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금융위기 데자뷰? 깜빡이 켠 시그널 '5'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갑작스럽게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가했다. 최근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지표와 시그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글로벌 성장 둔화, 환율 불안 지속, 주식 시장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부실채권 급증 등을 살펴보며 5가지 위기의 전조 증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big story] 금융위기 데자뷰? 깜빡이 켠 시그널 '5'
글로벌 국가들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전 세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확대, 통화 긴축 강화 등으로 경기 회복세는 요원한 상태다. 내년 세계 경제 역시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더 빨라진 긴축 흐름 등의 영향으로 성장 둔화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는데 올해 3.2%로 지난해(6%) 대비 반토막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봤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로 2년 연속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존 국가들의 성장률 하향세가 가팔라지고 있는데 2021년 5.2%, 2022년 3.1%, 2023년 0.5%로 급격하게 낮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이번에는 유럽이나 중국이 진앙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유로존 국가들은 에너지발 불확실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존은 통화 긴축 본격화, 재정정책 여력 축소, 러시아발 에너지 수급 불안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우려한 대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경우 유럽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1.25%포인트가 추가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1.5%포인트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로존 국가들 중에 가스와 전력 공급 불안 등에 따른 독일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재정 취약국들의 이자 부담 확대도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와 경기 부양 강화에 따른 소비 반등 및 투자 개선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옴에도 부동산 쇼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감소 등도 투자 여력을 더 제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헝다그룹 사태가 터진 이후 중국 부동산과 건설 시장 지표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또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대중 견제 정책 등 양국의 갈등 확대가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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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초강세 여파로 인한 곡소리가 글로벌 세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달러가 강해질수록 전 세계 통화 약세는 빨라지고 있다. 최근 환율만 놓고 보면 달러와 다른 통화의 구도로 양분된다. 달러가 강해질수록 미국을 제외한 신흥국과 선진국 통화 모두 약세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초강세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도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이 초청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앞으로 미국 달러가 10∼15% 더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2% 목표치 달성을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화자금 시장의 구조적 불안이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 안정을 위한 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 금리와 환율의 변동폭을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안정이 선행돼야 국내 금융 시장도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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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 하락은 최근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글로벌 전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기 둔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통상 금리와 주식은 반비례하는데 금리가 오를수록 주식은 내려간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코스피의 부진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주식 거래 위축으로 증시가 하락하면서 반대 매매가 증가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식 시장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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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팔라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11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사상 최저 금리의 장기화와 유동성이 풀리면서 채무 보증을 포함한 PF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 강원도 추천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의 도미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도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에 3조원의 추가 유동성이 공급되는 등 긴급 처방이 이뤄졌다. 올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고등 깜빡이가 켜졌다. 올해 1분기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도 28조843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쇄적인 PF 대출 중단으로 인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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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10월에 빅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부실채권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금리 상승 때문이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금으로 2017년 말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증권사의 부실채권 비율은 8.3%로 지난해 말 5.9%와 비교해 2.4%포인트 올랐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훌쩍 넘어서고 있어 시장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게 되면 자칫 금융권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