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도전> 작가·토스 콘텐츠 매니저

제목만큼 속살도 유난했다. 유난한 사람들이 모여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단단히 쌓아 올린 토스의 10년사(史). 정경화 토스 콘텐츠 매니저가 1년에 걸쳐 기록한 이 책엔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수년째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의 다사다난했던 성장 일지를 그의 글과 입을 통해 들어봤다.
"토스, '안 될거야'와 마주한 10년...용기로 넘었죠."
‘열정, 열정, 열정.’
책 <유난한 도전>의 시작과 끝은 그야말로 열정 그 자체였다. 이승건 대표가 2011년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토스 사용자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하기까지 치열했던 토스의 10년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것도 아주 솔직하고, 생생하게.

작가 정경화 토스 콘텐츠 매니저는 그것이 곧 토스의 사내 문화라고 했다. 그가 책을 쓰고자 마음먹고, 지난 1년간 이 대표를 포함해 전·현직 토스팀원 35명을 인터뷰를 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 ‘실명 공개’를 원칙으로 했고, 일부는 감추고 싶은 지난날의 기록도 가감없이 공개했다. 토스팀원끼리 주고받은 이메일과 슬랙 메시지 등은 최대한 원문 그대로 실었다. 그래서일까. <유난한 도전>은 자칫 서점에 흔하게 진열된 ‘스타트업의 성공기’보다는 꿈을 펼치기 위해서 반드시 감내해야 했던 ‘처절한 생존 수기’에 가까웠다.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송금을 처음으로 구현한 순간, 이 대표가 서툰 영어로 미국인 투자자를 설득했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해 눈물을 흘렸던 순간, 증권사와 인터넷전문은행, 전자지불결제대행(PG) 사업 등 주요 금융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순간 등 지금의 토스팀을 만든 고민과 논쟁, 배움이 녹아 있다.

고객의 최상의 만족감을 위해 밤새워 코드를 수정하고,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 몇 배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애자일 구조를 정착시키고, 실무자에게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한다는 토스의 과감한 결단은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수많은 판단 착오와 실행상의 오류를 겪어 가며 몸에 새겨진 훈장이었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 대표는 “토스를 만들어 가는 일은, 그야말로 ‘안 될 거야’라고 말하는 수많은 내외부의 선입견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토스의 성공이 혁신가의 DNA를 가진 수백만 미래 세대에게 용기를 주고,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사람이 ‘조금은 철없지만 낙관적인’ 신념을 갖게 해주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토스팀이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족적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의 말대로 토스는 아직도 ‘유난한 도전’들로 회사 안팎으로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저자 정 매니저는 미래에 대한 우려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해 보였다. 그리고 좋은 것이 아닌 위대한 것을 추구하자는 가치관, 비효율과 허례허식에 대한 무관용, 거침없지만 합리적인 토론 문화, 속도와 실행에 방점을 둔 조직 구조, 실패에서 배우는 정신, 존경할 수 있는 동료,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한 공감대 형성, 실무자의 결정은 최고경영자(CEO)도 번복할 수 없다는 신뢰가 있는 한 토스는 이 유별난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스, '안 될거야'와 마주한 10년...용기로 넘었죠."
우선, <유난한 도전>의 탄생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9년 2월 언론사 기자직을 접고, 토스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10월 토스뱅크가 오픈하게 됐어요. 그때 저는 홍보팀 일을 하고 있었는데 토스뱅크 관련해서 기자간담회 준비와 보도자료 작성 등에 매진했죠. 무엇보다 당시 가장 큰 화제는 ‘연 2% 토스뱅크 통장’이었어요. 지금은 고금리 시대로 이동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시중금리가 낮을 때라 2% 통장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았어요. 관련 기사도 엄청나게 쏟아졌고요. 혹자는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냐’, ‘미끼 상품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죠. 그런데 사실 그 상품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10년간 토스가 쌓아 온 모든 DNA가 결합됐기에 가능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걸 설명하자니 내용도 방대했고, 무엇보다 저 역시 그간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토스의 10년사를 써보겠다고 생각한 건 그때부터였죠.”

