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영끌의 눈물, 부동산 경매 시장을 가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MZ(밀레니얼+Z) 세대들의 젊은 바람이 불어온다. 이들이 한때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을 당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과 ‘빚투(빚을 내서 하는 투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부동산 시장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 부동산이 침체기로 접어 들면서 높은 이자 비용과 집값 하락을 버텨내기 어려 워 지면서 MZ세대들이 영끌했던 물건들이 경매 시장에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special]김명규 어반에셋, 신규 경매 물건 3년 내 최대...MZ세대 한숨도 쌓였다

무리하게 빚을 지고 산 집은 고금리·저성장 탓에 경제적 자산이 되지 못하고,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돈값이 높은 긴축의 시기에는 유동성이 귀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오랜 숙려 기간이 요구된다. 시장참여자 모두가 이미 넉다운 된다. 거래절벽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상적 매매를 통한 엑시트(exit)는 언감생심이다. 영끌들이 가는 마지막 출구는 반강제적인 청산 절차인 경매다.

신규 경매 물건 3년 만에 최대치
올해 상반기 신규로 접수된 경매 물건 수가 반기 기준으로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법원 경매 정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접수된 전국의 경매 신규 물건 수는 총 4만794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3만7447건)에 비해 1만 건 이상 증가한 것이며, 반기 기준으로 2020년 상반기(4만9374건)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신건 기준 경매 건수는 최근 경기 상황을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거래절벽이라는 한파를 겪어야 했다. 은행은 담보 가격이 하락하면 추가 담보나 부채 상환을 요구하고 이에 따라 시장 급매물로도 팔리지 않은 영끌 물건이 경매에 부쳐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이자 부담으로…집값 하락 이어져
지금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잔치에 따른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 기간 동안 멈춰 버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자금이 자산 버블을 형성하고 물가를 자극하면서 긴축 기조는 시작됐다.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포인트까지 급속하게 금리를 올렸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높은 이자 부담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주요 5개 시중은행의 가계 부채 연체율이 지난해 말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더군다나 부동산은 다른 재화에 비해 고가성과 투자의 고정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금성이 좋지 않다.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긴축기일 때 거래 가뭄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되면서 끝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은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연간 22.43% 하락했다. 2006년 실거래가지수 조사가 시작된 이래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인 2008년(-10.21%)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가 오를 대로 오른 집과 부동산에 올인한 영끌족들에게 이러한 현실은 비극이 되고 있다. 영끌족들에게 많은 레버리지는 저금리 시기엔 집을 사는데 금융 자원이었지만 고금리 시기엔 하우스 푸어로 내몰리게 하는 금융 족쇄로 역기능만 부각될 뿐이다.
소득은 변함없는데 이자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고 여기에 소비자물가는 4~5%대를 기록하며 부담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
또한 집값 하락에 따라 금융기관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묶인 영끌족들을 벼량 끝에 서는 것이다. 더 이상 버티다 못하다가 넘어지면 바로 경매로 직행하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집값 하락과 맞물려 전세 가격도 동반 하락하면서 전세를 끼고 매수한 영끌족들은 역전세나 전세사기의 주범으로 몰려 법률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아찔한 순간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special]김명규 어반에셋, 신규 경매 물건 3년 내 최대...MZ세대 한숨도 쌓였다
영끌 물건 경매로 쏟아진다
빚투한 영끌들 이면에 경매 투자 대열에 합류해 대박을 꿈꾸며 덤벼드는 새로운 영끌들이 등장했다. 영끌들의 던진 경매 물건에 2030세대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매 관련 사설학원에서 2030세대들의 문의와 접수가 늘었다는 기사들이 새로운 경매 신풍속을 알려준다. 주변에서 ‘부동산 바닥론’이라는 불씨를 지피고 지금이 ‘경매 최적 타이밍’이라고 부추기는 이들이 새로운 영끌 대열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영끌’에서 ‘경투’(경매투자자)로 부동산 시장에서 젊은 세대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양한 투자 채널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나 돈이 된다면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 같은 설익은 결정이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서 제공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서울에서 경공매를 통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20~30대 매수인 수는 30~4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공매사이트 온비드에서도 2030세대의 위세는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주거용 물건 입찰자 총 5935명 중 40세 미만 청년층은 3708명으로 62.4%를 차지했다.

