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디지털 날개 단 건강관리...제도 보완은 시급
“미래에는 의료의 개념 자체가 바뀔 것이다.”
디지털과 의료가 융합이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 헬스케어 모든 영역에서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질병의 진단, 처방, 치료뿐만 아니라 운동, 식단, 수면, 체중 감량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디지털’의 옷을 입고 있다.

디지털을 빼놓고는 미래의 헬스케어를 설명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날개’를 달았다. 그동안 의사 진료를 포함해 운동 개인트레이닝(PT), 심리 상담 등은 대면을 통해 이뤄졌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불가피해지면서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들이 급증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카카오 헬스케어가 출범했다. 네이버는 2021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헬스케어 연구소를 세웠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IA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936달러(252조4100억 원)에서 2027년 6459억 달러(842조120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터 수집으로 가능해진 맞춤 의료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등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개인에게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용자의 하루 걸음 수, 수면 시간, 심박 수, 혈압, 섭취한 음식 칼로리 등의 기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개인의 건강 행동에 대한 데이터 측정이 가능해지고, 스마트폰 등으로 의료인을 포함한 건강 전문가와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건강한 행동에 대한 코칭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진지한’ 의료 영역에서도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체,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영상검사 결과 등의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빅데이터로 쌓여 데이터 사이에 숨어 있던 상관관계 등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가능해지면서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수많은 항암제 중 암 환자의 유전 정보, 병력, 나이, 성별, 생활습관 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날개 단 건강관리...제도 보완은 시급
웨어러블 생체신호로 조기 진단
웨어러블 생체신호 분야는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심박 수, 혈압, 산소포화도 등 살아 있다면 반드시 정상 범위 안에 있어야 할 ‘생체신호’를 언제든 측정할 수 있고, 이상 징후를 잡아내는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 갤럭시워치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삼성 헬스 모니터)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이에 발맞춰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 가이드라인’까지 내놓기도 했다. 갤럭시워치는 혈압에 이어 심전도 측정 앱도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애플워치의 경우도 심전도 측정 앱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애플워치에 장착된 광혈류측정(PPG) 센서로 맥박을 측정·분석한다. 심방세동으로 의심되는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확인, 사용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의료용 앱이다.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반지 모양의 의료기기인 카트원 플러스(CART-1 Plus)도 있다. 손가락에 반지를 착용하면 빛을 쏘아 손가락을 지나는 혈류(광혈류) 흐름과 혈액의 상태, 떨림 등을 분석하고, 심박 수, 심전도,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한다.

수시로 변하는 혈당을 5분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가 확산되면서, 이를 앱과 연동해 365일 24시간 사용자의 혈당 정보를 제공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 변화 추이에 대한 통계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관련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목소리도 생체신호가 된다. 환자의 음성이나 호흡, 기침 패턴을 AI가 듣고 우울증이나 호흡기 질환 등에 걸렸는지를 판단해낸다. 미국의 ‘손드 헬스(Sonde Health)’는 음성의 강약, 높낮이, 성대 움직임 등을 분석해 몸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병이 있는지 판별해내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건강 행동을 유도하는 웰니스 서비스들
최근 앱 기반의 맞춤형 건강관리 전략을 제안하는 ‘웰니스(wellness)’ 서비스 분야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기기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뭘 먹어야 하고,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개인의 건강 상태, 주변 환경, 지식수준에 맞춰 사용자에게 제시해주는 서비스다. 제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코칭이 개입돼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행동과학적으로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 운동 관련 서비스를 추천하는 앱 ‘눔’, ‘밀리그램’, ‘핏데이즈(Fitdays)’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들이다. 인지행동 교정을 통해 우울 증상도 개선해주는 앱 ‘마성의 토닥토닥’, 건강검진 스케줄 및 결과를 관리해주는 앱 ‘어떠케어’ 등의 서비스도 있다.

만성질환 생활습관 관리에도 앱이 사용된다. 고혈압, 당뇨병 약만큼 중요한 것이 식단 관리와 운동이다. 그런데 생활습관 교정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최근 만성질환자 생활습관 교육과 함께 약 복용 등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들이 의학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
디지털 그 자체가 치료제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약이다. 머리에 패치를 붙이고 전기, 자기장, 초음파 등 에너지를 주면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전자약 회사 노보큐어는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을 전자약으로 치료한다. 폐암, 췌장암, 난소암 전자약도 임상시험 중이다. 국내에서는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이 출시됐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종의 인지행동 치료를 앱, 게임, 가상현실(VR), 챗봇 등의 디지털 기기로 돕는 치료다. 최근 국내 식약처에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 1호 ‘솜즈’, 2호 ‘WELT-I’를 허가했다. 불면증 환자는 수면제만 먹으면 끝이 아니라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심리적·행동적·인지적 요인을 교정해야 한다. 이런 인지행동 치료를 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다.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 모두 의사가 처방해야 쓸 수 있다.

대중화 위해 제도적 한계 등 넘어야
디지털 헬스커어가 확산되기엔 한국의 경우 ‘제도적 한계’가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큰 허들이 없지만, 의료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의료 행위에 대한 비용)’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수가 자체가 낮게 책정이 되고, 시장도 작다.

불법이었던 비대면 진료의 경우는 팬데믹으로 병의원 방문이 제한되자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엔데믹이 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오진 위험, 환자 쏠림현상, 의료 서비스 질적 하락 등이 우려되기 때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재진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안전한 제도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