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윤석열 정부가 닻을 올렸다. 새 정부를 향한 국내외 굵직한 현안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기업 관련 상속세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까.
기업에 더 혹독한 상속세제 개선해야
[5월 13일 서울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수석.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 한경DB]

새 정부 시작에 따라 세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늘고 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완화 또는 개편에 대해서는 언론들도 앞다투어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기업인의 사망에 따른 과중한 상속세 부담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는 주로 기업인의 상속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과도한 상속세, 기업 발목 잡아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상속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다른 세금도 그렇지만 상속세는 상속세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산정되고,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세액공제 등의 내용은 생략한다).

상속세 과세표준은 상속재산가액에 10년 내 증여재산가액 등을 더한 다음, 다시 기초공제 및 인적공제, 일괄공제, 배우자상속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동거주택상속공제 등을 차감해 산출된다. 상속세가 과세되는 상속재산에는 국외재산도 포함된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의 경우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과 과세당국의 자의적 감정평가 실시로 인해 상속재산가액이 증가하고 있다(다만, 상속세에서는 다주택 여부로 중과를 하거나 불리하게 취급하지는 않는다). 상속재산 중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상속일 전후 2개월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상속재산가액을 계산한다(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과세가 유예됐지만, 그와 별도로 상속세 또는 증여세는 과세된다).
기업에 더 혹독한 상속세제 개선해야
상속재산 중 주식의 경우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소유 주식은 상속재산가액을 계산할 때 20% 할증이 적용된다. 특히, 상속공제제도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가업상속공제’이고, 각 경제단체에서는 현 가업상속공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편이나 대상 확대, 적용 요건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산출된 상속세 과세표준에 대해 상속세 세율을 곱해 상속세액이 계산된다. 상속세 과세표준은 다섯 구간으로 돼 있는데, 구간이 올라갈수록 상속세 세율이 10%씩 높아지는 초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최고 구간인 상속세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부분에 대한 상속세 세율은 50%다.

상속세액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우 물납 또는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비상장주식은 다른 상속재산이 없거나 물납이 가능한 다른 재산으로 물납을 하더라도 부족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물납한 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법인은 그 물납 비상장주식 공매에서 그 비상장주식을 물납 평가금액 이하로는 매수할 수 없다.

상장주식은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 용이하므로 물납 대상에서 제외되나, 법령에 의해 처분이 제한될 경우 물납이 가능하다. 문화재 또는 미술품은 2023년 1월 1일 이후 개시되는 상속부터 물납이 가능하다. 연부연납의 경우 최대 10년이지만, 가업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최대 20년을 인정하되, 일종의 이자인 연부연납 가산금(현재는 1.2%)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이제는 상속세의 문제점을 하나씩 살펴본다. 종래에는 공시가격으로 상속재산 중 부동산가액을 산출했지만, 최근에는 과세당국이 상속세 신고 이후 감정평가를 통해 감정가액과 공시가격의 차액에 대한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줄기차게 지적했는데, 최근에는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상속할 경우 그 비상장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서까지 감정평가를 실시해 비상장법인 주식의 가액을 증액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에 따라 상속재산 중 부동산가액을 ① 공시가격만으로 산출한 경우와 ② 공시가격으로 상속재산가액을 산출했지만 과세당국이 자의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해 상속재산가액을 증액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상속인들(또는 그 세무대리인)은 자신들이 ① 또는 ②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과세당국은 ① 또는 ②의 가액 중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감정평가 대상을 선정해 ②의 방식으로 상속재산가액을 산출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②와 같이 처리하더라도 상속인이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 ②에 따라 감정평가를 통해 증액된 상속재산가액을 부동산의 취득가액으로 인정받게 돼 양도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상속인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한다.

양도세와 증여세는 계산 방식, 납부 시기 등이 다르고, 상속인이 지금 당장 상속세를 더 납부하더라도 추후 양도세가 줄어들 것을 기대한다면 스스로 감정평가를 받아 상속재산가액을 산출해 상속세를 신고할 것이기 때문에 과세당국의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모든 부동산 가격이 항상 인상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②에 따라 감정평가를 통해 증액된 상속재산가액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각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납부한 상속세를 환급 받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과세당국의 감정평가 실시는 오로지 상속세 과세를 위한 것인데, 이러한 경우 과세당국이 감정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볼 법적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과세당국이 자의적으로 상속재산 중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해 상속재산가액을 증액하는 위법한 조치는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