책을 쓴다니까 이 대표님 반응은 어땠나요.
“별다른 설명 없이 ‘토스의 10년사를 써보고 싶다’고 연락드렸더니, ‘두근두근하네요’란 답변이 왔어요. 제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고 과감하게 써 달라는 말씀 외에 특별한 주문은 없으셨어요. 저 역시 가능하면 실명으로 답변해 달라고 부탁했고요. 솔직하지 못하면 비매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336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집필하는 과정이 만만찮았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저도 솔직히 처음 책을 쓰려고 결심했을 때는 35명이나 인터뷰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많아 봐야 20명 남짓 될까 싶었죠.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연계된 인물들이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이 대표와의 인터뷰만 총 6번에 걸쳐 약 30시간 정도를 했거든요. 초고만 A4 용지로 650장에 달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책을 집필할 때 어떤 내용을 우선순위에 둘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자 하셨나요.
“저는 단순히 회사의 역사를 기록하기보다 이 책이 가치가 있으려면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독자들이 읽었을 때 재밌어야 하죠. 그 부분을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터뷰한 사람들이 토스에서 일하면서 감정적으로 가장 큰 굴곡을 맞이했던 순간들을 모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가령, 힘들었던 순간, 짜릿하게 성공을 맛보거나, 격하게 싸웠을 때 등 저 역시 일하면서 언젠가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순간들을 담아보려고 했죠.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분들 대부분이 본인이 성취한 것과 실패한 것, 그것을 통해 자신이 뭘 배웠는지에 대해 정말 솔직하고, 일목요연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책 내용 중 제가 인위적으로 지어낸 표현이 거의 없을 정도로요. 이 과정을 통해 저 역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토스의 10년사에도 숱한 ‘실패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집필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사례는 무엇이었나요.
“책 내용 중에서는 소액대출 서비스 사업 ‘토스대부’를 이끌었던 김유리 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토스 팀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고객’입니다. 저희는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외부에서 어떤 갈등이 생겨도 그것을 회피하려는 조직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사안이 고객이 원하지 않는 상품 혹은 서비스라는 판단이 될 때는 아무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 것이라도 바로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죠. 그 점에서 김유리 님의 사례는 좋은 선례였고요.”

그렇다면 이처럼 토스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김유리 씨처럼 2번의 기회가 주어져서일까요.
“꼭 세컨드 찬스가 주어져서만은 아닐 거예요.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열정이 있는 사람에겐) 그 세컨드 찬스가 언제든 주어질 수 있다는 걸 계속해서 알려주는 쪽에 가까워요. 이런 거죠. 저희는 지금 당장 우리가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되레 ‘우리는 진짜 많이 실패할 거지만, 결국 언젠가 한 번 성공할 거야’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얘기해줘요. 실제로 이 대표도 신규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질의응답을 하면서 이런 얘길 자주 하세요. ‘토스는 비바리퍼블리카의 9번째 제품이었고 그 앞 8번의 시도는 실패였다. 그런데 그 실패를 하는 게 그렇게까지 큰일도 아닐뿐더러,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는다. 되레 그게 당신을 더 간절하게 만들고, 이후에 뭘 더 잘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러니 실패하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말이죠. 이런 것들이 단단한 신뢰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이 책은 토스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에겐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책을 읽는 내내 ‘정말 토스에는 일 중독자들만 있는 걸까’라는 생각마저 드는데 실상은 어떤가요.
“토스엔 정말 유난한 사람들이 많아요. 이 유난한 사람들이 이토록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결정권’이 주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령, 누구든 어떤 프로젝트에 프로덕트오너(PO)가 되면 자신의 결정을 아무도 바꿀 수 없죠. 내가 결정한 그대로 시장에 노출되는 거예요. 그만큼 그 무거운 책임도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죠. 따라서 그 일에 엄청 고민하고,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게 되죠. 동시에 정보에 대한 투명한 접근성도 회사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일부 인사 정보를 제외하고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죠. 그렇다 보니 일종의 ‘오너십’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명확하게 찾을 수 있고요.”
"토스, '안 될거야'와 마주한 10년...용기로 넘었죠."
현재 토스가 주목하는 유난한 도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토스의 현재 월이용자수(MAU)가 대략 1400만 명이고, 가입자 수는 2400만 명 정도입니다. 물론, 설립 초기보다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긴 하지만 거대 빅테크 기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에요. 저희는 금융을 모든 사람이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2040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이 서비스를 활용하게 하는 바람이 커요. 아직도 일부 중장년층은 토스 하면 막연히 위험하다고 오인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거든요.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유난한 사람들이 모여 치열하게 지금도 고민하고 있죠. 가령, 2021년 저희는 토스 내에 진행된 제품 윤리 원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어요. 핵심은 접근성이에요. 국적, 성별, 나이 등에 대한 차별이나 선입견을 드러내지 않고 누구나 차별 없이 토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어요. 콘텐츠 매니저로서 이런 마음들을 어떻게 좀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의 요즘 유난한 고민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난한 도전>은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용기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 담겨 있는 사람들 자체가 되게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실패할 때마다 누구나 고통스럽잖아요. 하지만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번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저 역시 많은 용기를 얻었어요. 책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보태어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용기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 전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