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김현섭 국민은행 센터장 "예·적금, 만기별로 분산해야…채권도 주목"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 강력한 긴축으로 인한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간만에 고금리 상황에 맞딱드리면서 재테크 상품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금리인상기에는 어떤 상품에 주목해야 할까.

“지금 같은 시기에는 무조건 분산투자를 해야 합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고금리 상황에 놓여 있지만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과감한 베팅을 지양하고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기예금은 만기별로 나누고 주식형 펀드는 분할매수로 접근해야 한다”며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신종자본증권도 안전한 상품 위주의 가입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은 5년 만기 상품으로 5년간 확정 금리를 받을 수 있고, 3년마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어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통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더 수익을 잘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기예금 상품도 타이밍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기예금은 기간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구조인데 6개월과 1년과의 금리 차를 따져보면 6개월 금리의 가성비가 더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 상승 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6개월 단기 상품과 1년 만기나 3년 만기 상품을 함께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올해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분산투자를 포함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기업들의 투자나 소비가 어렵고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이 매우 높아지면서 금융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big story] 김현섭 국민은행 센터장 "예·적금, 만기별로 분산해야…채권도 주목"
다음은 김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고금리로 인해 최근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예·적금 상품은 현금성 자산으로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정기예금 상품은 3~6개월, 1년, 3년 등 기간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 정기예금은 중간에 해지하면 중도 해지 비율이 적용되지만 매우 낮다. 내가 언제까지 쓸 수 있는 자금인지 정한 후에 단기와 장기성 예금을 혼합해서 가입해 놓는 것이 유리하다.

고객들 중 일부는 계속 금리가 올라갈 거라고 예상해서 정기예금을 나중에 넣겠다고 기다리는데 그건 옳지 않은 방법이다. 다만 적금 상품은 고금리라고 해도 납입금액이 매우 적고 기한이 짧기 때문에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예·적금 외에 고객들의 문의가 많은 상품은.

“금리 상승으로 채권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22년 11월쯤 만기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왔는데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은행에서는 신탁을 통해 팔고 있는데 현재 수익률은 5% 정도다. 예·적금만큼은 아니지만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금리가 떨어져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초에 채권 금리가 절정에 이를 수 있어서 한번에 매수하는 것보다 분할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현재(2022년 12월 21일) 3.6%로 고점 대비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다. 신종자본증권도 5년 만기 상품이지만 꾸준히 판매가 되는 상품중 하나다. 저축보험 상품도 환급률만 보면 5년 동안 130%가 넘고, 일부 상품은 연금 전환이 가능해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

지금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자산가들 중에는 어떤 상품들을 주로 선호하나.

“자산가들은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저금리 쿠폰 장기 국채에 관심이 많다. 현재 국채 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금리가 낮을 때 발행된 저금리 쿠폰 채권을 매수하면 과표가 낮아져서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만기 때 받은 원금으로 발생한 채권의 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올해도 고금리·고물가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2024년에는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선반영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상승세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금리 인상 때문에 성장주 가격이 많이 하락해 있으니 조금씩 분할매수 형태로 들어가도 좋을 것이다. ELS는 기초자산이 종합주가지수로 돼 있는 금리 10%의 상품들도 투자하기에 좋다고 본다.

다만 기초자산에서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는 담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원칙 때문에 ELS에서 손실이 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달러 자산을 기초로 한 달러 ELS도 연 10%대로 투자 매력도가 크다. 이외에 전자단기사채(전단채)도 삼성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우량 회사들의 신용 보강 상품들을 추천한다.”

신용 보강 상품을 보는 기준이 있다면.

“신용 보강 상품은 만약 만기까지 돈을 못 갚으면 대신 갚아주는 시스템이다. 최소 가입금액이 500만 원부터라 일반인들도 취급할 수 있다. 정기예금보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금리가 높고 단기채권형 상품이라 비교적 안전하다고 본다. 특히 하나금융이나 KB금융 등 금융지주 계열사의 신용 보강 상품은 큰 문제가 없다.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는 금융지주나 증권사들이 취급하는 채권을 상품화해서 고객들에게 팔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호하는가.

“어떤 상품이라도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기예금도 만기별로 나눠서 투자하고, ELS도 분할매수로 들어간다. 신종자본증권도 얼마 전까지 한 5% 초반이었는데 이런 상품은 보통 1억 단위로 들어간다. 최근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해서 안 팔고 있지만 은행채나 국공채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본다.”

고금리 시대에 투자 팁이 있다면

“정기예금은 현금성 자산인 만큼 나중에 투자 기회가 올지 모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채권 투자는 우량 기업이나 국공채 위주로 할 것을 제안한다. 타이밍을 고려해 분산투자를 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