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미정 노블사업부 이사·전대진 노블제작그룹장

대한민국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의 힘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 웹소설은 원천 IP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등에 업고 이제 막 비상하기 시작했다. 그 날갯짓을 돕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K-스토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Special]카카오엔터 “글로벌서 통한 K-스토리, 한국 대중의 눈 정확했죠”
“‘우리가 지금 가장 잘하는 걸 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던 게 주효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중의 눈이 정확하다는 생각을 갖고 IP를 확장했더니 지금 이렇게 좋은 결과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분야가 있다. 바로 ‘웹소설’이다. 과거 마니아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장르소설은 이제 유료 연재 시장에서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강력한 IP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합병된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웹소설 대중화의 텃밭을 일구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웹소설 유료 연재 시장이 태동하던 시절부터 K-스토리의 시대가 열린 지금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시장의 흐름과 발맞춰 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미정 노블사업부 이사와 전대진 노블제작그룹장을 만나봤다.

최근 몇 년 사이 '슈퍼 IP'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특히 웹소설이 오리지널 IP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미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노블사업부 이사(이하 김 이사) 가장 큰 부분은 웹소설이 갖고 있는 확장 가능성인 것 같아요. 웹소설에서 출발한 IP가 웹툰, 영상으로 제작되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데요. 굿즈 사업, 오디오북, 게임 등 확장 가능성이 너무나 많거든요. 그 가능성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주목받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웹소설의 확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대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노블제작그룹장(이하 전 그룹장) 웹툰으로 확장되는 사례가 많고, <김 비서가 왜 그럴까>처럼 영상화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죠. 게임과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북에 대한 제안도 꾸준히 들어옵니다. 특히 요즘에는 ‘상품화’에 주목하는 분위기인데요. 과거에도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는 있었지만 지금은 규모가 더 커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팬덤이 있는 작품이라면 상품화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 이사 아무래도 원천 IP로서의 가치가 있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 판권이 판매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판권 문의가 와서 ‘여기서도 한국 소설을 읽는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했죠. 사실 그동안 동남아시아 쪽으로는 한국 소설이 많이 진출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유럽 등 서양권 국가에서도 문의가 들어오는 추세예요. 과거에는 소설 내용이 재밌어서 작품이 떴다면, 지금은 캐릭터가 뜨거든요. 캐릭터에 팬덤이 붙는 ‘팬덤 문화’가 커지고 있습니다. 흔히 ‘K-스토리’라고 하잖아요. 스토리의 파워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가수, 영화, 드라마가 각광받았다면, 이제는 K-스토리가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K-스토리가 해외 주요 콘텐츠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시나요.
김 이사 저희가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에 지난해부터 웹툰을 공급해 왔는데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국내 작품의 매출이거든요. 또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는 한국 작품이 2% 정도 들어가 있는데, 이 작품들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 정도로 K-스토리가 해외 시장에서 잘 된다는 뜻입니다. K-스토리가 굉장히 보편적이고 어느 나라에서나 통할 만한 이야기라 해외에서도 안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작품 기획 단계부터 원소스 멀티유스(OSMU)를 고려하나요.
전 그룹장 두 가지 방향이 다 있습니다. 실제로 원소스 멀티유스(OSMU)를 염두에 두고 기획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영상 제작사에서 ‘소설로 먼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역으로 제안을 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들이 느끼기에는 원천 소스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웹소설 작가들도 2차 저작물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 때문에 창작에 제약이 걸릴 수가 있거든요. 각 매체에 맞는 크리에이터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추후에 각색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2차 저작물로의 확장 가능성보다는, 소설이나 웹툰 자체의 재미에 확실하게 집중해서 독자들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는 콘텐츠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Special]카카오엔터 “글로벌서 통한 K-스토리, 한국 대중의 눈 정확했죠”
웹소설만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전 그룹장 웹소설은 독자들이 글을 통해 직접 상상할 수 있다 보니 좀 더 제약이 없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합니다. 아마 웹툰이었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거예요. 웹툰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있고, 어시스트들과 협업도 진행하다 보니 하나하나가 투자라고 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장르적인 면에서의 실험성은 소설에서 훨씬 많이 이뤄졌어요. 그 결과 지금처럼 다양한 웹소설 장르와 키워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스토리의 퀄리티가 더 높아진 측면도 있나요.
