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TALK
권순기 KB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센터 지점장 &
이숙남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부장

부자들의 재테크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투자하는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난다. 대한민국 부자의 투자 비서 버틀러(butler)인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들은 대내외적인 글 로벌 경제 상황을 내다보고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상업용·주거용), 기업체 지분(주식), 채권, 정기예금 등 유동성 자산 등을 소유하고 있다.

PB들은 “금융 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부를 증식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코로나19 전후로 안전자산에 투자금을 묶고 기회를 보던 부자들이 최근 해외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와 달리 미국. 일본 등은 세금이나 대출에 있어서 좀 더 유연하기 때문이라는 것.
권순기 KB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 & WISE the FIRST)센터 지점장과 이숙남 하나은행 클럽원(Club1) PB센터 부장을 만나 이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 부자의 투자 셈법들을 들어봤다.
[Big story]"부자들은 '돈의 흐름' 이용한다"
PB가 보는 부자의 정의는 무엇인가.
권순기 KB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센터 지점장(이하 권 지점장) 부자의 정의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이다. 자산에 비례하지 않고 다른 대상과 자신을 비교했을 때 ‘부자다. 아니다’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20년 동안 10억 원을 벌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물가 상승이나 금리 인상, 화폐 가치 상승 등으로 현재 10억 원이 20년 전 10억 원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자산이 10억 원이 있더라도 한국 평균 자산액이 10억 원이면 상위 50% 평민인 것이다. 부자는 시간으로 돈을 사지 않고 반대로 돈으로 시간을 사는 사람이다. 1억~2억 원을 벌기 위해 시간과 노동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노동소득을 대체하는 자본소득을 통해서 돈과 시간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숙남 하나은행 클럽원 PB센터 부장(이하 이 부장) 현금 자산 30억 원 이상, 부동산, 지분 가치 등을 포함해 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금액 요건을 갖추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 가능성과 사회적 역할 등도 고려해야 한다.
[Big story]"부자들은 '돈의 흐름' 이용한다"
부자들의 직업군이 궁금하다.
권 지점장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의 부류가 있고 자수성가형 자산가가 있다. 전자의 경우 직업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자수성가형의 부자는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들이 많다.
이 부장 기업체 창업주, 최고경영자(CEO), 전문투자자, 전문직(의사·변호사 등)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신흥 부자들의 경우 기업체를 성장시키거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부를 이룬 정통 부자 부모로부터 적극적으로 자산을 수증 받은 30~50대가 있다.
또 서울대, 카이스트 등 명문대를 졸업하고 신생 기술 등을 개발해 회사를 창업하고 성장시키고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큰 부를 손에 쥐게 된 30~40대 영리치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 전문직에 종사하며 사업·근로소득을 축적해 부를 이룬 사람, 주식이나 부동산 및 코인 등에 집중하는 전문투자자 등도 신흥 부자로 볼 수 있다.

부자들의 종잣돈 모으는 방법은 어떠한가.
권 지점장
소비를 줄이고 목표 금액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세우고 실천한다. 소비를 줄이고 일정 금액이 모아지기까지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으로 안정적인 금융 자산을 통해 축척한다. 일정 금액이 모아지면 좀 더 다각화된 투자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모으기만 하는 저축에서 벗어나 부동산, 주식, 펀드 등 다양한 재테크를 통해 목돈을 마련한다.
이 부장 사업의 성공(기업체 운영) 및 투자 자산의 가치 상승(부동산·주식) 등을 통해서다.
[Big story]"부자들은 '돈의 흐름' 이용한다"
코로나19 전후로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변했나.
권 지점장
코로나19 전에는 저금리에 주식 시장 자체가 굉장히 좋아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주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후에는 채권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금 면에서나 가격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부장 전통 부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유동성 확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신 분들이 많다. 과거 이러한 위기 상황에 주식이 급락했던 경험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산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 40대 이하 젊은 부자들은 공격적으로 주식 등에 투자해 자산이 급증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나.
권 지점장
단일 상품 위주의 투자보다는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자산 배분을 한다.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등 투자 대상에 어떤 비율로 분산할지를 고민한다.
이 부장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급락 시 보유 비중을 확대한다.

부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에 관심이 많은가.
권 지점장
앞서 말씀드렸듯이 채권에 관심이 많다. 저금리 때 발행된 쿠폰 금리가 1%대로 낮은 저쿠폰 채권은 수익률이 3~4%라고 하더라도 쿠폰 금리인 1%대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세를 내고 나머지는 자본차익으로 보고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절세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액면가 1만 원인 채권을 9000원에 매수했고 표면 금리가 1%라면 만기가 됐을 때 액면가 1만 원과 이자 100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고객은 9000원에 구매했기 때문에 자본차익 1000원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받고 이자 100원에 대해서만 과세가 된다. 이 때문에 세금에 민감한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관심이 꽤 높다.
대기성 자산의 일부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선진 시장의 대장주를 중심으로 분할매수도
시작하고 있다. 아직은 적극적인 주식의 자산 배분은 하지 않지만 1년 이내의 단기채권에 편입하고 만기 시 시장을 모니터해서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부동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세금, 규제가 많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 부동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주요 지역은 미국과 일본인데 저금리 대출 및 엔저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부장 인플레이션을 헤지 할 수 있는 수단인 부동산과 금 등의 실물자산에 관심 높다.
[Big story]"부자들은 '돈의 흐름' 이용한다"
일반인과의 투자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권 부장
부자들은 투자를 할 때 긴 호흡으로 진행하면서 항상 시장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시장 상황이 좋든 좋지 않든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좋은 대안을 찾아서 언제 어느 시점에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고민한다.
모든 자산을 투자에 올인해 시장급락기에 대응하지 못해 투자 시장을 떠나고 시장 급등기에 다시 투자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가 비교적 적은 것 같다.
이 부장 보유 자산이 크고 유동 자산이 넉넉하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가 크고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 발생해 투자 수익 실현의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다른 여유자금이 많은 편이므로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 추가투자를 실행하기도 한다.
부자들은 자산의 약 20~30%은 유동성으로 보유하고 자산의 약 30% 전후를 선진국 통화로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구매의 경우 본인들만의 기존 거래처(부동산중개법인 등)를 통한 정보 취득, 시장에 내놓기 이전에 관심 지역과 가격대를 고려해 제안을 받는다.
요즘은 하나은행 같은 금융권의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통한 전문 컨설팅(세무·법률 검토 포함)을 거쳐 구매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에 맡겨서 관리하는 투자는 중장기 시각으로 접근하고 직접 관리하는 자산은 단기로 수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평소 선진국 통화(USD 중심, 필요에 따라 엔화도 일부 확보)를 자산의 일부로 확보해 운영하거나 금, 달러, 현찰 등을 확보해 뒀다가 주식, 부동산 등 가치가 급락했을 때를 이용해 과감하게 투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부자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권 지점장
부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많은 전 세계 부자들 중 부모님께 물려받아 부자가 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 라이프스타일을 통해서 부자가 되는 것이다. 작은 돈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부자처럼 보이게 행동하지 않고 현명하게 투자하고 투자를 즐겁게 하고 주위 환경을 탓하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돈이 일하게 하는 것을 일찍 깨닫고 실천하면 된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자본이 일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부장 본인이나 본인의 가족 내 이전(증여)을 통해 부를 증식시키지만 요즘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부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젊은 창업자를 적극적으로 돕고, 부를 함께 이룬 임직원에게도 증여를 실행하고 사회의 취약계층이나 불우한 일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기부하는 등의 모습이 많아지고 있다.

글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김기남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