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부채폭탄 기상예보
지난 8월 8일을 전후해 수도권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도심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1만1000여 대의 차량 침수피해가 났고, 안타까운 인명 사고도 이어졌죠. 시간당 141mm라는 115년 만의 폭우는 많은 것을 그렇게 순식간에 앗아가 버렸습니다.

기상예보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기상청은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 100~250mm의 강수량을 예고했지만, 서울 동작구의 경우 하루 만에 누적 422mm의 비가 쏟아져 내려 무력감을 키웠습니다.

사실 기상청의 강수예보 정확도는 90% 이상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다만 여름 장마철에는 10%포인트 이상 낮아지긴 합니다. 슈퍼컴퓨터가 기상예보를 위해 소화해내는 방정식 계산만 무려 4450조 번, 여기에 숙련된 예보관들의 노력까지 생각했을 때 기상예보 무용론은 다소 과민한 반응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부채 리스크의 기상예보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국지성 집중호우와 함께 천둥번개가 예고된 상황입니다. 올 상반기 기준 가계부채는 1860조 원 규모라고 하죠.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가계부채의 가장 큰 뇌관은 자영업자들과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960조7000억 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으며, 대출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다시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이 만들어 놓은 결과입니다.

또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자 가운데 22.4%가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잔액 기준으로 다중채무 비중은 31.9%에 달했는데, 이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이 제2·3 금융권에 몰려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분기 말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 가운데 76.8%가 저축은행에 집중돼 있으니까요. 대출 리스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3%대 이상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까요.

한경 머니는 9월호 빅 스토리 ‘막 내린 빚투 시대, 부채폭탄 터지나’에서 먹구름처럼 몰려오는 부채 리스크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아서 기상예보처럼 풀어내봤습니다. 비록 슈퍼컴퓨터는 아니지만 부채폭탄에 크게 노출된 경우를 체크해 그에 맞는 대책도 모색해봤습니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는 우산도 무용지물입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비상구는 언제까지 열어 두지 않습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