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FOCUS] 타타니 키요시 한국미즈노 대표이사

사진=한국미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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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타타니 키요시 한국미즈노 대표이사가 말하는 미즈노의 지향점이다. 타타니 대표는 올해 1월 한국미즈노 수장을 맡아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3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타타니 대표가 바라본 한국 시장은 한마디로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다.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한국 골프 시장을 그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또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한국미즈노의 전략은 무엇일까. 타타니 대표에게 물어봤다.
사진=한국미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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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한국미즈노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취임 이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 중인가.
“자사의 사업 상황과 직원들 각각의 업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직원들이 보다 활기 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쌓은 해외 법인 경영 경험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또 기존 사업 방식을 더 좋게 바꿀 수는 없는지를 생각하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장 파악에 힘쓰고 있다. 아무래도 동남아시아나 일본과는 고객 성향과 상품 트렌드가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자사 상품이나 사업과 연관된 내용뿐만 아니라 식료품과 식당, 의류 등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폭넓게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골프 시장에서 한국만이 갖고 있는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은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다. 가장 큰 특징은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다. 골프는 물론 러닝과 인도어 스포츠, 최근에는 축구와 풋살에 이르기까지 40~50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불리던 스포츠 영역에서 여성과 젊은 층의 참여가 활발하다. 특히 스포츠가 단순히 자신을 단련하는 활동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문화와 놀이로 확대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시장의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십수 년 전 등산이 한국 스포츠 시장의 큰 유행을 이끈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 이후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여성과 MZ(밀레니얼+Z) 세대가 골프에 대거 유입됐고, 이런 현상이 골프의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다시 테니스가 각광을 받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선택하고 즐기는 스포츠에 대한 성숙도가 높은 것도 한국 시장의 특징이라고 본다. 올해 초 영하의 온도임에도 히터를 틀고 연습하는 골퍼, 필드에 나가는 골퍼를 보면서 골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열정이 많은 만큼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스마트 컨슈머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즈노는 다양한 나라에 진출해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시장은 미즈노에게 어떤 의미인가.
“실제로 미즈노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본사인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오세아니아,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총 20여 개국에 진출했다.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미즈노의 비전과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미즈노 골프 부문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의 위상과 가치는 바로 한국 골퍼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골퍼들은 골프클럽을 선택할 때 눈높이가 매우 높고 분석적이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투어에서 활동하는 프로들과 같이 스윙 분석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스윙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연습을 진행한다. 또 대부분의 골프 판매점이 고가의 스윙 분석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격과 디자인일 수 있겠지만, 한국 골퍼들은 자기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선호하고, 그런 클럽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 한국 골퍼들은 멀리 나가는 클럽, 치기 편한 클럽뿐만 아니라 일관된 타구감과 타구음 그리고 조작성에 이르끼까지 숫자로는 어필하기 어려운 요소까지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부분이 한국미즈노를 통해 미즈노의 글로벌 회의에 반영되며, 제품 기획과 개발 과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국 전용 모델로 기획·개발된 MX 아이언 시리즈와 JPX Q 여성 골프클럽이 대표적이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미즈노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면.
“미즈노가 100년이 넘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품질과 기능 그리고 퍼포먼스를 최우선으로 고집하는 것이 미즈노의 ‘프라이드’이자 ‘품질 개발’이다. 또 이것이 미즈노의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고객이 기뻐할 만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바로 미즈노만의 신념이자 가치다.

1906년 미즈노를 창업한 미즈노 리하치 회장의 ‘부러지지 않는 배트’는 이 경영 이념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다. 지금은 규칙 위반이지만, 당시 도관 속으로 수지를 넣어 압축해 부러지지 않는 야구 배트를 만들었다. 야구를 대중에게 보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리하치 창업자는 수익을 내는 것보다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소모품을 자주 바꾸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미즈노의 역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일화다.”
사진=한국미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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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동안 두드러졌던 한국 골프 시장의 성장세가 최근 주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시장 분위기를 진단한다면.
“팬데믹을 지나며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골프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골프의 성장세는 완만하거나 정체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간 새롭게 유입된 골프 인구의 활동은 팬데믹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본다. 분명 이탈하는 골프 인구도 있겠지만, 골프의 매력을 즐기는 새로운 골퍼도 존재한다. 특히 이들이 ‘골프를 즐기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긍정적인 이미지 또한 골프 시장을 이끄는 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골프 시장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40~50대 남성들의 높은 로열티가 한국 골프 시장의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한국 시장을 공략할 비즈니스 전략은.
“한국의 골프 시장은 상당히 성숙해지고 있다. 동시에 무척 다이내믹한 특징을 보인다. 여기에 젊은 층과 여성 골퍼의 유입으로 인해 골프 시장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한국미즈노는 골퍼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도록 상품 라인업을 심층적으로 세분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가을 JPX923 시리즈와 더불어 전개한 미즈노의 독자적인 피팅 시스템인 ‘샤프트 옵티마이저(Shaft Optimizer) 3D’를 활용해 커스텀 클럽 시장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이렇게 선보인 제품을 고객이 사용하면, 그것이 만족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뢰’가 쌓이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앞으로 한국미즈노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전체 골프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골프클럽의 경우, 미즈노 골프의 강점이자 차별점인 커스텀 피팅을 더 강화시키고자 한다. 골프 사업 규모가 큰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커스텀 클럽의 매출이 기성품 클럽을 크게 웃돈다. 한국 및 아시아 시장의 특성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고객들의 니즈도 변화할 것이라 추측된다. 커스텀 클럽의 잠재 시장인 한국에서도 미즈노의 유니크한 피팅 서비스 콘셉트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가능한 한 많은 잠재 고객에게 다가가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다. 또한 클럽 사업을 뒷받침하는 골프용 신발, 가방, 글로브, 의류 등 소프트 굿즈 또한 멀티 스포츠 브랜드로서 미즈노가 갖고 있는 강점을 살려 한국 시장에 소개할 생각이다.”

한국미즈노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면.
“아무래도 한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가 아닐까 싶다. 미즈노는 창립 117년을 맞이하는 기업으로 일본 시장에서는 긴 역사만큼이나 인지도도 높지만, 해외 시장인 한국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미즈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미즈노의 기업 이념은 ‘보다 좋은 스포츠용품과 스포츠 진흥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이다. 미즈노는 스포츠의 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앞으로 미즈노와의 많은 접점을 통해 이런 이념을 직접 느껴주신다면 매우 기쁘겠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한국미즈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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