2위인 메트라이프생명(8.4%)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높은 비중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의 1분기 초회보험료는 1328억 원으로 전년 동기(443억 원) 대비 199.2% 성장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해 점유율 3위(7.2%)를 기록했다가 올 1분기 2위로 올라섰다.

점유율 3위는 푸르덴셜생명(4.7%)으로, 전년 같은 기간(742억 원)보다 25.6% 늘었다. 이어 흥국생명(4.5%), DGB생명(3.9%), 하나생명(2.7%), ABL생명(2.5%), BNP파리바카디프생명(2.3%), 오렌지라이프생명(2.0%) 순으로 모두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생명 1개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나머지 전체 생명보험사의 성적을 모두 더한 것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중소형사가 판매를 주도하고 대형사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변액보험 시장의 양상은 올해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현재 변액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지 않는 빅3 생명보험사의 점유율은 2.1%에 그쳤다. 빅3 가운데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교보생명은 1.5%를 기록했고, 삼성생명은 0.5%, 한화생명은 0.1%로 점유율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다만 변액보험 전체 자산 규모는 삼성생명 32조1987억 원, 한화생명 18조3967억 원, 교보생명 17조775억 원으로 미래에셋생명(13조1993억 원)을 상회한다.

보험연구원은 ‘변액보험 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상위 5개사의 특징을 살펴본 결과 보험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 적극적인 수익률 제고 노력, 차별화된 상품 구조 등에서 전체 보험사와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위 5개사는 대형사가 아니기 때문에 틈새시장 전략을 구사하기에 용이한 것으로 보이며,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활용하고 보증준비금 부담을 피해 갈 수 있는 저축성 변액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pecial]변액보험, 큰 폭 성장…점유율 1위는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 3년·5년 유형별 수익률도 미래에셋이 1위
각 보험사가 변액보험을 얼마나 잘 운용하는지 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수익률이다. 변액보험은 짧은 시간 내에 큰 성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3년 혹은 5년 이상의 중장기 수익률을 파악해보는 게 좋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변액보험 펀드 유형별 수익률에서 미래에셋생명이 전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켰다. 우선 5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은 ‘주식형’에서 미래에셋생명이 101.6%의 수익률을 달성하며 1위를 기록했으며, IBK연금보험(93.0%), 메트라이프생명(88.8%), 푸본현대생명(87.6%), 교보생명(82.6%)이 뒤를 이었다.

‘주식혼합형’의 수익률도 미래에셋생명이 55.4%로 가장 높았고, 이어 DB생명(47.7%), 처브라이프생명(45.1%), 흥국생명(43.5%), AIA생명(36.9%) 순으로 나타났다. 안정을 추구하는 ‘채권형’의 수익률도 미래에셋생명(13.4%)이 1위를 차지해, 2위인 IBK연금보험(7.5%)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어 동양생명(7.5%), AIA생명(7.1%), DGB생명(6.9%)이 소폭 차이를 두고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채권혼합형’의 수익률까지 미래에셋생명(35.1%)이 선두를 달렸다. 2~5위는 KB생명(28.3%)과 신한생명(27.6%), 오렌지라이프생명(27.5%), DB생명(25.1%)이 각각 차지했다.

변액보험 3년 수익률도 미래에셋생명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것은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생명은 주식형(61.4%), 주식혼합형(35.4%), 채권형(9.0%), 채권혼합형(25.3%) 등 모든 부문에서 1위 자리에 오르며 높은 자산 운용 능력을 입증했다.

변액보험의 핵심은 ‘장기 투자’에 있다
새로운 투자처와 노후 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최근 변액보험 신계약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기존에 가입했던 변액보험을 해지해 주식 등 직접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변액연금보험, 저축성 변액유니버설보험 등 변액저축성 보험의 월별 해지율은 지난해 12월 1.79%, 올해 1월 2.21%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변액보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액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펀드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과 해약환급금이 결정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일정 조건하에서 투자 수익을 비과세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변액저축성 보험 해지 증가는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자금 이동, 수익 확정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변액저축성 보험은 장기 보장 수단에 가깝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에 따른 해지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각 보험사가 변액보험을 얼마나 잘 운용하는지 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수익률이다. 변액보험은 짧은 시간 내에 큰 성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3년 혹은 5년 이상의 중장기 수익률을 파악해보는 게 좋다.

글 정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