해묵은 주식 상속세율, 개선 필요
다음으로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1999년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개정된 바 없다. 1999년 이전에는 상속세 과세표준 50억 원 초과에 대해 45%의 세율이 적용됐지만, 1999년 개정으로 현재는 상속세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에 대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1999년과 2020년을 비교할 때, ㎡당 공시지가는 모 은행 명동지점 부지가 3300만 원에서 1억9020만 원으로 약 5.8배, 강남역 주변은 1080만 원에서 9600만 원으로 약 8.8배 증가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도 약 4배가량 증가했으므로, 그만큼 기업 가치도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부동산이고 어떤 주식인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20년간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이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산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한다면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1인당 상속세 부담액도 더 늘어나게 된다. 상속세에 대해서는 초과 누진세율이 적용되므로 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결국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20년간 방치돼 왔던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을 신속하게 상향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다만 이는 법률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의 국회 의석 비율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기업인의 사망에 따른 상속은 더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부동산과 달리, 상속재산 중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소유 주식은 상속재산가액을 계산할 때 20% 할증이 적용되기 때문에, 상속재산가액이 30억 원을 초과할 경우 부동산에 대해서는 50%의 최고 세율이 적용되지만, 기업인이 보유한 그 기업의 주식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는 60%의 최고 세율이 적용된다.
왜 유독 기업의 주식에 대해서만 이러한 페널티를 부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에 적용되는 최고 60%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기업인이 평생을 바쳐 1000억 원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면, 그 기업인이 사망함에 따라 국가가 600억 원을 상속세로 가져가는 셈이다.

기업을 성장시키고 싶은 의욕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 기업인이 사망할 때 당장 600억 원의 상속세를 마련해 납부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연부연납을 통해 600억 원을 상속세로 납부하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상속인들은 20년간 매년 30억 원씩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기업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상속인들은 배당 등 자신의 소득에서 소득세를 먼저 납부하고, 남은 돈으로 매년 30억 원씩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속인인 2세 기업인은 600억 원의 상속세 빚을 20년간 나눠 국가에 갚아야 한다.

그런데 상속 이후 갑작스러운 전쟁 등으로 기업 가치가 500억 원으로 낮아진다면, 2세 기업인에게는 결국 100억 원 상속세 부채만이 남게 된다. 상속 이후 기업 경영이 어려워져서 안정적인 배당을 하지 못한다면 30억 원의 상속세를 체납하거나 이를 납부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결국 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의 유지를 계승하지 못한 채 기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필자 역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이런 일들을 다수 경험했다.

영속성을 위해 자연인이 아닌 법인 형태로 기업을 성장시켰는데, 결국 자연인의 사망에 따라 기업의 영속성이 단절된다.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도 함께 단절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 세율을 낮추거나 적어도 다른 상속재산과의 형평을 고려해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소유 주식에 대한 20% 할증만이라도 신속하게 폐지하는 게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연 매출 4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사업자가 기업을 물려줄 때 최대 500억 원까지의 가업상속재산가액을 상속재산에서 공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은 7년간 주식 지분율 또는 해당 기업의 자산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감소시켜서는 안 되고, 업종을 바꿔서도 안 되며, 고용도 유지해야 한다(사후관리요건 준수 의무).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 자체도 까다롭고 제한적이지만, 사후관리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그 때문에 가업상속공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업상속공제가 바람직하고 옳은 취지인가. 그렇다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개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선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연 매출 4000억 원 미만 또는 △중소· 중견기업으로만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연 매출이 높거나 기업이 성장하면 오히려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매출을 대폭 상향하고 대기업까지 포함하되, 소위 부자 감세 논란이 두렵다면 상속공제 한도를 적정 수준에서 정하면 된다.

또한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요건은 너무 엄격하고, 사후관리기간 7년도 너무 길다. 특히 사후관리요건이 2019년 말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될 때에는, 그 이전에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단축된 사후관리기간이 소급 적용되지 않았는데, 만약 사후관리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다시 법률을 개정한다면 경과 규정 등을 두는 방식으로 그 이전에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경우에도 단축된 사후관리기간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가 보기에 안타까운 점은 가업상속공제를 제대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법률(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과연 다수당인 야당에서 이에 협조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마치 극소수의 기업인들을 위한 혜택처럼 오해하는 시각 때문이다. 따라서 가업상속공제를 제대로 개편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가업’이라는 표현은 역사적 배경에는 부합하지만 현실에는 맞지 않으므로 이를 ‘기업’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했으면 한다.

또한 ‘상속공제’라는 표현 때문에 아예 세금을 내지 않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데, ‘가업상속공제’는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제도가 아니다. 상속인이 해당 가업상속재산을 처분할 때 그 가업상속재산의 취득가액을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으로 산정하게 되므로, 가업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아닌 양도세로 납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업상속공제’라는 용어보다는 ‘기업상속재산 과세이연’ 등으로 표현해 설명할 것을 제안한다.

변호사로서의 경험상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를 떠나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낮은 해외 선진국으로 이주했거나 이를 고민하는 기업인 또는 자산가들이 증가했다. 상속세 때문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매각하려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이제는 우리나라를 떠났던 기업인 또는 자산가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업무가 늘기를 희망한다. 단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들도 줄었으면 한다.

글 이강민 법무법인율촌 변호사ㅣ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