경매 시장에 나타난 MZ세대
MZ세대들의 경매 트렌드는 소액투자자가 많다. 경매 시장에서의 활동 비중이 아직 까지도 가장 높은 세대는 중장년층으로 4050대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안정적 자금력으로 덩치가 있는 부동산에도 과감한 시도를 한다. 그러나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자본금(시드머니)이 부족하다 보니 소액투자 물건을 주로 노린다.
목돈이 많이 필요한 서울 지역 아파트보다 여러 번 유찰됐던 인천·경기권 아파트나 경쟁률이 낮고 작은 단위의 토지 등 틈새시장을 찾는다.
또 여러 명의 공유자가 소유한 물건의 일부가 경매에 나왔을 때 투자하는 지분투자에도 일시적으로 몰렸다. 일반적으로 지분투자는 처분 과정이 복잡하고 공유물분할청구소송까지 준비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비선호 물건이었으나 소액투자 물건으로 낙점을 받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아파트(전용면적 76㎡) 일부 지분이 경매에 나왔는데 지분이 0.8㎡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9명이나 입찰에 참여한 것은 강남3구라는 지리적 이점 외에도 소액투자 이슈가 맞물려 있다고 본다.

스마트한 MZ세대, 부동산 시장 눈여겨봐
또 다른 트렌드는 적극적인 사후 리액션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MZ만의 개성을 반영하거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추후 용도 변경 등 스마트한 노력들을 이어 간다. 이들은 장사 콘텐츠를 포함 경락물건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 '플랜B'를 가지고 있다.
우선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싼 물건들 위주로 쇼핑을 한다. 그리고 이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돋보이게 한다.
단독주택은 땅이 넓어 활용도가 크고 적은 비용으로 개·보수해 상가주택, 업무용 건물 등 지역여건에 따라 다양한 용도나 업종으로 전환을 계획한다.
낡은 여관이나 사무실을 자신의 작업 공간이나 코쿤하우스(원룸)으로 개조해 임대 시장에 다시 내놓는다. 특히, 신림·봉천·안암동 등 대학가나 학원 밀집지역, 젊은 층 밀집 지역이 고려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상업용 건물로 바꾸려면 지역상권 성숙도가 높고 상권 확장이 예상되는 곳을 골라야 한다. MZ세대는 한발 앞서 부동산 유트브나 사회관계망 등을 활용한 상권분석을 철저하게 해 향후 성장 가능한 상권을 찾는다.

국립 부동산 ‘경매’, 안전한 투자 수단 ‘약방의 감초’
주식이나 코인 등의 재테크 수단은 변동성이 심해 자칫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경매는 안전한 투자 수단으로 불황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특히 경매는 일부 전문가들에게 ‘국립 부동산’이라고 일컫는 것처럼 정부에서 만들어준 부동산 판매처다.
그러나 경매 투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시작이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절차적인 과정은 자연스럽게 학습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주변 환경과 상권 특성과 성장가능성 등을 따져보고 생활 동선과 편의시설 등의 입지도 고려해 선택의 오차를 줄여야 한다.
주택의 경우 임차인이 있으면 철저한 권리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은 경매를 통해 배당받지 못하면 낙찰자가 전액 인수해야 한다. 유치권이 개입된 경우 수익률은 높지만 위험이 크기 때문에 권리분석은 필수다.

하반기 경매 시장 전망은
하반기 경매 시장은 불장이 예상된다. 높은 금리와 연체율은 경매 물건 순환 사이클을 빠르게 돌린다.
글로벌 경기 위축과 성장률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함에 따라 금리 인상의 불씨는 여전히 상존한다. 여기에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불안정과 고유가 등 경제 전망이 어둡다. 고금리와 불황이 길어질수록 영끌 매물이 대량으로 경매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선별적인 부동산 유형 공략이 중요하다.
주택은 실거주에 따라 지역과 규모, 위치 등을 선별하고 상가 등 수익형은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길 수 있는 현금 창출 능력은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자산 유동화를 위해 현금 매매가 실종된 지금, 경매에 헐값 처분되기 전 마지막 탈출구인 부동산 스왑을 이용해는보는 것도 대안이다.
우선 기존 내 부동산을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고 대출이 많아 이자 부담이 무겁다면 규모가 작은 부동산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양도소득세, 거래비용과 시간이 절약돼 경제적이다. 그리고 내 자산의 가치를 인정받고 다른 대안으로 바로 갈아탈 수 있어서 자산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차선이다.

글 김명규 어반에셋부동산 자산관리사