김 이사 퀄리티가 높아지고, 소재도 다양해졌어요. 작품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태도도 더 열려 있는 것 같고요. 요즘은 작가와 독자가 서로 소통을 많이 하거든요.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은 뒤 작품에 적용시키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다 보면 소재가 확장되고 더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작품의 퀄리티도 많이 높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모바일 환경과도 작품이 잘 맞아야 하잖아요. 여러 가지가 맞물려서 작품과 시장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카카오페이지가 국내 웹소설 시장의 메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김 이사 아무래도 ‘기다리면 무료(이하 기다무)’라는 비즈니스 모델(BM)의 역할이 컸던 것 같습니다. 2014년에 기다무 BM이 처음 나왔거든요. 획기적인 시스템과 좋은 작품이 잘 만난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그룹장 모든 것들이 잘 맞물린 것 같아요. 처음 유료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는 구매전환율이 높지 않았어요. 그러다 기다무 BM이 독자를 ‘무료’에서 ‘유료’로 유도하는 역할을 해줬죠.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유료 로 구매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무료 연재 시장에서 성장한 작가들의 웹소설 집필 방법과 기다무 BM이 잘 결합하면서 결국에는 웹소설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 같아요.
김 이사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중요한 요소였죠. 사실 저희가 앱을 처음 내놨을 때 굉장히 많은 업데이트 과정을 거쳤어요. 지금은 서비스가 커지다 보니 너무 큰 변화가 생기면 독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거든요. 오래된 고객들은 예전 뷰어(viewer)가 편하고, 새로 진입한 고객들은 새 뷰어가 편할 수도 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개선이 이뤄지는 상황이에요.

무료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인데, 유료 웹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 이사 스토리를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궁금할 수밖에 없거든요.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고, 결국 과금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전 그룹장 작품은 하나의 완성된 전체 스토리로 봐야 하잖아요. 어떤 장면은 재미가 조금 떨어지지만, 전체 스토리를 위해 꼭 필요한 장면도 있어요. 그런 장면에서 독자들이 (과금을 하기) 머뭇거려질 때 기다무 시스템이 독자들을 밀어주는 역할을 분명히 한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나 콘텐츠사업자(CP)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다무가 매출 항속력을 굉장히 많이 유지시켜준다고 하더라고요. 작가들이 일시적인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 전체의 완성도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드렸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료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김 이사 작가와 CP사를 설득하는 과정이죠. 처음에는 ‘기다리면 무료로 보게 해준다고? 끝까지 무료 작품으로 남으면 어떡하냐’는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저희도 활성화된 플랫폼이라기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고, ‘이게 정말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인 걸까’라는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셨어요.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죠.
기다무를 계기로 작품의 생존 사이클도 굉장히 길어졌어요. 과거 로맨스 소설 같은 경우 짧은 단행본 시장이었기 때문에 작품 하나가 론칭해도 살아남는 사이클이 굉장히 짧았습니다. 거의 3개월 이상을 못 갔어요. 그런데 기다무 BM은 독자들도 연재를 함께 달리며 보는 시스템이죠. 길어진 생존 사이클을 경험해본 뒤에는 많은 분들이 작품 공급을 허락하고 계십니다.
[Special]카카오엔터 “글로벌서 통한 K-스토리, 한국 대중의 눈 정확했죠”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지의 이용자 연령대는 어떤가요.
김 이사 이용자 연령대가 어릴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사실 굉장히 고르게 분포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랭킹에서는 아이돌물이나 육아물이 눈에 띄다 보니 ‘어린 독자들이 많지 않냐’는 오해를 하세요. 그런데 막상 구매층을 살펴보면 20~3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작품의 스토리에 따라 연령층이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밀리언페이지에 있는 작품의 독자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고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판타지 소재의 작품이 인기가 많던데, 영상화를 염두에 둔 IP로서는 다소 제약이 있지 않을까요.
