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영끌의 눈물, 부동산 경매 시장을 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 연구원
[special]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 "전국 주택 경매 증가세"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크게 치솟으며 당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족들은 가용 가능한 자금과 대출을 모두 활용해 집을 샀다. 이들은 향후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장밋빛 확신을 가지고 무리를 해 가면서 내 집 마련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시대’가 열리면서 수억 원의 빚을 낸 영끌족들의 집들이 경매 시장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을 통해 현재의 경매 시장을 들어봤다.

본문/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이 증가하는 현상에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전세사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이 미친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당시 영끌족들은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대출까지 최대치의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지만 현재 고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이 커져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매수했지만 현재 떨어진 가격에 팔아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결국 경매에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영끌 매수자를 중심으로 경매 시장에 많은 물건이 나온다고 하던데 현재 어떤 상황인가.
"전국 기준으로 아파트, 연립·다세대 등 주택 경매 물건이 증가세에 있고 서울 역시 아파트 경매 물건이 늘고 있다. 특히 깡통전세 문제가 더욱 심각한 빌라는 유찰을 거듭하고 있어서 신규 건수와 유찰 건수가 쌓이는 상황이다."

갭투자(전세사기) 물건, 영끌 물건은 어떤 형태의 매물인가.
"갭투자 경매 물건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경우로서 경매 감정가나 시세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임차보증금이 신고 돼 있다. 거의 80~90%의 전세가율을 보이는 물건도 많다. 영끌 물건은 과거 매매 가격과 비교했을 때, 1순위나 2순위 근저당권을 합한 금액이 매우 높은 경우다."

최근 ‘영끌’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2021년도 주택 매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너도나도 주택을 매입했었다. 일명 패닉바잉 현상이 있었고, 그때 당시에는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묻지마 매입이 성행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주택 가격이 하락장을 맞았고, 전세 가격 또한 하락하면서 새로운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그리고 주택 가격보다 오히려 전세 가격이 높은 깡통전세 문제로 세입자들의 경매 신청이 많아지고 있다.
영끌 물건의 경우에는 이런 하락장과 더불어서 금리마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리금 부담이 커지고, 또 매매 가격의 하락으로 매매 시장에서 처분하지 못해 경매로 나오게 된다."

영끌 경매 물건 등이 눈에 띄게 들어왔던 시기는 언제며 이들 물건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과거에도 갭투자나 과도한 담보권 설정으로 경매로 유입되는 건수는 있었다. 하지만 2021년 급등한 가격이 2022년부터 급락을 맞으면서 조금씩 매물이 늘어났다. 사실 2021년도에 높은 전세가율로 계약했던 물량이 2023년에 만기가 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절정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갭투자는 역전세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게 1차적 과제다. 그러려면 여유자금을 미리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 해결 방안이 생겼지만, 이자 부담 등을 생각할 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또 영끌 매물의 경우 높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2배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집을 매도하고 좀 더 저렴한 지역이나 단지로 이동, 또는 전세집으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경매 물건의 낙찰률 혹은 유찰률은 어떻게 되는가.
"갭투자나 영끌 매물 중 아파트는 통상적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따라간다. 대출금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지나 단지 여건에 따라 낙찰가율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의 낙찰률이나 낙찰가율은 낮은 수준에 있다.
다만, 빌라는 상황은 다르다. 90%에 육박하는 전세가율 물건이 상당수인 데다,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경매 시장에서 매입하게 된다면 시세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사는 꼴이 된다. 그렇다 보니 낙찰자가 없어 유찰을 거듭하고, 낙찰률은 현재 서울 빌라 기준으로 8%대를 보이고 있다.
경매 절차에서는 채무자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물론 채무자와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는 소유자가 입찰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3~4년간 경매 시장 특징은 어떤가.
"2021년도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낙찰가율이 120%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었다. 낙찰률 역시 80%를 기록했다. 당시 빌라나 오피스텔도 아파트 대체제로서 상당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파트값 하락으로 낙찰가율은 70%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재건축 이슈가 있는 강남권은 토지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점으로 오히려 매도 호가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되고 있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오피스텔은 중대형 위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소형저가 오피스텔은 대출금부터 자유롭다 보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전후 경매 시장이 달랐을 것 같은데 비교해서 설명해줄 수 있나.
"코로나19 전후 시장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로 변화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유지, 유동성 확대 그리고 2020년 도입된 임대차 3법(계약 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으로 주택 시장이 뜨거웠다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기준금리 인상,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special]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 "전국 주택 경매 증가세"
경매로 영끌하는 경우도 있는가.
"경매 절차상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물론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속 유찰되기 때문에 좀 더 낮은 가격으로, 갭투자 형식으로 접근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 경우에는 권리분석에 대한 리스크도 있고 실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 위주로 관심을 받기도 하다.
경매로 낙찰 받을 경우에도 지금은 대출 규제를 똑같이 적용받는다. 따라서 영끌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부 업체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를 이용해 영끌을 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이자가 워낙 높다 보니 그런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할 때다."

부동산 버블 시기와 꺼지는 시기에 경매 시장은 어떤 특징을 보이는가.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보다 상승하는 시기에 수요자들이 오히려 경매 시장을 많이 찾는다. 경매는 아무래도 버블이 없는 가격에 매입할 수도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하락 시기에는 전망이 좋지 않다 보니 매매 가격보다 더욱 낮은 가격에 낙찰받기를 원한다. 즉, 많게는 20% 이상 낮게 낙찰되는 경우가 많고, 응찰자 수도 급격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아파트, 빌라, 주택 등의 경매 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서울 기준으로 빌라가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보이고 있으며, 아파트, 단독주택 순이다. 다만 가격은 아파트가 먼저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다음으로 빌라가 영향을 받는다.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토지의 가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공동주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세사기로 피해가 늘고 있는데 이런 전세 물건도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가.
"이번 전세사기로 인해 빌라 물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화곡동의 경우 빌라왕 관련된 물건이 많으며, 인천 미추홀구는 전세사기, 건축왕 관련 매물이 많다. 빌라왕과 관련된 사건은 아직 대기 중인 사건이 많아서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인천 미추홀구 사건 역시 정부가 경매를 유예함으로써 대기 중이다. 전국적으로 이 같은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기 물건이 경매에 나올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권리분석과 시세 파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빌라왕 사건은 세입자들이 대부분 대항력을 갖추고 있어 인수할 보증금이 생길 수 있고, 전세사기 관련 물건은 시세나 가치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낙찰 받은 후 세입자들의 명도 저항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협상이나 명도 계획을 마련하고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상가의 경매 상황은 어떤가.
"상가는 전반적인 추세를 읽기가 어렵다. 다만 높은 금리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 내수 경기 침체로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개별 물건별로 철저한 상권 조사와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

앞으로 경매 시장의 전망을 설명해 달라.
"경매 시장은 대출 규제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DSR 규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기준금리 인상·인하 여부도 불투명하다. 즉, 한동안 상방 압력이 높지 않은 만큼 추가 하락에 대비하고 적정 금액에 매입해야 한다."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매매 시장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어서 집값이 회복한다는 얘기부터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 등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내 집 마련을 한다면 더욱 가격 방어를 할 수 있는 경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이나 평소에 관심이 있던 단지 위주로 가격 동향을 살펴 적정 금액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경매에 필요한 필수 지식인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기본적인 법률도 숙지해야 한다. 이는 경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꼭 필요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검증하지 않았거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글 정유진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