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3년 만에 상속세제 관련 ‘유산취득세’ 도입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개편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기존 과세 방식에 변화를 주려는 이유는 무엇이고, 제도 개선에 앞서 보완해야 부분은 없는지 살펴봤다.
유산취득세 도입 가시화...세 부담 줄어들까
과연 올해는 해묵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손질될 수 있을까. 4월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기재부 조세개혁추진단을 중심으로 유산취득세 도입과 관련해 상속세 공제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상속자산을 물려받는 사람) 각자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이 결정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상속세의 경우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계산한 후 상속인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안분계산한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하는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방식을 앞으로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재산에 대해 개별적으로 공제를 적용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 세무 관계자는 “피상속인의 모든 상속재산에 대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이는 상속인 간 상속재산의 많고 적음을 고려하지 않고 한계세율을 적용하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며 “이런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증여세와 동일하게 상속세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는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3년째 유지되고 있다. 상속 총액에 따라 상속세율이 결정되고, 이 세율은 각 상속인이 받는 금액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 상속인의 상속재산별로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실질적인 감세 효과가 있다.

현재 상속세를 운영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고, 나머지 19개국(독일·프랑스·일본 등)은 모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재부는 응능부담 원칙(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따른 공평 과세), 과세 체계 합리화, 국제적 동향 등을 감안해 상속세 제도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상속인이 같은 재산을 상속받더라도 가족 구성이나 가족 내 미성년자 수에 따라 공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과세 형평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가령, 배우자상속공제의 경우 상속재산가액에서 최소 5억 원을 공제하고,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이 5억 원을 초과하면 최대 30억 원까지 실제 상속재산을 모두 공제해준다. 반면 상속인에게 배우자가 없다면 배우자공제 대신 일괄공제 5억 원만 적용받을 수 있다. 즉, 피상속인의 배우자 유무에 따라 상속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개편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자녀에 대한 무상 증여 한도(증여세 인적공제) 역시 유산취득세 도입에 맞춰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1인당 증여액이 5000만 원(미성년자의 경우 2000만 원)을 넘기면 과세표준별로 10∼50%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상향해 증여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 현재 우리나라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인적공제 중 배우자상속공제를 두고 있는데, 그 한도를 최대 30억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약, 유산취득세가 도입된다면 이 한도에 대한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와 같은 유산세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배우자공제에 있어 한도가 없다.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배우자에게 50만 유로(약 6.8억 원)를 공제하고, 특별인적공제 제도를 두어 25만6000유로(약 3.5억 원)를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무 업계 한 관계자는 “세율 체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경우 상속재산액이 클수록 상속세 부담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현행 제도에서의 세 부담 수준과 제도 변경 시 자녀 수와 상속재산 규모에 따른 세 부담 정도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교해보고 적정 세율 체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펌의 한 변호사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될 경우 납세자들은 상속세 신고·납부기한까지 상속재산 분할이 완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선 법정상속지분율대로 상속세를 신고 납부할 수밖에 없다”며 “이후 실제 상속재산 분할이 법정상속지분율과 다른 비율로 이루어질 경우 경정청구를 허용해야 하고, 수정신고 시 가산세가 추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상속인 간 연대납세의무 유지 여부, 신탁재산에 대한 상속세 과세 제도 보완, 위장 분할에 대한 제재 방법 마련 등 상속세 제도 전반에 걸쳐 많은 고민과 면밀한 연구가 필요한 만큼 이번 상속세제 개정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