김 이사 현재 넷플릭스만 봐도 판타지성이 강한 장르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거든요. 그게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아요. <경이로운 소문>처럼 판타지성이 강한 작품도 충분히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브리저튼>(19세기 영국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이 드라마화된 것처럼, 국내 로맨스 판타지물도 충분히 영상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원천 IP를 토대로 충분히 각색이 가능하잖아요. 국내 버전으로 소재를 각색해서 제작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전 그룹장 판타지 장르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이다 보니 조금 더 주의해서 진행해야 하는 측면이 있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천 소스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도’인 것 같습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원천 IP라면 결국에는 제작 문의를 주시더라고요. 과거 영화 <엑스맨>이 처음 나왔을 때 ‘아, 이게 영화로 나올 줄이야’라는 반응이 있었죠. 그런데 <엑스맨>은 시작일 뿐이었고, 이제는 마블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우리도 그런 날이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IP 산업의 발전을 막는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불법 유통’ 문제가 있는데요.
김 이사 불법 유통 콘텐츠의 건수가 상당히 우려스러운 수준입니다. 사실 저희 플랫폼 차원에서도 전문 단속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단속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만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요. 다같이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불법 유통에 대처하는 저희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측면도 있어요. 독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그룹장 웹툰의 경우 올 1월 불법 유통 사이트 ‘어른아이닷컴’을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기술적 노력도 하고 있고요. 정부기관과의 공조도 이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대중의 인식이 ‘작품을 유료로 열람해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변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불법적인 경로로 작품을 보는 분들이 많다 보니 불법 사이트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거겠죠. 그런 부분에 대한 캠페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 9월에는 웹소설 자유 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를 선보였는데요.
김 이사 기존에 무료 연재 사이트가 있긴 했지만, 한정적이라고 느꼈어요. 작가들은 데뷔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고, CP사들도 양질의 작품을 발굴하고 계약을 맺기까지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그런 어려움을 저희도 많이 들었고요. 작가들이 편하게 데뷔하고, CP사가 자유롭게 컨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고민에서 ‘스테이지’가 출발했죠.
스테이지에 대한 논의는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요. 차곡차곡 기획하고 개발한 결과 올 9월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금이나 카카오페이지 데뷔 기회를 드릴 예정입니다. 또 CP사들이 작품에 컨택하는 과정에 저희가 전혀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요. 스테이지에서 연재한 작품을 추후 카카오페이지에서 정식 연재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플랫폼에서 정식 연재를 할 수도 있는 거죠. 완전한 오픈형 플랫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토리 엔터테인먼트를 좀 더 키우고 활성화시키려면 이런 텃밭이 탄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강하게 생태계가 돌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입니다.
전 그룹장 저희는 상생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동안 CP사와 협업하면서 좋은 IP를 발굴하고 제작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느 한 곳으로 균형이 치우치는 게 저희한테도 부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느껴집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특정 CP사가 작품을 많이 맡으면 그 CP사만의 색깔이 있을 수 있고, 또 특정 플랫폼만의 색깔도 있을 수 있잖아요. 따라서 스테이지는 최대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IP 산업의 미래와 카카오페이지의 성과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이사 IP 산업이 확장하는 추세이다 보니 앞으로 2차 저작물은 더 활발해질 것 같아요. 아직 시도하지 못했던 2차 저작물이 많고,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도 많거든요. 또 웹툰 플랫폼이 태국, 인도, 대만 등으로 퍼져 나가고 있잖아요. 플랫폼이 구축되면 웹소설도 번역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있습니다. 처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생각했을 때는 ‘그 나라가 원하는 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가장 잘하는 걸 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던 게 주효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중의 눈이 정확하다는 생각을 갖고 IP를 확장했더니 지금 이렇게 좋은 결과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