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골프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가 어뉴골프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거다. 숨기려고 해야 숨길 수 없는 낭중지추의 디자인과 매력을 지닌 어뉴골프를 이끌고 있는 수장 박민규 대표를 만났다. 그가 어떻게 어뉴골프를 이다지도 높은 곳에 올려놓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interview] Better talk
어뉴골프는 2015년에 론칭했다. 골프 쪽에 백그라운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골프 브랜드를 론칭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
스노보드, 스키와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를 운영했었다. 일본에 제품들을 수출하며 일본 바이어들과 친해졌다. 그들을 통해 골프 분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듣기도 하고, 골프 브랜드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당시엔 골프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2년 즈음에 골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격상, 내가 도전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덤벼들 순 없었다. 하루에 8시간씩 연습을 하고, 공부도 하며 골프를 알아갔다. 그렇게 노력했더니, 아주 빠르게 싱글 핸디캐퍼가 됐다.

운동 신경이 좋은가 보다. 아무리 노력해도 몇 개월 만에 실력자가 되는 건 힘든 일이다.
원래 운동을 했었다. 태권도를 했었던 터라 운동 감각이 좀 있다. 어쨌든 그렇게 골프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알고 난 후, 어뉴골프를 론칭했다.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것부터 계산하면, 3년을 준비했다. 회사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직원 없이 나 혼자 일했다. 로고 디자인은 물론 제품 디자인 그리고 일러스트까지 혼자 완성했다. 특히 로고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음에 드는 로고를 완성하기 위해 브랜드 이름보다 먼저 로고를 결정했다.

‘어뉴(ANEW)’의 로고는 옷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어도, 작게 반복적인 패턴으로 적용해도,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해낸다. 잘 만든 로고라고 생각했다. 어뉴는 ‘다시 시작’이란 뜻이다. 내 상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이, 어뉴골프 론칭 전에 다양한 사업을 했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일본 쓰나미 등 내가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업이 지지부진했기에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명이기도 하다.
[interview] Better talk
어떻게 다시 시작하게 됐나?
차를 팔았다. 3천만원을 손에 쥐고, 무작정 중국으로 갔지만, 스탠드백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다. 세 가지 컬러로 150개를 만들려고 하니, 수량이 너무 적다며 공장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봉제는 못하지만 다른 작업에 참여해 함께 만들겠다며, 공장 관리자를 설득했다. 그렇게 백을 만들며 중국에서 2천만원 정도를 썼다. 그리고 장갑을 만들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들이 많아 양고기 소비가 높다. 그런 이유로 고품질의 양가죽이 많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운 좋게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분을 만나 가죽과 골프 장갑 제작 공정을 꼼꼼히 살필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현지에서 경험과 공부를 하며 골프 장갑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대도 있었겠지만, 걱정도 많았을 거 같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직원 없이 사업을 혼자 했기 때문에 실패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냥 직진했다.

지금의 어뉴골프는 놀라운 브랜드가 됐다. 근 6년이란 시간 동안 가장 당신을 힘들게 했던 기억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의 공장 문화를 이해하는 게 힘들었다. 그들과 소통하고,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만만치 않았다. 그런 문제로 인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부터 용이치 않았으니까. 그리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다. 항상 흑백 프린터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숙소에서 디자인하고, 제품 생산을 이어나가곤 했다.

브랜드 론칭과 함께 스탠드백을 준비했다. 대다수 골퍼들은 캐디백이 외부로 가장 많이 노출되기도 하고, 금액도 만만치 않기에,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한다. 내가 지금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해도 작은 액세서리로 시작해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캐디백이나 스탠드백은 차후에 생산할 것 같은데.
과거엔 더 심했지만, 현재도 골프 시장은 거의 해외 브랜드가 차지했다. 그들과 나의 감성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익스트림 스포츠, 그러니까 스트리트 문화가 내 바탕이기 때문이다. 내 감성을 제품에 제대로 담아내기만 해도 확실히 차별화될 거라 생각했다. 카무플라주 패턴, 하와이언 패턴 등을 활용하면 라이프스타일이 될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차별화된 라인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품들의 컬러도 과감하고, 디자인도 감각적이다. 속이 다 보이는 투명 후드도 어뉴골프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감은 어떻게 얻나?
스포츠카를 타는 친구가 틴팅을 옅게 한 것을 봤다. 스포츠카는 외관이 화려하다.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이다. 그런데 스포츠카는 실내도 멋스럽다. 그 안을 보여준다는 것도 꽤 매력적이지 않나. 옅게 틴팅한 스포츠카처럼 골프 클럽이나 클럽의 커버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후드가 덮여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헤드 커버를 후드를 열어야만 사람들이 볼 수 있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반영했다. 그렇게 어뉴골프의 스탠드백을 사면, 투명 커버를 함께 주기 시작했다.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원래 미술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나?
솔직히 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 스노보드에 빠져 있을 때, 스노보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해외를 많이 다녔다. 유럽에 갔을 때였다. 멋진 조각상을 보면 그 형태를 꼼꼼히 살피고 있는 나와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미술관에 줄 서서 그림을 감상하길 즐겼다.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그때 알게 됐다.

어뉴골프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컨도어스라는 온라인 편집숍도 오픈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세컨드 브랜드도 론칭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이트를 오픈하진 않았다. 해외 브랜드들과 소통하며, 입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중하게 움직이려 한다. 세컨도어스는 온라인 스토어뿐 아니라 오프라인 스토어로도 오픈할 예정이다. 세컨드 브랜드 3S는 테스트 세일즈를 끝낸 상황이다. 내년 S/S엔 80 스타일 정도 준비해 전개할 계획이다.

3S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스테디 스윗 스팟(Steady Sweet Spot)이란 의미다. 일정하게 정타를 치자는 뜻인데, 이 역시 로고에 중점을 두고 브랜드를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골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혹자는 이미 포화상태가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전체 골프 시장은 아직까지 30퍼센트 이상, 더 많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6조였다. 지금은 2조 정도다. 4조가 흩어졌고, 그 4조 중 많은 부분이 골프로 넘어왔다. 하지만 그게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긍정적으로 보면 50퍼센트, 보수적으로 보면 30퍼센트 정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해외로 나가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글로벌 골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특별한 계획이나 전략이 있을까?
일본, 중국, 동남아, 북미, 유럽 등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해외 진출 시, 현지 회사와 조인트 법인 개념으로 진행하려 한다. 현지 시장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노하우가 있는 회사와 우리의 디자인 능력이 함께한다면, 분명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해외에서 많은 제안을 받고 있다.
골프 이외에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을까?
캠핑, 아웃도어 쪽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골프 브랜드도 더 론칭할 계획이 있다.


글 성범수 | 인터뷰 사진 박재영 | 메이크업 누리(롤링제이) | 헤어 나나 (롤링제이)
허미정 기자 hmj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